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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지움 학생 아빠의 김나지움 수습기간 극복기 (1부)

Tages Anzeiger 12.02.2019 – 편집 Paula Scheidt


«무슨 기간이라고?» «수습기간!»

우리 딸이 해냈다. 김나지움(인문 중고등학교) 시험에 합격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뒤에 닥칠 힘든 일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못했었다.

지난해 3월 26일 김나지움 시험 결과가 나왔다. 조깅하고 돌아오다가 동네 여자 아이의 엄마를 만났다. „벌써 우편함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라고 그 엄마는 물었다. 우편함 틈으로 겨우 편지를 낚아챈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봉투를 찢어 열고 읽었다. „다음과 같은 소식을 알릴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일단은 살았다,라고 생각했다.

점심때 딸 로타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시험에 합격했다는 말을 들은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곧이어 핸드폰을 갖고 와서는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 봤다. 이후 소식들이 날아들었다. 한나는 떨어졌고, 필립도 떨어졌다. 파트리시아는 합격. 로타는 자기가 합격했다는 사실에 행복해했다. 하지만 가장 친한 친구 엘라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읽었을 때 로타는 다시 한번 울었다.


편지에는 개학 날짜도 쓰여 있었다. 8월 20일. 그 밖에 „ 로타가 수습 기간이 시작될 때까지 시간을 잘 활용하길 바랍니다.“라고도 쓰여 있었다. 이 문장이 처음으로 나를 살짝 불안하게 했다. 사실 우리는 몇 달만이라도 쉬엄쉬엄 보낼 생각이었다. 6학년을 잘 마무리하고, 여름방학을 보내며 딸도, 부모인 우리도 좀 쉴 요량이었다. 김나지움 입학시험을 준비했던, 힘든 몇 달의 시간이 아직 우리 뼈속에, 아니 머릿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지난여름에 우리는 간단한 복습을 하며 준비를 시작했다. 로타는 그게 바보 같은 짓이고 불필요하다고 여겼다. 사실 아이는 6학년 때 성적이 좋았지만, 우리는 선생님이 독일어 문법을 그다지 즐겨 다루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짧게 말해, 로타는 독일어 문법에 대해 하나도 아는 게 없었다. 부사가 정확히 뭐야? 어떤 단어들이 명사에 속해? 그런 질문들. 인문 중고등학교(Langzeitgymnasium)에서는 불어, 영어, 라틴어등 문법이 많이 나오는 과목을 배운다. 특히 초등학교 불어 시간은 돌이켜보면 거의 프리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교과서도 교과서라기보다는 1 학년생을 위한 그림책 같았다고나 할까?


수습 기간이 시작됐다. 로타가 김나지움에 다닐 능력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5개월의 시간. 개학날이 기억난다. 이날 아침 부모가 동행할 수 있었는데, 곧바로 프로젝터를 사용해 학위 규정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각각의 마이너스 점수는 두 배의 점수를 받아야 상쇄될 수 있고, 마이너스 점수는 세 개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무슨 말이야? 만약 당신 자녀의 성적표에 한 과목 점수가 3점이면, 다른 과목 2개에서 5점을 받아야 한다. 며칠 후 학교에서 돌아온 로타가 쉬는 시간 교정에서 선배들이 1학년 생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무슨 기간이라고?“ 그 대답을 알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웃으며 되받아치기 위해서였다. „수습기간!“


로타는 수많은 책들을 집으로 가져왔다. 개학 바로 전에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편지가 왔다. 그 편지에는, 아이들이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달라,라고 쓰여 있었다. 특히 남자아이들의 부모들에게 당부했다. 그 나이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그런 문제가 덜 한 것 같다. 편지에는 시험 날짜를 잘 적어 놓으라는 것과 아이들이 숙제장을 쓰게 하라는 당부도 쓰여있었다. 우리는 곧장 로타의 방부터 다시 꾸몄다. 책들과 파일, 단어 연습을 위한 카드 등이 다 올라갈 수 있는 큰 책상을 들여와야 했다.


38번의 시험. 로타가 시험 날짜 리스트를 첫 주에 받았다. 그 리스트를 현관문 옆 가족 게시판에 붙였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그건 정말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 게시판은 집안에 들어서면 보이는 첫 물건이나 마찬가지다. 눈길이 끊임없이 이 위협적인 리스트로 향했다. 나는 이후 몇 달 동안 자주 이 긴 리스트를 마주해야만 했다. 로타와 아내가 잠을 자는 늦은 밤 대부분, 나는 로타가 충분히 공부했을까 걱정하며 보내곤 했다.


