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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글>담배 구매 연령과 전자 담배

최종 수정일: 2020년 2월 3일

스위스에서 몇 년 거주하다 보면 청정 알프스의 이미지를 잊게 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작은 나라에서 연방체제로 살다보니, 공격적으로 상품들을 쏟아내는 담배 업계에 대한연방 정부의 대응이 미비한 점이 그 중 하나입니다.


한국의 경우는 20세부터 담배 구매가 가능합니다. 스위스의 경우에는 칸톤 별로 담배 구입 제한 연령이 다릅니다. 열 세 개의 칸톤에서는 만 18세부터 담배 구매가 가능한 반면 (BE, BL, BS, JU, NE, NW, OW, SH, SO, TI, VD, VS, ZG), 열 개의 칸톤에서는 16세에 담배 구매가 가능합니다 (AG, AR, FR, GL, GR, LU, SG, TG, UR, ZH). 심지어는 제한 연령을 전혀 두지 않은 칸톤도 있습니다 (AI, GE, SZ). 칸톤 별로 이러한 규정을 두게 된 것도 새천년에 들어서고 나서부터입니다. 2011년만 해도 아홉 개의 칸톤에 담배구매 제한 연령을 두고 있지 않았습니다.

 

흡연이 건강에 유해하다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입니다. 최근 몇 년 간 한국에서도 금연 바람이 불어서 흡연자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말도 있습니다. 저처럼 누군가는 이런 세태를 환영하지만, 이를 가만 보고만 있지 않는 쪽이 있습니다. 바로 담배 회사들이죠. 초고도의 디지털화로 인한 인간의 일자리 상실을 걱정하는 요즘, 담배 업계에서도 이미 전자담배를 꾸준히 늘려오고 있습니다. 흡연의 대안책이라는 카피로 소개되고 있죠. 흡연자는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사람들이 아니라, 멋지고 깔끔하고 젊다는 이미지로 마케팅을 밀어부칩니다.

 

비흡연자도 담배곽이나 담배 한 개피가 어떤 모습인지는 다 알죠. 전자담배는 조금 다릅니다. 일례로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한 상품은 마치 문서 저장 용 USB 스틱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컴퓨터에 꽂아서 빛이 깜빡이며 충전을 하는 모습마저, 전자담배에 딱히 관심이 없는 비흡연자라면 그것이 담배의 한 종류인지 모르고 지나갑니다.

작년 한국에 특정 전자담배가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한국 정부에서 청소년 대상 판촉활동 등을 집중 단속해 청소년 흡연 유혹을 사전에 차단하도록 한 바가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벌써 전자담배로 인한 발병 및 사망자의 수가 늘어나고 있어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경우에는 청소년 흡연 방지를 위한 관련 규정 없이 전자담배가 도입되어 각 칸톤 의회마다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2018년 초에 니코틴 비함유 전자담배를 일반 기호 식품으로 스위스 국내로 수입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여기에 Thurgau의 한 전자담배 회사에서 니코틴 함유 전자담배 또한 일반 기호 식품으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하였고, 연방 정부가 이에 손을 들어준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2018년 5월부터 스위스 전역에 니코틴 함유 전자담배 또한 판매 연령 제한이 없이 전국에 판매되었습니다. 이후 같은 해 Sucht Schweiz에서 실시한 청소년 흡연 설문에서 15세 청소년 중 남성은 51%, 여성은 35%가 최소한 한 번은 전자담배를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하였습니다.

같은 해 가을부터 전자 회사들 및 Kiosk의 모회사인 Valora에서 자율적으로 18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전자담배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였지만, Lungenliga Schweiz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청소년 흡연 방지를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연방정부에서는 아직 전자담배에 대한 전국적인 규정은 따로 두지 않고 있지만, 현재 미국에서 보도되고 있는 전자담배 관련 사망 및 질환에 관한 사례를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019년 9월 연방위원회는청소년 대상 담배 광고 규율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현재 제시된 발의안은 너무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이 발의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입니다. 이 결정에 따라 연방 의회는 전국에 적용 될 연방 담배 법안 (Tabakproduktegesetz TabPG)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방 담배 법안이 실행되면 전자담배를 포함하여 일반담배 및 씹는 담배 구매 연령이 전국적으로 18세로 통일됩니다. 또한 청소년 대상의 담배 광고가 금지됩니다. 문제는 이 법안이 빨라야 2022년이 되어야 실행 가능하며, 현실적으로는 더 늦어질 것이라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각 칸톤에서는 전자담배 구매 연령에 대한 규정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초 Wallis를 선두로 현재 다섯 칸톤에서 전자담배를 포함한 담배 구매 연령을 18세로 규정하고 있으며 (BE, BL, BS, SO, VS), 세 칸톤 의회에서는 현재 동일 규정에 대한 논의를 거치고 있습니다 (AR, AR, TG).


*** 이 글은 객원 황효빈님의 글입니다.

황효빈님은 미국 엘에이에서 청소년약물방지 활동가로 일했으며, 현재 칸톤 취리히 중독방지센터(FISP)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사와 관련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좀 더 상세히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www.bag.admin.ch/bag/de/home/strategie-und-politik/politische-auftraege-und-aktionsplaene/politische-auftraege-zur-tabakpraevention/tabakpolitik-schweiz/entwurf-tabakproduktegesetz.html


https://www.bag.admin.ch/bag/de/home/strategie-und-politik/politische-auftraege-und-aktionsplaene/politische-auftraege-zur-tabakpraevention/tabakpolitik-kantone/abgabeverbot-tabakprodukte-kanton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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