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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부유한 가난- 스위스는 얼마나 가난할까?

Einfach Politik «Echo der Zeit» 29.6.2020


어린 딸 두 명을 혼자 키우는 엘레나가 한 달에 버는 돈은 2800프랑. 임대료, 의료 보험료, 전기세, 전화비, 식료품비를 다 내고 남은 돈 200-300 프랑으로 옷이나 신발을 사거나 소소한 사치를 할 수 있다. 4인 한 가족이 식당에서 한 끼 먹는데 쓰는 돈이 100프랑을 훌쩍 넘기기가 십상인 스위스에서 한 달에 300프랑은 많은 돈이 아니다. 5살짜리 딸 아이가 그것을 이해할 리 없다. 그러니9 살짜리 언니가 종종 양보해야 한다. 엘레나는 «나는 내가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다 있고. 더 어려운 사람들도 많다.» 고 한다.


더 어려운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스위스 사람은 언제 가난하다고 느낄까?


독일 국경에 가까운 칸톤 투르가우에 있는 작은 마을의 주택 조합 다세대 주택에 사는 엘레나는 스스로 가난하지 않다고 말하지만, 그녀는 스위스에서 정의하는 «가난»한 사람에 속한다.

스위스 연방 통계청이 정의하는 가난은, 일인 한 달 수입이 2,300프랑 이하일 때, 4인 가족의 경우 한 달 수입이 4,000 프랑 이하일 때다.


«가난은 늙었고, 여성이다» 라는 말이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돈을 더 적게 벌거나 아이들이 있으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더 적은 연금을 받게 된다. 또는 엘레나 같은 한부모 가정의 젊은 엄마들.

엘레나는 2명의 딸이 있고, 파트너와 헤어져서 살고 있다. 파트너는 매달 양육비 1,300프랑을 보내준다. 부모의 도움도 있다. 아이들이 자주 할머니 집에서 점심을 먹는다. 개인 물리 치료원에서 보조 간호사로 일하는 엘레나는 풀타임으로 일을 할 경우 한 달에 5,000프랑을 벌 수도 있지만, 보육비로 나가는 돈이 너무 비싸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다.

«버는 돈을 그대로 다 가져다줄 만큼 비싸니까, 아이들을 그냥 집에 데리고 있는 게 낫다. » 고 그녀는 말한다.


엘레나는 시급을 받고 30% 일을 한다. 그 월급과 양육비로 삶을 겨우 이어가는데, 코로나가 닥쳤다. 물리 치료원은 문을 닫지 않았지만, 환자가 오지 않았다. 대부분의 직원은 근로 단축을 하게 됐다.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근로 단축 보상을 받는 대상이 되었고, 그전까지 받았던 임금의 80%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빡빡한 예산 안에서 살던 엘레나에게 80%의 수입은 부족하다. 수입만 적어진 것이 아니라 동시에 지출이 늘어났다. 위험군에 속한 부모님 집에서 아이들이 더 이상 점심을 먹을 수 없게 되었고, 국경이 닫혀서 독일에서 저렴하게 장을 볼 수도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그저 패닉 상태였다. 처음 2-3 주 동안은, 일을 하게 될 수 있을까, 직장을 잃지 않을까, 앞으로 어떻게 될까,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고 엘레나는 당시 상황을 전한다.

많은 사람에게 불투명한 상황이었지만 엘레나 같은 사람에겐 이 불투명성이 삶을 위협할 만큼 더 강한 직격탄으로 떨어졌다.


생필품을 나눠주는 곳 앞에 엄청나게 길게 줄을 섰던 뉴스 화면을 기억할 것이다. 그때 20프랑을 받고 나눠준 상자 안에는 기름, 면류, 신선한 과일 몇 개 등 기본 생필품이 들어 있었다. 그 뉴스 화면은 얼마나 많은 스위스인이 간당간당하게 살아가는지 한 방에 보여줬던 충격적인 화면이었다. 서류가 없어서 생계 보조를 받지 못하는 불법 체류자들만 줄을 선 게 아니었다. 평소에 한달 한달을 겨우 버티던 자영업자나 임금이 높지 않은 고용인들이 코로나 위기를 맞으며 그 줄을 더 길게 만들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런 상황이 되었을까?


