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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부유한 나라의 거지 이야기 – 왜 스위스는 거지 문제를 그렇게 난처해하나?

바젤시에 있는 한 미그로 앞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기부해달라고 부탁하는 톰 리클린 Tom Riklin(53). 구걸이 금지됐던 때부터 몇 년째 거지 생활을 하며 정기적으로 같은 자리에서 구걸을 하는 그에게는 단골도 있다. 현재 바젤에서 그의 직업 «구걸»은 합법이다. 구걸 금지법이 사라졌고, 톰에게는 많은 경쟁자가 생겼다. 하지만 톰은 경쟁자가 많아졌다는 사실보다 얼마 전에 사라진 구걸 금지법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바젤의 정치가들 때문에 더 화가 난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 싸우는 칸톤이 바젤슈타트만은 아니다. 왜 부유한 국가 스위스는 거지 문제 때문에 그렇게 어려워하는 것일까? 이번 «Eichfach Politik»의 주제는 스위스의 거지와 구걸에 관한 이야기다.



바젤의 거지 톰 리클린

바젤에서 구걸하는 톰 리클린은 직업윤리도 갖고 있다. 그저 말없이 손을 내밀고 있지만은 않지만,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가능한 한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자리를 찾아 선다. 그가 공연이나 음악 연주를 하는 것은 아니다. 법적으로 거리 음악가와 거지는 다른 카테고리 안에 들어있다. 스위스 내에서 거리 공연은 허가를 받고 할 수 있다.

톰이 구걸을 해서 버는 돈은 최대 천 프랑, 그 외에 노인들 장바구니를 집까지 들어다주는 등의 작은 서비스를 해 돈을 벌기도 한다. 여기에 기초 연금에서 받는 돈 700프랑이 더해진다. 기초 연금은 건강보험비를 내주고, 노숙자 쉼터를 이용할 경우 숙박비도 내주겠지만, 톰은 쉼터보다는 거리에서 자는 것을 선호한다. 지붕만 있으면 된다. 가끔 교회 같은 따뜻한 장소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교회에는 전기도 있고, 인터넷도 있다. 커피를 내주는 교회 관리자도 있고, 부엌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런 호사가 따로 없다.»고 톰은 말한다.



아르가우에서 태어난 톰 리클린은 원래 플라스틱 기술 관련 직업 교육을 마쳤는데, 언젠가부터 마약에 빠지게 됐고, 마흔 살이 되었을 때는 돌아갈 길을 더 이상 찾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흔 살 때 직장을 찾기 위해 3년 동안 계속 이력서를 보냈지만 인터뷰를 보러 오라는 곳도 없었다. 그래서 포기했다»고 말하는 톰은 다양한 종류의 마약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슬슬 끊으려고 한다. 3-40년 했으니 이제 충분히 했다.»고 덧붙였다.


바젤에 나타난 외국인 거지

지난 7월 1일부로 바젤에서 구걸 금지가 해제되었다. 이제 톰의 직업 «구걸»은 바젤에서 합법이다. 하지만 구걸이 불법이었던 시기에도 톰은 경찰과 부딪힐 일은 없었다고 말한다. 구걸이 합법화되었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많은 새로운 거지들이 바젤 거리에 등장해 거지 사회의 경쟁이 심해졌다. 특히 루마니아 출신의 거지 떼, «로마»가 바젤에 등장해, 톰 같은 토박이 거지들이 곤란해하고 있다. «그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 집요하게 사람들을 귀찮게 하고 괴롭히는 방식으로 구걸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들을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들이 옆에 오자 노인들이 무서워하며 지갑을 앞으로 잡는 것도 봤다. 너무 파렴치하다.»


바젤 경찰과 노숙자 지원 단체 슈바르처 페터Schwarzer Peter에 확인한 결과 바젤에는 두 파벌의 로마 거지 대가족 약 50여 명이 있다고 한다. 슈바르처 페터 단체의 미셀 슈타이너 Michell Steiner는 새로운 경쟁자들이 토박이 거지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맞지만 상황이 정말 나빠진 것은 아니며 오늘날 대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구걸 문제가 다시 정치적인 쟁점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민투표를 통해 바젤 유권자들은 형법 위반 개정에 찬성했고, 그를 통해 구걸 금지가 해제되었다. 사실 당시 개정안에서 뜨거운 논쟁을 만들었던 것은 야외 공간에서의 «붐박스 금지»였다. 구걸 금지는 «붐박스 금지»라는 바람막이 하에 조용히 해제되었다. 패거리 형식의 구걸은 여전히 금지다. 이론적으로 한 명만 넘으면 이미 패거리지만,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구걸을 강요하고, 구걸해서 번 돈의 일부를 누군가에게 상납해야 하면 패거리 형식의 구걸로 치고, 이것은 불법이다. 문제는 대가족이 일당이면, 그들 사이에서는 여러 형태의 의존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구걸을 자발적으로 하는지, 강요당하고 이용당하는 것인지 증명하기가 어렵다고 바젤 사법부 주정부의원 바쉬 뒤어Baschi Dürr는 말한다. 현재 바젤 검찰청엔 구걸과 관련해 20개의 고소장이 들어와 있고,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바쉬 뒤어는 구걸금지법이 합리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실용적인 법이었다며 없애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톰은 경쟁자가 생겨 불편하긴 하지만, 구걸이 허용되어 자기 일이 합법이 되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돈을 달라고 사람들에게 물어 보는 것인데, 그것 때문에 벌금을 물어야 한다면 불공평하다.»고 톰은 말한다.


