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부인

노아전 1,2, 3

이 봄에 "치기 까운 시회" 세 개를 소개합니다.

전시회 "부헨발트의 아이들" 프로그램 표지

노아전 1,2, 3

이 봄에 "치기 까운 시회" 세 개를 소개합니다. 라고 다정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제목으로는 너무 길다. 그렇다면, 뭐든지 어떤 식으로든 줄여 쓰는 지금 온라인 세상의 시민으로서, 나도 한번 과감하게 줄여서 노아전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시리즈물을 시작해 본다.


산책을 가듯

스위스의 일상 생활에 여러 장단점이 있지만, 큰 장점 가운데 하나는 산책 인프라가 뛰어나다는 것. 어느 동네나 산책로가 있다. 숲이나, 공원이나, 강가나, 개천이나, 심지어 도시 한 가운데 있는 묘지안에도 좋은 산책길이 있고 잘 관리되고 있다. 또 다른 종류의 산책 인프라도 있는데 동네나 도시 단위로 수많은 문화 전시 공간이 있고, 각양 각색의 전시가 계속 열리고 있어서 시민들이 언제나 다양한 정보와 예술 속을 여유롭게 거닐면서 문화적 감수성을 채워간다는 점이다.


"아프릴베터 (Aprilwetter)", 사춘기 마음처럼 변덕스러운 초봄의 날씨를 일컫는 단어다. 하늘이 말갛고 순한 얼굴을 보였다가 금새 흑구름, 차디찬 비바람을 몰고와서 새침을 떠는, 바로 요즘 날씨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시기에는 숲 속의 산책로보다는 근처 미술관, 박물관에서의 산책이 아무래도 나은 법. 하여, 이 봄에 놓치기 정말 아까운 전시회 1, 2, 3을 소개하려고 한다.


관전(展) 뽀인트

전시회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각 전시회에 대한 기자 나름대로의 관전 뽀인트를 제시하겠다. 내가 어렸던 혹은 젊었던 그 때에는 tv에서 스포츠 중계를 하면 아나운서가 항상 이 관전 뽀인트를 짚어주곤 했다. 觀戰하고 Point, 외국어 두 개가 붙어서 참 웃긴 단어인데 또 머리에 쏙 박히는 것이 재미난 단어라고 생각했다. 물론 전쟁을 보는 것도,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도 아니니까, 전쟁의 전은 빼고, 전시회의 전을 넣어서 관전(展) 뽀인트로 바꿔 봤다.


1. 추거베르크 산의 «부헨발트» 아이들


장소: Museum Burg Zug

기간: 21. November 2018 bis 31.März 2019

전시회 원제목: GEZEICHNET. DIE «BUCHENWALDKINDER» AUF DEM ZUGERBERG

박물관 링크: https://www.burgzug.ch/page/de/ausstellungen/sonderausstellung


부헨발트 수용소는 1937년부터 1945년까지 운영되었던 나치의 악명 높은 수용소 가운데 하나로 주로 독일 밖 외국에서 잡혀 온 수용자들이 수감되었던 시설이었다. 이 시설에는 주로 소련, 폴란드, 프랑스인 등이 감금되어 지냈으며, 운영되던 8년 동안 26만명이 살해되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수용소가 해방되자 스위스 한 구호단체는 이 수용소에서 풀려난 아이들 374명을 스위스로 초대해서 마음의 상처를 다시 치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중 107 명이 칸톤 추크의 추거베르크에 있는 청소년 시설, 펠젠에크 (Felsenegg)에서 지내게 되었다. 이 아이들이 그 곳에서 지내는 동안 남긴 스케치와 그림 등을 위주로 이번 전시회가 꾸며졌다.


관전(展) 뽀인트

2차 대전이란 흑백 사진과 영상으로만 보는 슬프지만 다행히 지나가버린 역사이며, 이제 슬슬 지루해지는 테마라고 생각한다면, 2주도 남지 않은 이 전시회를 서둘러 볼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스위스로 초대하는 프로젝트에 대한 배경 설명, 돌보던 선생님들의 증언 등도 생생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헨발트 아이들이 수용소에서 겪었던 경험을 그려내는 연필과 크레용의 꾸미지 않은 투박한 선들은 전쟁으로 초래되는 개인의 고통을 오늘 이 시간 한 줄 한 줄 날 것으로 소환해낸다. 그 생생함 앞에서 어찌할 지는 우리 각자의 몫.