처음 2 주간은 시험이 없었다. 초기에 로타가 받은 충격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손을 들고 이야기하면 아이가 학교 생활에 능동적이다, 라는칭찬을 받는다. 반면에 김나지움에서는 아이가 말하는 내용이 옳은 지도 중요하다. 선생은 „루비, 네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게 아니라면 자꾸 손을 들지 마라.“ 라거나 „네가 손을 자주 들고 발표하긴 하지만, 네 답은 항상 틀린다"라고 말한다. 로타는 우선 그것에 익숙해져야 했다.


번째 블랙아웃

김나지움에 다닌 지 약 3주째 되는 어느 날 저녁, 로타가 정신없이 집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시험을 망쳤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완전 블랙아웃됐다고 아이는 말했다. 첫 라틴어 시험이었다. 얼굴은 빨개지고, 굵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나는 아이를 달래려 애썼지만, 동시에 속으론 나도 불안해지고 있었다. 한 주 뒤에 성적이 나왔다. 2,9. 진짜 블랙아웃이었나 보다. 그 성적은 수습기간 중 있을 다섯 번의 라틴어 시험 성적 중 첫 성적이었다. 그 전날 밤 우리는 모든 단어를 복습했고, a/o 명사 변화도 연습했다. 그게 도움이 하나도 안 됐던 것이다.



처음 한 달간 나는 집에만 돌아오면 아이에게 물어봤다. 오늘 무슨 과목을 공부했어? 로타가, 생물, 이라고 대답하면 내가 또, 공책에 노트했어?라고 묻고, 아이는, 응, 대답했다. 아이의 노트를 들여다봤고 노트에 생명의 나무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핵이 있는 단세포 생물이나 진핵 생물이 있어야 할 뿌리 자리에 그 나이 또래 여자아이들이 흔히 그리는 하트가 장식되어 있었다. 나도 빠르게 배워 갔다.


너의 친구가 아니라 선생님이야

김나지움에서는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 자립심을 요구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노트에 하트를 그리면, 선생님은 „색연필 내려놓고 이제 집중해라“ 라고 타이르는데, 김나지움에서는 „네가 이해를 못하면 그건 네 문제지“라는 태도다. 로타에게 초등학교 선생님은 거의 친구나 다름없었다. 로타는 선생님에게 새 남자 친구가 생겼다는 걸 알았고, 휴가를 어디로 가는지도 알았다. 선생님은 주말에 벌어진 일, 청소년 시절에 했던 기차 여행, 개와 말에 대한 애정 등 자기 얘기를 자주 해줬다. 김나지움에서는 선생님과의 이런 정서적인 연결이 없다. 로타는, 선생님들은 대게 재밌고, 항상 친절하고, 언제든 질문을 해도 된다고 말한다. 심지어 수업 시간 외에도. 하지만, not your friend.


초반에 우린 자주 검사를 했다. 아이의 성적이 더 올라야 한다 걸 알았다. 아이가 생물 수업 시간에 다섯 번 졸면 뒤 처진다. 수학과 라틴어는 놓치지 않고 계속 이해해야 한다. 그 말은, 아이의 수업 자료가 제대로 되어 있어야한다는 뜻이다. 저녁마다, 기하학 노트 좀 보여줄래, 라고 말했다. 그럴 때마다 로타는 짜증냈지만, 난 종종 노트에 뭔가 빠져있거나 잘 못 돼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가 잘 못 베껴썼다는 걸 알려줘야 했는데, 그러면 아이는 연습 문제를 잘 못 풀어서 전부 다시 해야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화를 냈다. 나나 내 아내에게도 또 다른 일이 추가되는 것이라 우리도 짜증이 났다. 분위기가 금세 험악해졌다.


파일들이 다 있는지, 아이가 필요한 자료를 다 갖고 있는지, 수업 내용이 깨끗하게 쓰여 있는지, 등을 끊임없이 검사하는 일은 처음에 엄청 힘들었다. 김나지움이 원하는 것은, 네가 배운 내용을 수업 시간 내에 이해해야 한다는 거야, 이해를 못하면 물어봐야지,라고 나는 밥상머리에서 자주 설교했다. (물론 그러는 동안 나 스스로가 바보 같다고 느꼈다.) 당연히 많은 아이들에게 그럴 용기가 없다. 아니면 자기들이 정말 이해를 한 건지 아닌지 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어른들도 가끔,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뭔가를 이해했다는 기분이 든다. 이케아 가구를 조립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마음을 안다. 제일 좋은 건 바로 그 수업 시간에 선생님에게 질문을 하는 거야, 라는 걸 로타가 깨우치게 하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건 쪽팔려,라고 아이는 말했다. 무슨 상관이야,라고 나는 소리 질렀다.


https://www.tagesanzeiger.ch/leben/gesellschaft/Was-isch-fuer-Ziit--Probeziit/story/10047422

다음 주에 2부가 이어집니다.

윗글은 Tagesanzeiger의 허가 하에 번역한 것이며 원본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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