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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카르노에서 만난 송강호와 봉준호

지난 8월 12일 올해로 72회째 맞는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한국의 송강호 배우가 엑설런스 어워드(Excellence Award)를 받았다. 전 세계 영화계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배우에게 주는 이 상은 작년에 에단 호크가 받았고, 그 전에 줄리에트 비노쉬, 수잔 서랜든, 존 말코비치, 이자벨 위페르 등이 받았으며, 송강호 배우가 아시아 배우로는 최초로 이 상을 받았다.



엑설런스 어워드를 수상한 송강호 배우와 축하하는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올해 칸 영화제의 황금 종려상을 받았다. 스위스에서는 프랑스어 지역부터 시작해 8월부터는 취리히를 포함한 독일어권에서 <기생충>이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로카르노 영화제는 칸 영화제가 <기생충>을 선택하기 전인 5월에 이미 엑셀런스 어워드를 송강호에게 주기로 했다. „유럽 사람들은 송강호라는 이름을 모르지만, 그의 얼굴은 <괴물>이나 <설국열차> 등 봉준호 감독 영화나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국제 영화제를 통해 유럽 사람들에게 그의 이름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로카르노 영화제 집행위원장 릴리 앙스타 Lili Hinstin는 말했다. 자신의 선택이 자랑스럽고, 그녀에게 송강호는 세계 최고의 위대한 배우 중 하나라는 말도 덧붙였다.


로카르노 영화제 집행위원장 릴리 앙스타 (Lili Hinstin)

<기생충>의 배우와 감독에 대한 미디어와 영화제 관객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걸 증명하듯 그들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은 10분 단위로 촘촘히 짜여진 인터뷰 시간 내에 한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 애썼고, <기생충>이 상영된 영화관 la Sala 의 900석은 자리가 꽉 차 자리를 찾지 못한 관객들은 계단에 앉기도 했으며 8월 13일 야외 공간 스파지오 시네마에서 한 시간 반에 걸쳐 펼쳐진 토론회 역시 200석이 다 채워졌다. 일부는 밖에 서서 토론회를 지켜보기도 했다.


스파지오 시네마에서 열린 토론회


스파지오 시네마에서 열린 토론회

토론회 사회 올리비에 페어 (아르테 프랑스 대표), 봉준호 감독, 송강호 배우, 통역인

한국에서와 달리 마음 놓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가족과 함께 로카르노를 찾은 송강호 배우는 도착 후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로카르노를 천천히 둘러볼 여유는 없었지만, „스위스라는 나라가 깨끗하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여긴 정말 굉장히 조용한 게 너무 인상적이다. 그래서 잠도 잘 온다“며 환하게 웃었다. 공식 일정이 다 끝난 후 하루 이틀 주변을 둘러볼 계획이라고 했다.


동지이자 친구, 가족인 관계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


송강호 배우의 표현을 빌자면 그의 „동지이자, 친구이자, 가족“ 인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 배우를 축하하기 위해 로카르노를 찾았는데, 틈 나는 대로 송강호 배우의 사진을 찍거나 셀카를 찍었다. 그는 스위스와 독특한 인연이 있다고 했다. 2009년 뉴샤텔 Neuchâtel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스위스를 처음 찾았을 때 봉준호 감독은 영화제가 끝난 후 그저 우연히 들른 솔로투른 Solothurn에서 일주일을 머물렀다고 한다. 그 일주일 동안 산에도 가고 하릴없이 도시를 걷기도 하다가 작은 극장을 발견했는데, 자신이 2년 전쯤에 만든,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옴니버스 영화 <쉐이킹 도쿄>가 그 작은 극장에서 상영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아주 묘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무대 위 송강호 배우 사진을 찍는 봉준호 감독

누구나 로카르느 영화제의 가장 큰 매력으로 피아자 그란데의 야외 상영을 꼽는다. 8천 명이 앉을 수 있는 관객석. 유럽에서 가장 큰 스크린. 집행 위원장 릴리 앙스타는 „마법의 공간“ 같다고 표현했고, 봉감독은 „낮에 상영이 없는 시간에 잠깐 들러봤는데, 노란색 좌석이 쫙 깔려있는게... 그 공간 자체가 주는 묘한 흥분이 있다“며 8월 12일 시상식과 그날의 미드나잇 상영 <살인의 추억>을 볼 계획이라고 했다. <살인의 추억>은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배우의 첫 협업 작이다.


8천석 좌석, 유럽 최대 스크린을 자랑하는 피아자 그란데 야외 상영장

시상식 날 비가 온다는 예보에 대해 집행 위원장 릴리 앙스타는 „개막일 이후 비가 몇 번 내렸고 그때마다 걱정했지만, 관객들은 개의치 않고 우비를 뒤집어쓰고 영화를 봤다. 게다가 <살인의 추억>을 보기엔 정말 완벽한 날씨 아닌가. 영화제 시작 이후 비가 온다는 예보를 처음으로 반기고 있다“ 며 웃었다. „아마 다들 가고 영화를 만든 감독과 배우만 비에 쫄딱 젖어 보고 있는 상황이 되겠지? 비가 오든 어떻든 난 영화를 볼 계획“이라고 봉준호 감독은 말했고, „아니다. 우리도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라고, 기생충을 보고 나온 취리히 출신 발룸보 Walumbo 부부는 봉준호 감독의 팬이 됐다며 <살인의 추억>도 보러 가겠다고 했다.


비가 오면 로카르노 영화제 상징인 표범이 그려진 우비를 입고 영화를 계속 보는 것은 피아자 그란데 야외 상영을 더욱 로맨틱하게 만든다지만, 시상식이 있던 12일 내린 비는 우비를 입어도 단추 사이로 들어오는 비 때문에 온몸이 젖을 수 있고 아무리 큰 초대형 스크린도 몇 미터만 떨어져 있으면 보이지 않을 그런 비였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영화제 관계자는 비가 잦아들길 기대하며 객석을 준비했지만 결국 시상식 행사는 팔렉스포 홀 극장으로 옮겨졌다. 극장을 매운 수백 명의 영화 관계자와 관객, 살짝 잦아든 비를 맞으며 시상식 현장 중계를 시청한 피아자 그란데 극장 관객들의 환호 하에 송강호 배우는 엑설런스 어워드를 수상했다.


비속에서 객석을 준비하는 영화제 관계자

2019년 8월 12일 로카르노 팔렉스포 홀

송강호 배우는 „전통과 유서가 깊은 아름다운 로카르노에서 의미 있고 큰 상을 받게 되어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특히 이 자리는 그동안 존경하는 세계 최고 배우들의 자취가 남겨져 있는 자리라 더욱 감격스럽다"라는 수상 소감을 남겼다.


비가 오는 날 빨간 옷을 입은 여자만을 살해하는 연쇄 살인범을 찾는 형사들을 그린 영화 <살인의 추억>을 비가 오는 피아자 그란데 야외극장에서 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것이라는 기대는 비가 그치는 바람에 무산됐지만, 봉준호 감독은 거짓말처럼 청명해진 밤하늘 아래 자신의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영화가 끝난 후 관객석으로부터 날아온 외침 “Thank you director Bong!“. 봉준호 감독은 손을 들어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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