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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슈트라세의 귀신집

외국 번역서를 읽을 때 제일 불편한 건 낯선 고유명사다. 사람 이름, 거리 이름, 광장 이름, 건물 이름, 과자 이름등이 다 낯설 때 읽는 속도가 느려진다.


페트라 이바노프 Petra Ivanov라는 작가가 있다. 칸톤 취리히의 검사와 형사가 주인공인 범죄 소설 시리즈를 쓰는 작가다. 내가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설에 등장하는 고유명사가 반가워서기도 하다. Langstrasse의 한 클럽에서 인신 매매가 벌어지고, 취리히 중앙역 크리스마스마켓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하며 하루 종일 밥먹을 시간도 없는 검사는 틈틈이 Darvida를 먹고 가끔은 Rämistrasse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 Kronenhalle에서 진짜 샤갈 그림을 보며 밥을 먹는다.


내가 스위스에 오래 살긴 했나보다. 여기 그 유명한 랑슈트라세의 한 건물에 대한 기사가 있다. 나랑 아무 상관 없으면서도 반갑다, 괜히.


랑슈트라세의 귀신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 - 타게스 안차이거 2018년 12월10일 Lorenzo Petrò


랑슈트라세 Langstrasse Zürich 구역 한가운데 피아차 셀라 Piazza Cella 에 있는 집 한 채가 몇 년 째 비어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많은 사람이 오래전부터 소망해왔던 일이 벌어지려는 모양이다.


외벽은 그라피티로 뒤덮여 있다. 겉의 회벽칠이 얼마나 심하게 벗겨졌는지, 심지어 얼마 전에 시 행정부서에서 집 소유주에게 통행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 조치를 취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기도 했다. 취리히시 랑슈트라세 거리의 피아차 셀라 광장에 있는 그 집은 벌써 몇 년 동안이나 비어있다. 주택을 임대했던 사람들이 끊임없이 광란의 파티를 벌이자 7년 전 쯤 집 소유주는 건물 안 주택들을 사람이 살지 못 할 만큼 망가뜨려 놨다. 그 건물은 이후 „랑슈트라세의 귀신집“으로, 주변 구역의 가치가 올라가는 데도 용감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곳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다 쓰러져가는 발코니엔 조명이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들이 서 있다. 그중 한 나무에 „귀신집 종료“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임대가격 2000프랑 이하인, 방 2개에서 3개짜리 예쁜 주택 10채“가 지어진다는 것이다. 맞춤법이 틀리긴 했어도 뜻은 잘 전달하고 있는 현수막 양쪽으로는 두 개의 만화 귀신이 떠다닌다. 진짜 광고라 치기엔 너무 비전문적으로 보여, 온라인 매거진 Tsüri.ch 는 부동산 소유주의 재미없는 농담이거나 혹은 심지어 어떤 예술 행위가 아닐까 추측했다.


하지만 매거진 쪽에서 헤르기스빌 Hergiswil에 있는 그 건물의 소유주 출루미 주식회사 Zulumi AG에 전화한 뒤 의심은 사라졌다. 그 현수막 내용은 진짜라는 게, 그 회사 직원의 설명이다. 그의 상사가 그 집에 붙은 별칭„귀신집“을 재미있다고, 그걸 그대로 가져와 사용했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트리는 축제 분위기를 내기 위해 세웠다는 것이다. 타게스 안차이거 Tages Anzeiger는 어제 그 회사에 연락이 닿지 않았다.


100명의 매춘부가 있는 건물


집의 소유주이자 출루미 주식회사의 사장은 전 취리히 홍등가 업주 프레디 쇤홀체르Fredy Schönholzer다. 67세인 그는 70년대 섹스숍으로 부자가 되었다. 그는 학교 친구와 함께 오엘리콘Oerlikon에 있던 한 매점(Kiosk) 자리에 스위스의 첫 섹스숍을 열었다. 이후 그는 부틱 에로티카Boutique Erotica 체인을 만들었다.


쇤홀체르는 현재 부동산 거래를 주로 하고 있다. 그를 진짜 자산가로 만든 건 아마 그의 가장 큰 거래, 취리히 알트슈테텐Zürich-Altstetten에 위치한 라비츠케 구역Labitzke-Areals을 매매한 것일 것이다. 90년대 초, 페인트 공장이 운영을 중단했을 때 그가 공장 건물을 저렴하게 사들였고, 이후 공장 내부를 중소 자영업자나, 주거 공동체, 예술가 등에게 임시 사용할 수 있도록 임대했다. 2011년 쇤홀체르는 3천4백만 프랑을 받고 그 공장지대를 모비모Mobimo사에 팔았고, 그 회사는 그곳에 281채의 주택이 들어선 주거지를 만들었다. 2018년 봄 사람들이 입주했다.


쇤홀체르는 베른에서도 부동산업을 하고 있다. 베른 로라이네구역Lorrainequartier에 있는 한 집을 소유하고 있는데, 그 집은 2012년까지 약 100여 명의 매춘부가 영업했던 곳이다. 몇년에 걸친 법정 투쟁 끝에, 섹스 산업이 그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춘부들이 이사를 가야했다. 현재 그 건물엔 대안학교가 들어와 있다. 그건 대규모 증축계획에 중요한 열쇠 역할을 한다. 베른 레비기 로라이네Läbigi Lorraine연합의 정보에 따르면 베른 시가 그 건물을 사고 싶어 했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사는 벌써 시작했다


취리히 랑슈트라세에 있는 쇤홀체르의 집은 그 동네 협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눈엣가시였다. 비어있는 주택의 비율이 0.43%도 안 되는 지역에선 관청이 나서서 소유주에게 주택을 임대하라고 압력을 넣어야 한다는 것이 그 동네의 입장이다. 하지만 시 행정당국은 손발이 묶여있는 상태다. „그 집은 개인 소유다. 그 집으로 무엇을 할지는 소유주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라고 건축부서의 대변인이 얼마전 „취리히 시보”에 말했다. 피아차 셀라 Piazza Cella 광장 건너편에 있는 롱스트리트바Longstreet-Bar의 공동 소유주인 코니 프라이 Koni Frei도 쇤홀체르에게 이미 건물을 구매하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란트보테Landbote“ 신문은 밝힌다. 다른 사람들은 그곳에 호텔을 짓고 싶어 했다. 하지만 쇤홀체르는 다른 계획들이 있다. 2013년 이후 지층에 식당을 열기 위한 건축 청원에 허가가 나 있다.



몇 년간 비어있던 그 집이 이제 갑자기 빠르게 변화하려 한다. 2019년 8월부터 새로운 주택들에 입주 준비가 될 것이라고 발콘 현수막에 쓰여있다. 이 건물의 오랜 전력을 보면 그 계획이 실현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위 글은 Tagesanzeiger 편집부의 허가 하에 번역한 것이며 원본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www.tagesanzeiger.ch/zuerich/stadt/geisterhaus-an-der-langstrasse-lebt/story/3098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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