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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는 빙하와 분데스플라츠를 점거한 기후활동가

«오늘같이 덥고 화창한 날에는 빙하가 대략 초당 40,000 리터가 녹습니다. 이런 날이 한 달에 2주 정도 지속하면 알레치 빙하는 한 달 동안 얼음 두께가 50cm 이상 줄어듭니다. 그 두 주동안 잃은 얼음 양을 보충하려면 겨울에 5m 이상의 눈이 내려줘야 합니다 » 라고 지난 9월 16일, 맑은 가을날 저녁 7시반 SRF 메인 뉴스에서 기후 전문가 다비드 폴켄은 말했다. 유난히 화창한 날이 이어졌던 코로나 시대의 봄과 여름이 지나가는 동안 빙하는 또 엄청난 속도로 녹고 있었다.


지난 월요일 새벽 기후활동가 수백 명이 연방의회 앞 광장 분데스플라츠를 기습적으로 점거했다. 연방의회의 정기 회기 마지막 주간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회기 기간 중 분데스플라츠에서는 시위와 집회가 금지되어 있다. 대화를 통해 시위대를 합법적인 공간으로 이동시키려 했던 베른시 정부의 노력은 무산됐고, 이틀 후 기후활동가들은 경찰력과 소방력에 의해 실려 나갔다. 거센 저항도 폭력도 없었고, 다행히 사상자도 없었다. 기후활동가들은 의회와 연방위원회가 항공 산업에 거의 20 억 프랑을 지원해줬고 스위스 국립 은행과 크레딧스위스 같은 대은행은 계속해서 화석 연료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한다며 비판했다.


빙하 국민 투표 서명 전달식 행사 중

기후 청소년이라고 폄하돼 불리기도 하는 기후활동가들이 외치고 있는 것은 화창한 날 엄청난 속도로 없어지고 있는 빙하가 보여주듯 청소년 세대의 내일 문제가 아니라 바로 오늘의 문제다. 스위스 연방 공과 대학 ETH Zürich 빙하학 다니엘 파리노티Daniel Farinotti 교수는 지난 5년간 스위스 전체 빙하의 10%가 감소했고, 우리가 지금 기후 변화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이번 세기말까지 거의 모든 빙하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빙하가 없는 스위스, 사라지는 남극과 북극

전 세계의 얼음이 얼마나 빠르게 녹고 있는지는 해수면이 얼마나 높아지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세기말까지 해수면은 1m가량 높아질 것이라고 예고되고 있다. 그로 인해 세계에는 수백 만의 이주민이 생기게 된다. 스위스가 바다에 면해 있지 않기는 해도 난민 문제는 몇 년 전처럼 전 세계의 문제가 될 것이고, 수 백만 세계인의 이동은 각 사회의 안정성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다.


중앙아시아나 히말라야 같은 지역에서 빙하는 큰 저수지와 같다. 스위스에도 빙하 물에 의존하는 지역이 많다. 비가 오지 않는 여름에도 그들에겐 빙하 물이 있다. 하지만 빙하가 사라지면 그런 지역엔 가뭄에 물이 아예 없는 지역이 된다. 산꼭대기가 더 이상 하얗지 않은 낯선 풍경의 스위스는 관광 엽서 사진이나 스키 산업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빙하학자 파리노티 교수는 곧 다가올 근 미래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 우리가 손 쓸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빙하는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도 계속 녹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략 2050년 이후 같은 먼 미래를 보면, 그때 상황은 정말 인간의 손에 달려 있는데, 우리 사회가 가령 파리 기후 협약을 따르는 데 성공하기 위한 단호한 대처를 할 수만 있다면, 이번 세기말까지 현재 빙하 양의 40%까지는 지켜낼 수 있다고 했다. 성공하면 40%라도 남는다.


다니엘 파리노티 연방공과대학 ETH Zürich 빙하학 교수

해법도 있고 아직 늦지도 않았다

지구 온난화의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한 새로운 정책과 법을 제정하는 정치적인 용기를 기후활동가들은 요구하고 있고 급진파 활동가들이 보기엔 여전히 느리고 보수 정당이 보기엔 너무나 급진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이산화탄소법

3년 동안 토론해 온 이산화탄소법 개정안이 지난주 상,하원에서 통과되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배출량의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완전히 개정된 이산화탄소법은 항공티켓세, 휘발유 및 난방유에 대한 세금, 기후 펀드 등이 포함되어있다. 거리로 나가 외친 기후활동가들이 전국에 녹색 물결을 일으켰고, 2019년 연방의회 선거에서 녹색당들은 역사적인 성공을 이뤄냈다. 녹색 자유당 하원의원 마르틴 보임레 Martin Bäumle (GLP / ZH)는, 이산화탄소법은 기후 청소년이 만들어 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가 이 개정안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개정안을 찬성한 녹색당과 기후 활동가들은 더욱 강력한 조치를 위한 투쟁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선언했고, 스위스 국민당 SVP은 이미 개정안에 반대하는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빙하 국민 투표

파리 환경 협약의 내용을 헌법 조항으로 넣자고 요구하는 빙하 국민 발안에 연방위원회는 지난 9월 2일 타협안을 제시했고 3개월간 실현 가능 여부를 테스트한다. 연방위원회는 빙하 발안의 기본 방향과 내용 대부분을 수용해 기후 변화가 최대 2도를 넘지 않도록 유지하기 위해,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해치지 않는 선까지 교통 부문에서 가능한 한 모든 화석 연료를 줄이고,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 수준까지 줄이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빙하 발안자는 2050년까지 국내 교통 부분에 사용되는 화석 연료를 전면 금지하라고 요구했었다. 발안자들이 타협안을 받아들이면, 타협안으로 국민투표를 하게 된다.


빙하 국민투표 서명 전달식

집회에 나가지 않고 환경에 기여하기

빙하학자 파리노티 교수는 집회를 위해 거리로 나가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세 종류로 정리했다. 첫 번째는 온실가스의 주범 교통 부분, 특히 비행을 줄인다. 한국에 가족이 있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 잔인하게 들릴 수 있지만, 한국 외의 휴가 계획 시 실행할 수 있다. 두 번째 생활 분야, 예를 들어 지금 사는 집에서 아주 조금씩만 덜 난방하고, 집의 단열에 조금만 더 신경 쓴다면, 이런 작은 움직임이 전 세계적인 규모로 일어난다면, 우린 편의를 크게 포기하는 일 없이 환경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소비 태도다. 가령 내가 지역 우유 대신 아르헨티나 우유를 사 마신다면, 그 행위 하나로 온실가스 방출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런 소비 태도를 바꾼다면, 집회하러 나가지 않은 나도 기후활동가가 되는 것이다.

참고 기사

https://www.srf.ch/news/schweiz/klima-protest-in-bern-bundesplatz-nach-raeumung-der-klimademo-wieder-frei

https://www.srf.ch/news/schweiz/protestaktion-in-bern-klimaaktivisten-vor-dem-bundeshaus-wollen-die-ganze-woche-bleiben

https://www.htr.ch/story/raete-finden-sich-nach-drei-jahren-debatte-beim-co2-gesetz-28970.html

https://www.srf.ch/play/tv/tagesschau/video/tagesschau-vom-17-09-2020-mittagsausgabe?urn=urn:srf:video:77d52e01-e024-4766-8472-f979d3d1bf2e

https://www.economiesuisse.ch/de/artikel/ambitioniertes-co2-gesetz-vom-parlament-verabschiedet

https://gletscher-initiative.ch/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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