그것을 대답해 주는 숫자는 없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새롭게 생계 보조를 받는 상황이 되었는지에 대한 숫자는 있다. 록다운 시기에만 8,000명이 늘어났다. 특히 스위스 남부 테신이나 프랑스어권 지방, 내륙 지방에서 많이 늘었다.


코로나 록다운 시기는 끝났고, 경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생계 보조를 받는 상황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제 불황이 시작되고 있고, 노동 시장의 상황은 더 어려워져 앞으로 2년간 75,000 명이 추가로 생계 보조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방 통계청의 가장 최근의 숫자는 2018년 말에 나온 숫자로, 당시 기준 생계 보조를 받는 사람은 약 270,000 명이었는데, 여기에 75,000 명 더해지는 것이다.


26개의 생계 보조 지급법


생계 보조에 관한 법은 칸톤마다 다르다. 몇몇 칸톤에서는 갚을 수 있는 상황이 되면 바로 생계 보조금을 다시 돼 갚아야 한다. 엘레나가 사는 칸톤 투루가우가 그렇다. 생계 보조 지원을 매력적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칸톤의 입장이 반영되었다. 그래서 생계 보조와 관련한 정책은 좌파든 우파든 사방에서 비판을 받는다. 좌파의 입장에서는 생계 보조금이 너무 적다는 것이고, 우파의 주장은 생계 보조를 받는 사람들이 공공의 세금으로 편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생계 보조에 대한 기본 지식


누가 받을 수 있나? 스위스에는 26종류의 생계 보조법이 있다. 칸톤에 의해 규정되기 때문이다. 전체를 다 살펴보는 것은 너무 복잡하다. 근본적으로 수입이 너무 적거나 아예 없는 사람, 저금한 돈도 없고, 집이나 아파트 같은 재산도 없는 사람이 실업 수당도 더 이상 받을 수 없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생계 보조를 받는다.


얼마를 받나? 생계 보조에서는 임대료, 의료 보험료를 내주고 매일 필요한 식료품과 옷, 위생용품 등을 살 수 있도록 일괄적인 금액을 정해 준다. 이것도 칸톤마다 다른데, 대부분은 대략 한 달에 1,000 프랑 정도다.


누가 그 돈을 내나? 그 비용은 칸톤, 게마인데가 부담한다. 앞으로 2년간 정말로 75,000명이 추가로 생계 보조를 받게 된다면, 생계 보조로 들어가는 비용은 지금까지 30억 프랑에서 40억 프랑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생계 보조 협회 Sozial Hilfe Konferenz는 추정한다.


생계 보조를 받지 않길 원하는 엘레나는 코로나 때문에 적어진 수입으로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인터넷에서 카리타스Caritas라는 단체가 한 부모 가정을 돕고 있으니 신청하라는 광고를 봤다. 창피했지만 전화해서 물어봤다.»고 엘레나는 말한다.


카리타스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중고용품점이나 저렴하게 장을 볼 수 있는 생필품 상점을 운영한다. 엘레나 역시 그곳 상점을 이용할 조건은 되지만, 상점이 너무 멀어서 교통비가 더 드는 상황이었다. 카리타스는 그녀에게 150프랑짜리 미그로 상품권과 80프랑짜리 리들 상품권을 보냈고, 임대료를 낼 수 있게 3천 프랑을 보냈다.


«한 번의 도움이었지만, 나를 살렸다.»


연방위원회는 코로나 위기 때 많은 원조를 약속했었는데, 근로 단축 지원금 외에 엘레나가 정부로부터 받은 다른 지원은 없다. 엘레나 예가 보여주듯이 사회 지원 단체나 교회 단체들이 이런 특별한 상황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그들은 평상시에도 정치나 행정 당국보다 가까이에서 저렴한 생필품 판매나 직업 찾기, 빚 상담 등 여러 방식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있다.


