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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히터스빌의 핼러윈

물건이 다소 저렴한 독일 슈퍼마켓 체인점 리들에서 산 핼러윈 포장지 사탕 2kg 들이 한 봉지와 낱개로 개별 포장된 젤리 20개들이 두 봉지. 이걸 커다란 바구니에 담아 현관 옆에 두는 것으로 핼러윈 방문객을 위한 준비는 간단하게 끝냈다.


10월 31일이 다가오면서 핼러윈은 아이들 대화의 중심 테마였다. 무엇을 입고, 어떤 분장을 하며, 어느 거리의 누구누구 집을 방문 할 것인지,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그와 동시에 엄마들은 누구와 누구를 함께 보낼 것인지, 윈터 타임의 시작으로 5시반이면 깜깜해지는 저녁에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아이들을 거리로 내보낼 것인지, 어느 거리까지 허락할 것인지, 어른 중에서 누가 대표로 아이들 뒤를 따를 것인지, 작전을 짰다.


핼러윈은 유래는 분분한데, 오래전부터 아일랜드에 널리 퍼져 있었던 민속 축제였다고 한다. 미국에 이민 간 아일랜드 사람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고향 축제를 미국에서도 이어갔고, 시간이 지나며 전 세계 사람이 아는 큰 축제로 자리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도려낸 호박 안에 초를 넣은 유령 모양 등불로 상징되는 이 축제는 모든 성인을 기리는 대축일인 만성일 11월 1일 전날 밤에 펼쳐진다.



스위스 칸톤 취리히의 작은 마을 리히터스빌 사람들이 핼러윈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세 가지다. 영어권 나라에서 온 사람이 있는 가정은 고향에서처럼 핼러윈 축제를 즐긴다. „해피 핼러윈“ 하며 인사를 건네고, 호박과 거미와 거미줄 장식으로 집 안팎을 꾸미고, 어두워지면 호박 전등을 밝히며 초대한 친지, 혹은 그저 지나가는 이웃들에게 따뜻한 와인인 글뤼 와인과 케이크, 쿠키를 대접하며 파티를 한다. 모두가 스위스인으로 구성된 가족에게 핼러윈은 낯선 문화다. 저녁 내내 벨이 울리면 나가서 아이들을 상대해야 하는 성가신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집 안 전체 불을 꺼놓고 벨을 눌러도 반응하지 않거나 아예 외식 약속을 해 늦게 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 두 부류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기타 문화권의 이방인인 나 같은 사람들이 세 번째 부류다. 그들은 남의 나라에 와서 살고 있는 영어권 사람들에게 이방인의 동병상련을 느낀다. 나는 핼러윈 파티를 하는 이웃들을 축하하며, 스위스에서 설이나 추석을 즐기는 우리들을 그려본다.



고향 축제든 낯선 이방인의 관습이든, 어른들의 태도나 출신과 상관없이 아이들은 마녀, 뱀파이어, 해골 분장을 하고, 손에는 빈 손가방을 들고, 집집마다 달콤한 간식거리를 모으러 다닌다. 영어로 „Trick or treat“ 이라고 한다는데, 독일어를 쓰는 이곳에서는 „Süsses oder Saures!“라고 한다. 사탕을 주지 않으면 혼 내준다, 뭐 이쯤 되려나?


2019년 10월 31일의 방문객

우리 집을 방문한 지하 세계 존재들은 저녁 6시 무렵부터 8시까지 약 40명쯤 됐고, 우리 아이들이 모은 사탕과 초콜릿은 가족 모두가 크리스마스까지 나눠 먹을 수 있을 만큼 넉넉했다. 10월 31일 하루, 몇 시간 놀자고 산 마녀 옷과 해골 옷, 분장 크레용으로 3년을 버텼는데, 내년에는 준비 비용이 더 들겠다. 해피 핼러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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