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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어느 편에 설 것인가?

6월 28일 업데이트됨

바젤시 정부에서는 이번 수요일에 구걸 금지 방안을 다시 표결에 부칩니다. 길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선의로 주머니에 남은 동전 몇 개를 줄 것인가, 아니면 그냥 지나칠 것인가. 정부에서 도와줄 것인가, 아니면 정부에서 아예 구걸을 금지할 것인가. 구걸은 생계를 이어가는 하나의 방법인가, 아니면 법으로 금지해야 하는가. 동전 몇 푼으로 개인의 도움을 받도록 둘 것인가, 아니면 정부를 통해 사회가 함께 도울 것인가. 어느 한쪽도 쉽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북서부 스위스 응용과학대학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 Northwestern Switzerland / FHNW) 에서는 스위스 최초로 노숙자 인구를 조사하는 연구를 2022년까지 진행 중입니다. 많은 나라가 노숙자에 대한 인구조사 자료를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반면, 스위스는 인구조사에 일정 주소지가 없는 노숙인을 아직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노숙인 비율 미국 0.17%, 덴마크 0.11%, 한국 0.02%).

이쯤 되면, 구걸인이나 노숙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쉽게 듣습니다. 구걸인과 노숙인은 주로 게으름이나 불결함, 무책임함으로 연상되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아무도 이들을 돕지 않고 구걸을 전면 금지한다면 그들은 어디에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이 골치 아픈 문제는 이제 잠시 접어두고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겠습니다.

지난번 기사에서 여성의 무보수 노동과 빈곤의 여성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양육과 살림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도맡아 하게 되는 여성의 시간과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나 사회적 책임 없이, 사별이나 이혼, 질병, 노년 등 단기적인 노력이나 개인의 힘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 경우, 남성에 비해 여성이 빈곤을 경험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임금 - 세금 - 연금으로 이어지는 사회보험 체계의 함정입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일시적 또는 장기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귀울여 볼까요? 전 세계를 뒤흔들어 놓은 이 사태에 각 정부는 각종 재난지원금이나 수입보충금을 지급했습니다. 개인의 노동 여부와 상관없이 필요에 따라 지원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돈보다는 개인의 안위가 우선으로, 일보다는 소득이 우선으로 여겨졌습니다. 각종 이해관계를 따지던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정책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건드릴 수 없다고 여겨졌던 원칙이 깨지고 있습니다.



그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무조건 받는다는 이 개념은 이미 수 년 전부터 기본소득이나 수당이란 이름으로 세계 곳곳에서 시범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는 기본소득과 지역상인 지원 사업을 결합해서 거주지 지역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현금카드를 지급하는 사업을 시행했고, 캐나다 온타리오에서도 기본소득 시범 사업을 현재 진행 중입니다.

사실 스위스도 같은 개념의 무조건 지급분을 이미 시행하고 있습니다. 바로 아동수당입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동 수에 따라 각 가정에 지급됩니다. 한국에서 몇 년 전 논란이 있었던 무상급식 제도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인구학적 요건만 갖추면 무조건 제공되는 수당이나 서비스는 자격 요건을 따질 때 들이는 시간과 노력, 나아가 전문 인력의 임금이 빠지게 되기 때문에, 더 신속하고 저렴한 행정비용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으로 인해 풀타임으로 일을 할 필요가 없게 되는 사람들이 남은 시간에 즐길 수 있는 가족과의 시간, 취미, 학업, 그로 인한 소비의 증가와 경제/사회 구조의 유동적인 변화에 대한 가능성은 아직 우리가 시도해 보지 않았고, 그래서 더더욱 상상하기 힘든 일상의 모습입니다.

스위스에서는 2016년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투표가 부결된 적이 있습니다. 스위스 국적이나 영주권자에 한해 성인 1인당 월 2500프랑을 지급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올해 내 연금 개혁이 통과되지 못하면 2년 후부터 노령연금 (AHV) 이 적자로 돌아서고, 정부 지원의 육아 시설이 전무하다며 유니세프의 비판을 받은 스위스에는 어쩌면 각종 사회 이슈에 대한 손쉽고 빠른 해결책일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이 빈곤층의 의존성을 높인다는 비판이 팽배한 가운데, 그에 대한 필요성도 더 강조되고 있습니다. 판데믹으로 인해 가계가 불안정해진 사람들과 안정된 연금이 보장되지 않는 사람들, 육아로 경력 단절을 경험하는 여성들에게는 기본 소득이 하나의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어느 쪽에 서 있는지, 10년 20년 후에는 어느 쪽에 서 있게 될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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