엘레나는 꼭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정부가 자신 같은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을 더 많이 하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겠지만, 아이 돌봄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니 경제적으로 나아질 수가 없다.


100% 일을 하면서도 돈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 소위 working poor도 있다. 의무 교육을 끝내고 직업 교육을 받지 않았거나, 퇴직 연령에 가까워 직장을 잃고 다시 취직을 못 한 사람들. 사람들이 가난한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고,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마 가난하게 자란 사람들이 가난한 경우가 더 많을 수 있다. 이민 또한 통계적으로 가난의 요소 중 하나다.

«과도기 연금»


60세 이상의 고용인이 직장을 잃고 실업 연금을 받은 후 생계 보조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퇴직 연령까지 지급되는 «과도기 연금» 제도가 현재 논의되고 있다. 관련 법안이 얼마 전 의회에서 가결되었는데, 이를 통해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 가난한 상황에 빠질 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이 가난하게 되는 다양한 원인이 있고, 사회 보장 시스템에 구멍이 있기도 한데, 그 구멍 하나가 메워진 것이다.


스위스는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사회 보장 제도 시스템이 잘 만들어져있는 나라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압력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에서는 «과도기 연금»을 만들고 다른 한편에서는 사회 보장 쪽 예산을 감축하려 한다. 칸톤 투르가우의 카리타스에서 일하는 사회 복지사 Sozialarbeiterin 자닌 리스트는 그에 대해 «가난한 사람들을 대변해서 로비하는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있다 해도 제약회사나 은행, 보험회사만큼 로비할 큰 돈은 없다»고 말한다. 수천 명의 사람이 생필품을 얻기 위해 줄을 선 뉴스 화면에 그리 놀라지도 않았다는 그녀는 그 화면에서 한편 긍정적인 면을 보기도 했다고 한다.

«그 사람들이 밝은 곳으로 나와 자신을 드러냈고, 그 뒤에 큰 연대가 이어졌다. 기증하고, 도와주고. 그런 면은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그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일 년 내내 있다.»고 리스트는 말한다.


코로나 위기는 그동안 대부분 숨겨져 있던 것들을 보이게 만들었다.


스위스는 얼마나 가난한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스위스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중의 하나라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그럼 스위스의 가난한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빈곤층이라 해도 될까? 엘레나는 자신의 상황을 외국 상황과 비교해 그보다는 낫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스위스의 빈곤층에 속하고, 연방 통계청에서 내놓은 수치에 의하면 스위스에는 660,000 명의 가난한 사람이 있다. 여기에 약 50만 명이 추가로 생계 보조를 받을 위험에 처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코로나 위기로 인해 생계 보조를 받는 상황이 되었다. 총인구 8백6십만 명 중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가난하다.

국가 부채가 많아져 나라 자체도 더 가난해졌고, 이로 인해 감축 재정 정책이 시작될 텐데, 감축 재정이 되면 사회 보장 제도가 바로 타깃이 된다.


하지만 누구도 빈곤층이 너무 많아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또한 누구나 코로나로 인해 빈곤층으로 떨어진 사람들이 다시 올라올 길을 찾길 원한다. 가난은 처한 당사자를 힘들게 만들 뿐 아니라 사회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가난은 사회를 분열시킬 수 있고, 심한 경우 마찰과 폭력이 생겨날 수 있다. 누구도 분열과 폭력을 원하지 않는다. 특히 정치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정치가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엘레나는 가난을 빠져나올 비상구를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돈 걱정을 덜 해도 되는, 힘들지 않은 삶을 꿈꾼다.

«예전처럼 월급도 다시 받고, 휴가도 가고, 고민을 너무 많이 하지 않으면서 음식도 주문하고, 그렇게 일주일이나 이주일 아무 걱정 없이 옛날처럼 호숫가에서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걱정 없는 휴가. 우리도 그런 휴가를 꿈꾼다.



윗글은 SRF Echo der Zeit의 편집부의 허가 하에 번역한 것이며 원본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www.srf.ch/play/radio/echo-der-zeit/audio/wie-arm-ist-die-schweiz?id=632356ff-bd0e-4167-b750-841be0a31b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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