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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의 바이러스

글 조윤희


7일-11일

2월 25일 스위스 테신에서 1번 확진자가 발생했고 3월 1일 연방에서 최초로 위생수칙 권유사항을 발표했다.

딸아이 해연이는 4월 봄방학 때 4년만에 한국에 갈 예정이었다. 대구에서 COVID-19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는데도 서울은 괜찮잖아, 죽어도 갈거야! 를 외쳤었다. 그래, 3월 지나면서 어떨지 좀 눈여겨 본 뒤에 결정해도 돼! 하고 달랠 때만 해도 내 일이 아니었다. 3월 7일에 더블린 영화제를 향해 갈 때만해도 아무 문제 없었고 더블린 템플 바와 거리에 꽉 차 있던 관광객을 보고 여긴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혀 퍼지지 않았나? 하고 찾아 봤을 정도였다. 역시 당시에는 10명 정도 확진자가 발표 되어 있었다. 9일 스위스로 귀국할 때 비행기 편수가 대폭 줄어들어 예약했던 취리히 직항편은 취소되었으니 뮌헨에서 경유하라는 안내가 왔다. 그것도 일행과는 헤어져서 다른 시간으로... 겨우 겨우 뮌헨 루프트 한자 창구에서 일행과 같은 비행기 편으로 바꾸고 함께 무사히 취리히로 돌아 왔다. 해연이는 한국행을 포기 했다.




12일-16일

연방 정부는 13일 1차, 16일 2차 COVID-19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한국 집에서는 조카사위 옆자리 동료가 테스트 중이라 조카사위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고 했다. 양성으로 결론이 날 경우 90세 노모부터 중증 고혈압 당뇨 환자 제부, 한살박이 조카손주까지 주르륵 자가격리에 들어가야하는 총체적 난국의 상황에 돌입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었다. 딸아이가 교사로 있는 학교에서 한 학생이 확진테스트 중이라 교사 학생 모두 잠재적 감염자일지도 모르고, 결과는 16일에 나온다고 딸아이한테 연락이 왔다. 3월 3일 만나고 여태 못 만난 딸내미, 당분간 만나지 말자고 결정했는데 갑자기 더 보고 싶어졌다. 13일 연방 정부 1차 발표 3시간 뒤 싹 다 털린 수퍼에서 다행히 배추만 남아 담글 수 있었던 김치와 짐을 가져다 준다는 핑계로 15일 일부러 딸내미 집으로 가서 우체통에 물건 넣고 창문으로 3분 얼굴만 보고 돌아 왔다. 얼굴만 봐도 좀 나았다. 이대로 모두가 격리되는 것인가! 덜컥 겁이 났다. 16일 조카사위도 딸아이 학교 학생도 다 음성 판정이 났다.


17일-현재

20일 연방 정부 3차 기자회견에서 외부 출입 전면 통제 직전으로 강화된 수칙, 추가경제보조금을 발표했다.

영국에서 공부하던 조카는 학교 측 입장이 '책임 못 지니 돌아가라. 시험 온라인으로 보게 해 주겠다'는 분위기이라 한국으로 귀국했다. 한국에서 다른 가족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2주 이상 자가 격리 해야 한다. 프랑스 한글학교 지인들은 매일 SNS 상으로 슬기로운 격리생활 시리즈를 올린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근로시간단축Kurzeitarbeit을 결정했다. 17일 직원들을 그룹으로 나누어(사회적 거리를 지키기 위해) 회사 임원들이 근로시간단축을 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회사 상황과 위생수칙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나는 동의했다.

스위스에서 가장 크다는, 평소에는 바글바글해서 짜증도 나지만, 항상 신선한 채소를 살 수 있어서 가곤 하던 글랏트 첸트룸Glattzentrum에 호기심으로 가 봤다. 유령의 건물이다. 미그로도 출입인 수를 통제하기 위해 중앙입구만을 열어 놓았다.


책 읽어야지. 스트레칭도 해야지. 혼자하는 산책은 아직 되니까 산책도 가야지. 냉동고 정리도 해가며 맛있는 거 해먹어야지. 즐거운 생각을 하려고 하고 사실 그렇게 호들갑 떠는 성격도 못된다. 애들이 다 커서 평소와 다를 것도 없다. 하지만 뭔가 내 앞에 다가 오고 있는 신중한 결단을 해야 할 때가 왔다는 예감에 사로잡힌다.

유발 하라리가 정리 했듯, 우리는 이 위기가 지날 때쯤 결단해야 할 것이다. 세계가 전체주의적 통제 시스템으로 가도록 둘 것인지, 시민 참여를 통한 시민권 강화 시스템으로 갈 것인지/ 내셔널리즘적 분리주의로 갈 것인지, 글로벌 협력 주의로 갈 것인지를.

https://www.ft.com/content/19d90308-6858-11ea-a3c9-1fe6fedcca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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