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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들아 오너라

글 객원 조윤희


2019년 6월 30일 김정은과 트럼프가 어깨동무를 하고까지는 아닐지언정 함께 JSA를 넘나들었다, 고한다.


동무들아 오너라 서로들 손잡고

노래하며 춤추며 놀아보자

낮에는 해 동무 밤에는 달 동무

우리들은 즐거운 노래 동무


동무들아 오너라 서로들 손잡고

노래하며 춤추며 놀아보자

비오면 비 동무 눈오면 눈 동무

우리들은 정다운 어깨 동무


이렇게 되는 것인가? 감개무량하면서도 조마조마하다.


나는 딱 오늘같은 날에 펼쳐 보는, 펼쳐 보고 싶은, 펼쳐 봐야만 하는, 세상 귀하디 귀한 책 한 권을 보관 중이다. 보관하고 있지만 정말 돌려드리기 싫은 책이다.




한 존경하는 선배님의 책이다. 지금은 잠깐 한국에 가 계시는 선배님께서는 불어권 스위스에 사실 때 방대한 한-스 관계 자료를 모으셨다. 벼룩 시장을 뒤지기도, 수소문 끝에 누군가를 찾아가서 얘기를 듣기도 하셨고, ‘’조윤희, 독일어 권에서 이러 이러한 것 좀 찾아 봐라! 야 야~~~ 내가 독일어는 까막눈 아니냐…… ‘’하고 채근하시면서 나의 무지를 일깨워 주시기도 하셨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JSA에서 약 200미터 떨어진 중립국 감독위원회 (Neutral Nations Supervisory Commission, NNSC)에는 우리의 동무들, 스위스 군인 5명이 정전 감시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1953년 7월 27일 오전 10시 정전협정 서명이 이루어진 후 최초로 파견되었던 스위스 군인들이 전쟁 직후의 한국에서 느낀 감상을 각각 적어 남긴 책이다. 몇 부를 출판했는지 선배님도 모르시고 나도 모르지만, 중국풍 문양의 비단천 장정본본, 한지 종이 사용, 붉은 잉크로 써넣은 손글씨 페이지 등을 미루어 보건대 많아야 몇십 부 내외를 만들어 당시의 중립국 감독위원회 회원들이 서로 기념으로 나누어 가진 것은 아닌지 짐작하게 한다.


선배님은 수소문 끝에 불어지역의 한 분을 찾아 내어 그 댁을 방문했다고 한다. 선배님이 방문하셨을 때는 중립국 감독위원회에 근무하셨던 스위스 분은 이미 돌아가셨고, 부인께서 ‘’이 책은 내게보다는 당신에게 더 중요한 자료인 것 같으니 당신이 가져 가세요.’’ 하면서 선배님께 선물하셨다고 한다.


불어권에 사시던 선배님은 한스 브리너(Hans Briner) 씨의 독일어로 쓰인 맨 첫 글이 너무도 궁금하여 내게 이 책을 주시면서 번역해 보내달라고 부탁하셨다. 번역본은 선배님께 메일로 보내드렸지만, 그 후 유엔 인권위원회에 근무하는 아내를 따라 부룬디, 캄보디아 등으로 다니신 선배님께 이 책을 아직 돌려드리지 못하고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2006년 3월 1일자 NZZ에서는 판문점의 살벌한 분위기를 몇 줄 적은 후, 스위스 군인이 상주하는 중립국 감독위원회의 <<스위스 클럽>>건물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반원형 지붕의 목재 막사 <<스위스 클럽>>에 NNSC 근무자들이 점심식사 전 전식을 먹기 위해 모인다. 한 구석에는 토속풍의 바가 있고 그 옆에는 당구대가 있다. 잠깐의 휴식시간을 위한 각종 독서자료, 특히 멀리 고향에서 온 자료들이 준비 되어 있다. 목재 코모데 위에는 조화롭게 미소짓고 있는 스위스 연방정부 구성원의 사진이 놓여 있고 비스듬히 맞은편으로는 책장이 놓여 있는데 거기에는 32권짜리 북한 원수 김일성 전집이 꽂혀 있고, 그 옆에는 북한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도 볼 수 있는 크기가 어머어마한 텔레비젼이 놓여 있다. 이 공간의 중앙에는 열을 잘 맞춰 길게 놓인 소파가 있어 그 깊은 쿠션으로 들어가 앉았다가 일어난다는 게 쉽지 않을 듯 하다. 여기서는 휴전선 양측으로 백만이 넘는 군인이 속속들이 무장해 대치하고 있는 경계지역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신속히 잊게 해준다. ‘’ << 한국의 잊혀진 스위스 군인>> 에서 발췌 NZZ 2006년 3월1일



당시 북한 쪽 중립국 감독위원회였던 체코슬로바키아 대표는 1993년 체코와 슬로바키아의 분리를 이유로 더이상 북한에 머물지 못하게 되었고 그 1년 뒤 북한은 폴란드 대표도 추방했다. 남한의 감독위원회인 스위스와 스웨덴 대표는 아직도 매 화요일 정각 10시 건물 T1에서 만나 3분이 채 안걸리는 형식적인, 상징적인 회의를 하고 각자의 막사로 돌아간다고 한다.


내가 유일하게 번역할 수 있는 독일어로 된 브리너 씨의 글에는 1953년의 숨가빴던 당시 현장이 그대로 묘사되어 있다. 생생한 포로 교환 모습, 양측의 긴장감, 언제 다시 발발할지도 모르는 전쟁에 대한 공포.


그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사람들은 사람들을 만나고 관찰하고 사진 찍고 그림을 그리고, 빨래를 하고 아이를 낳고 그랬던 모습들을 이 책에 담았다. 어쩌면 동무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2019년 6월 30일 김정은과 트럼프가 JSA를 넘나들었다.


안나동무가 JSA 막사 색과 똑같은 색의 옷장 문을 열고 리영호 아저씨에게 다가가는 한발짝을 내딛은 것인가? 안나에게는 이때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까? 평화는 오는가?


평화여 오라! 노래하며 춤추며 놀아보자!



<<안나 동무>> 신해섭 감독 영화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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