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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글>황효빈-코로나 위기가 사회제도에 미치는 영향

한국의 생계급여에 해당하는 사회보조 제도(Sozialhilfe)를 통해 스위스 복지가 과연 잘 되어있는가에 대한 글을 지난번에 기고했었습니다. 이번에는 몇가지 최근 출판 자료를 토대로 코로나 위기가 어떻게 스위스의 사회 제도를 위협하고 있는지에 대해 쓰고자 합나다.



전 세계가 경험하는 코로나 위기로 신뢰할만한 사회/의료제도의 중요성이 전례없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헛점도 더 명확해졌구요. 마스크 착용만 봐도 정부의 입장이 불과 반 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서 정부 시책의 모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스위스를 비롯해 유럽 국가들이 겪은 대유행 신종 전염병은 백 년 전 스페인 독감 뿐입니다. 사스 메르스 신종플루 등을 최근에 겪은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해서 전염병 대비책 준비과정에 차이가 확연히 납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얻은 교훈이 큰 셈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파생되는 사회적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지난 봄 록다운부터 시작해서 언제 있을지 모르는 자가격리나 두번째 록다운 때문에 반드시 출근을 해야하는 직종들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동시에 반드시 출근을 해야하는 직종에 필요한 추가 인력 확보가 회사나 기관 관리자에게는 중요한 전략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런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는 사회를 기본적으로 지탱해주는 직종에 더욱 인력 충원이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어린이집 교사, 학교 교직원, 의료 분야 종사자, 간호/돌보미 종사자, 사회복지사 등이 여기에 속하죠. 사회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분야에 충분한 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 직종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고안된 사회 안전망 제도가 갖추어 있긴 하나, 이번 사태로 그 헛점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스위스의 사회 안전망 제도는 풀타임 직장에서 받는 수입과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 기초한 1920년대에 고안된 제도입니다. 올해로 백 살이 된 이 사회 안전망 제도가 보호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번 신종 감염병의 대유행으로 급격히 늘어난 것이지요. 특히 한부모 가정이나 파트타임 종사자 또는 개인 사업자들이 생계에 위협을 가장 많이 받고 있습니다. 다음달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내년에 대한 기대를 품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입니다.

이 중 여성 한부모 가정이 생계 위협을 가장 가까이 접하고 있습니다. 혼인법 (Eherecht)이 1988년에 폐지되었긴 하지만, 사회 제도 자체가 아직도 생계를 책임지는 아버지와 살림/육아를 책임지는 어머니의 전통적인 구도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육아는 개인 책임, 특히 여성의 책임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출산과 더불어 근무 일수를 줄이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여성 한부모 가정의 경우 생계 유지에 위협을 받는 경우가 많으며, 경력 단절 또는 낮은 연금 기여도로 인해 노후에도 빈곤의 그늘을 벗어나기 힘듭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일하는 부모, 유동적인 근로조건, 개인 사업자, 근로 유사 노동 (육아 가족부양 등)에 대한 사회보험 (Sozialversicherung)의 책임성이 일반 국민들에게 부각된 것입니다.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구조의 사회보험이 갖추어 질 수 있는지는 좀 더 많은 관심과 논의를 거쳐야 합니다.

문제는 사회 안전망 제도의 변화 속도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사회 변화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겁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보조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스위스의 사회보험 및 사회보조 제도는 굉장히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급격히 늘어나는 수혜자 또는 수혜 신청자를 위한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질 것입니다.

“개인의 책임”을 기본으로 한 사회정치계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전문 인력 부족과 이에 따른 비용 증가로 상황이 더 심각해 질 수 있습니다. 일례로, 록다운 가족 간 갈등이나 건강/재정에 관한 우려가 급격히 상승했지만, 전문 인력의 수와 비용이 준비되어있지 않았으므로 정작 실제 보고되거나 도움을 받은 사례는 감소했습니다. 그 후폭풍으로 파생될 새로운 사회 문제의 해결 비용은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다른 분야에서 떠안아야 합니다.

참고 자료

Soziale Arbeit Nr. 33, Oktober 2020, Hochschule Luzern

Beobachter, Nr. 20, 25. September 2020

황효빈님은 미국 엘에이에서 청소년약물방지 활동가로 일했으며, 칸톤 취리히 중독방지센터(FISP)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였습니다. 지금은 취리히 뷸라흐 장애인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으며, 한국 및 스위스 사회복지사 자격으로 스위스에서 한국어 심리가족상담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counselingsw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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