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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글]클링엔슈톡 – 프론알프슈톡 파노라마 하이킹

클링엔슈톡 – 프론알프슈톡 파노라마 하이킹

(Gratwanderung über dem Urnersee)


들판을 뛰어다니던 야생마가 갇히면 이런 느낌일까? 일주일 동안 웨일즈의 들판을 맘껏 걷다 책상 앞에 앉아 자판만 치고 있으니 온몸이 땅으로 꺼지는 기분이다. 주말만 기다렸다. 매일 산장에 전화했다. 혹시 주말에 예약 취소된 방 있냐고. 산장 주인들이 우리 이름을 기억하고 용건을 말하기도 전에 방 없단다. 목요일 밤, 기적처럼 십분 전에 취소한 방을 낚아채는데 성공한 남편. 이뻐서 뽀뽀해줬다. 세상에 남편이 이뻐 보이다니. 5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아이에게 근사한 등산화를 사줬다. 이 신발이라면 에베레스트도 갈 수 있겠다고 바람을 넣었다. 등산 양말도 두 켤레 사줬더니 아주 좋아했다. 드디어 토요일이 왔다.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배낭을 챙겼다. 아이도 제 배낭에 가장 애정 하는 곰인형을 먼저 넣고, 잠옷, 속옷, 양말, 여벌의 티셔츠에 바지까지 야무지게 싼다. 사탕과 젤리도 배낭에 넣어줬더니 입이 귀에 걸린다.


오늘 가는 곳은 슈비츠(Schwyz). 차로 한 시간여 달린 후 애벌레 산악열차를 타고 슈토스(Stoos)라는 마을까지 올라간 후 스키 리프트를 타고 클링엔슈톡(Klingenstock)에 가서 프론알프슈톡(fronalpstock) 봉우리까지 걷는 일명 능선 트레일이다.


내가 애벌레라고 명명한 것은 슈비츠와 슈토스를 잇는 산악열차다. 생긴 건 애벌레 같지만 최근에 완공된 스피드 열차다. 공사기간만 14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전면이 유리로 된 네개의 원형 캐빈이고 한 칸에 34명까지 탄다. 평균 47도 경사, 1740미터 거리에 고도 744미터를 3분 만에 오른다. 눈 깜짝할 사이라서 내리기에 아쉬울 정도다. 특히 요금을 생각하면 더.



열차에서 내려 십오분 정도 걸어 스키 리프트로 갈아타고 클링겐슈톡 봉우리로 올라갔다. 겨울에는 자주 왔던 곳인데 스키 없이 스키 리프트를 타는 게 신기한지 아이의 기분은 최고였다. 발 밑에 보이는 소가 몇마리인지 세다 50마리가 넘자 포기했다. 등산로에 접어드니 사방이 탁 트였다. 바람도 솔솔~ 하이킹에 최적의 날씨다. 오른쪽엔 한국 진안의 마이산을 닮은 뮈튼산(Mythen)이, 왼쪽으로는 옥빛 호수들이 보였다.

들꽃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는데 무엇보다 아이를 즐겁게 한 건 색색의 나비들이다. 학교에서 배운 나비 이름을 일일이 외치고도 아이는 할 말이 뭐 그리 많은지 무척 수다스러웠다. 복잡한 일상에서 자연을 찾는 이유는 고요와 평화를 즐기기 위함인데 너는 어찌 이렇게 시끄러운 거냐고 한 소리 해도 아주 잠깐만 삐질 뿐, 다시 재잘재잘.


꽃이 이쁘다고 멈추고, 바위가 신기하니 봐야 하고, 소들이 길을 막아 기다리고, 통나무 벤치들이 보일 때마다 쉬어가느라 세 시간 거리가 네 시간도 넘게 걸렸지만 무슨 상관이람. Der Weg ist das Ziel이고 The Journey is the Reward인데. 하루 종일이라도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산장에 도착해 아이는 놀이터에서 놀고 우리는 레스토랑에 앉아 노을을 감상했다.


다음날. 산장에서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어제 온 길이 너무 좋아서 다시 되돌아갈까 하다 아이에게 무리이지 싶어 그냥 하산하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에는 어제보다도 더 소들이 많았고 잠깐 목을 축이러 들른 카페에는 염소들이 졸고 있었다.


걷는데 자꾸 아이가 넘어졌다. 어제 산행으로 다리가 풀린 모양이다. 그래서 더 걷게 하는 건 무리다 싶어 아이는 남편과 함께 리프트를 타고 어제 묵었던 산장으로 돌아갔다. 거기서 점심을 먹고 놀이터에서 놀다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고 나는 다시 능선길로 가서 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혼자 걸으니 재미가 없다. 꽃이나 나비도 그냥 지나치고 전망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낮이라 더웠고 일요일이라 사람도 많았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어 서둘렀더니 2시간 반 걸리는 길을 한 시간 반에 끝냈다. 수다쟁이 아이와 대머리 남편을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집에 돌아오니 저녁 7시. 먼지 묻은 등산화를 털려고 발코니로 가는데 너덜너덜한 식탁의자가 나를 부른다. 못 본척했다. 주말에 가구점 가려고 한 지 몇 주 짼가.


몇달 전, 아무 생각 없이 친구를 불러 점심을 먹는데 친구 딸이 "엄마 의자가 이상해" 해서 보니 의자 가죽이 떨어지다 못해 부스러지고 있었다. 미안해~ 하고 그나마 상태가 좀 나은 의자로 바꿔줬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당분간 손님 초대는 자제.



자려고 누우니 산에서 본 풍경들이 어른거렸다. 다음 주에는 어딜 갈까나...날씨가 좋아야 할텐데... 아이는 또 뭘로 꼬실까...남편에게 산장에 또 전화해보라고 해야지... 궁시렁궁시렁...음냐음냐...월요일 무셔...쿨쿨.





클링엔슈톡 – 프론알프슈톡 파노라마 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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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객원 최경아님의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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