구걸이 불법인 14개의 칸톤

«바젤 사람들은 너그럽다. 베른 같은 경우 구걸이 허용되지만, 사람들은 굉장히 야박하다. 취리히는 자주 가지 않는다. 가면 반호프슈트라세 정도인데, 나쁘지 않다. 베른과는 확연히 다르다. »며 톰은 취리히 사람들이 후하다고 평가한다.


커다란 지갑을 가진 사람이 많아 후한 사람이 많기도 한 취리히는 사실 구걸하기엔 가혹한 환경이다. 구걸은 칸톤에 따라 규정되는데, 칸톤 취리히는 구걸을 근본적으로 금지하는 14개의 칸톤 중 한 곳이고, 구걸하거나 아이에게 구걸을 시키면 취리히 칸톤 형법Straf- und Justizvollzugsgesetz 9조항에 따라 벌금형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취리히에 거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취리히시 경찰에 불법 구걸로 신고된 건수가 작년 한 해 745건이었다. 취리히 경찰은 거지가 구걸한 돈도 압수한다. 하지만 신고를 받으면 대응할 뿐 거지를 쫓지는 않는다고 한다. 올해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현재까지 220건의 신고만 있었다. 칸톤 취리히 외에도 루체른, 투르가우, 상갈렌, 겐프, 봐트등에서도 구걸은 금지다. 로잔의 경우 구걸이 오랫동안 허용이 되어서 구걸의 메카로 통했지만, 격렬한 정치 논쟁 이후 금지되었다.


구걸이 자유로운 베른

칸톤 베른도 거지에 호의적인 칸톤에 속한다. 그렇다고 모든 곳에서 구걸이 허용된 것은 아니다. 가령 베른 중앙역 주변은 금지되어 있다. 또한, 베른 경찰은 외국인 거지를 철저히 감독해 해당 국가의 대사관으로 보낸다. 외국 거지를 돕는 것은 해당국의 일이라는 것이다. 베른 모델이라 부르는 이 방식 덕에 베른에서 패거리 형식의 구걸은 사라졌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베른시는 거지를 만났을 때, «아무것도 주지말고, 누구에게도 주지 말라»는 분명한 행동 지침을 만들어 공표했다. 톰은 이런 베른 사람들을 야박하다고 표현했다.


구걸은 인권?

톰은 달리 어쩔 수 없으니 구걸한다고 말한다. 누구를 해하는 것이 아니고, 그저 사람들에게 기부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인데, 이것을 금지해도 되는 것일까? 취리히 법대의 다니엘 모에클리 Daniel Moeckli교수는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국가가 인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며 구걸은 금지할 수 없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로잔에서는 구걸에 관한 다툼이 연방 법원까지 올라갔었고, 2018년 연방법원은 칸톤 바트의 구걸 금지법에 근거해 구걸 금지가 경제 활동의 자유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한 구걸 금지가 인간의 기본 자유권과는 관계가 없고, 거지의 경제 활동의 자유를 보증하는 것보다 공공의 안녕이 더 중요하다고 연방법원 판사들은 판단했다.


모에클리 교수는 «연방법원의 판결은 결국,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불편한 만남을 갖지 않도록 보호하겠다는 것인데, 진보 법치 국가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해받기 싫은 권리»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최종 결론이 스트라스브루의 유럽 ​​인권 재판소 (ECHR)에서 나길 기대한다. 현재 로잔의 구걸 금지법은 유럽 인권 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그곳에서 «구걸금지»에 반하는 판결이 나면 14개의 칸톤에서는 법을 바꿔야 한다.


유럽 이웃 국가들에서는 스위스 14개의 칸톤에서 통용되는 것과 같은 구걸 전면 금지는 없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에서는 헌법 재판에서 구걸 금지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결이 났고, 바티칸은 구걸이 인권이라는 입장이다. 프랑스에서는 집요하게 귀찮게 하는 구걸이 전국에서 금지되어있고, 휴가 기간에 관광객을 위해 제한적인 기간 구걸 금지 시행령을 내리는 도시들도 많이 있다. 연방국가인 독일은 칸톤 별로 제각각인데, 베를린같은 곳에서는 로마 거지들이나 아이들의 구걸을 감독하고 있고, 바이에른 주 같은 경우는 불법은 아니지만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스위스 같은 부유한 국가들은 왜 구걸 문제를 그렇게 난처해할까?

누구도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촘촘하게 엮여 있다고 자부하는 사회보장제도가 있는 스위스에서는 톰 같은 사람도 살아갈 수 있다. 700프랑의 생계보조비와 건강보험비가 기초연금에서 나온다. 하지만 스위스처럼 비싼 나라에서 그 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 돈이다. 톰이 돈을 더 벌고자 하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다. 그에 표현에 의하면 «기부를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 즉 구걸이 그 방법 중 하나인데, 어떤 칸톤에서 하느냐에 따라 합법이기도 하고 불법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직업으로 보지 않는 그 일을 톰은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 록다운 시기에는 수입이 없어서 톰에게도 힘들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나아졌지만, 사람들이 현금을 이전보다 훨씬 덜 들고 다니는 문제가 새롭게 생겼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카드기를 갖고 다니라고 말했다. 내가 갑자기 카드기를 꺼내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할지 보고 싶다.»

그 반응은 우리도 보고 싶다.


진행 발레리 바커 Valeri Backer, 취재 이반 산토르 Ivan Santor


이 기사는 «Echo der Zeit» 편집부의 허가를 받고 번역했습니다.

https://www.srf.ch/audio/einfach-politik/warum-tun-wir-uns-mit-dem-betteln-so-schwer?id=11846109

바젤 노숙자 지원 단체 슈바르처페터

https://www.schwarzerpete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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