2. 다음 정거장은 ‘‘열반“ 입니다. - 불교와 친해지기


장소: 취리히 리에트베르크 박물관

기간: 2019년 3월 31일까지

전시회 원제목: Nächster Halt Nirvana – Annäherungen an den Buddhismus

전시회 링크: http://rietberg.ch/nirvana


전쟁 따위의 인간사는 잊고 (혹은 극복하고) 열반에 들기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시회라고나 할까. 유럽인 혹은 스위스의 보통 사람들이 불교를 떠올리면, 젠, 요가, 웰빙, 결국 마사지 받을 때 울리는 공.. 정도의 피상적이거나 왜곡된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주말에 방문한 로샤흐 (Roschach)의 호수가에는 시다르타 부처 (Buddah) 라운지라는 커다란 술집이 있고 여러 사람들이 물담배 피고 있었다. 이렇게 유럽인에게는 여전히 매우 이국적인 종교, 불교에 대해 한번 진지하게 탐구해보자는 의도로 열리는 전시회인 모양이다. 여러 개 불상을 죽 줄 세우거나 고서적을 늘어 놓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불교의 기본원리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다양한 스탬프 게임이나 활동을 통해 쉽게 이해 할 수 있게 구성한 방식이다.


관전(展) 뽀인트

어릴 때부터 불교에 대해서 많이 들어왔고 맘먹고 공부도 해 보려고 했지만, 뭔가 구조가 어렵고 복잡한 느낌인데다 제대로 알려면 한문도 많이 알아야 될 것 같은 부담이 있지는 않았는지. 그렇다면 이번엔 독일어로 한번 공부해 봐도 좋을 듯. 숲 속의 멋진 산사에서 느끼는 불교의 향기는 다음 번 한국 방문 때로 미루고 올 봄엔 미디어와 아이티 기술이 전달하는 단순 명확한 불교 이야기에 귀기울여 봐도 흥미로울 듯하다.


세바스치앙 살가도 – 창세기


장소: 디자인 박물관, 취리히 (Museum für Gestaltung Zürich)

기간: 2019년 6월 23일까지

전시회 원제목: Sebastião Salgado – Genesis

전시회 링크: https://museum-gestaltung.ch/de/ausstellung/sebastiao-salgado-genesis/


프랑스계 브라질 출신 세바스치앙 살가도 라는 사진 작가가 수 십년간 극지대나 깊은 오지 등 지구의 끝을 다니면서 촬영한 사진을 전시한다. 지구를 압도적인 아름다움의 창조물로 보고 붙인 제목만큼 웅장하고 감동적인 사진들을 전시회에서 접할 수 있다. 노출시간을 오래 주고 찍어낸 사진들 속에는 그 날의 공기와 그 공기 중에 떠다니던 감정마저 응축되어 펼쳐 보이는 듯하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 예민한 아름다움 탓에 자연이, 지구가 아름다운만큼 또 취약한 존재임을, 보호해야 하는 존재임을 은연 중 알게 된다. 누구나 멋진 사진 한 장 찍는 것이 일도 아닌 요즘, 이 사진 장인이 보여주는 수고와 노력과 사랑의 결과물을 보고 있자면 예술가로서 사진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해진다.


관전(展) 뽀인트


전시회 한 쪽에 마련된 영상실에서 빔 벤더스 (Wim Wenders) 감독이 촬영한 이 작가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계속 상영되고 있다. 보통 전시회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들어가서 잠깐 서 있다가 나오기 마련인데, 빔 벤더스라고 하지 않는가. 게다가 소파가 근사하길래 앉았다가 2시간 풀타임 다 즐기고 나왔다. 흑백 사진전에 맞게 흑백으로 촬영된 다큐영화의 영상미는 사진전에 뒤지지 않은 감동을 준다. 무엇보다 과거를 회상하며 읊조리는 사진예술가의 담담한 말투와 회한에 찬 표정이 인생의 이런 저런 것을 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뭉클함을 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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