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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클라우스가 오신다


<< 유치원 초대장 >>


De Samichlaus chunt! 사미클라우스가 오신다! 2018년 12월 2일 일요일 2시-4시,

숲속 작은집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마을을 방문하러 사미클라우스가 오세요.

분명히 할아버지는 뜻밖의 작은 선물도 가져오시겠죠! 할아버지는 어린이들이 들려주는 성경 구절이나 노래에 정말 기뻐하실 거예요.

모두 환영해요!


아이가 없을 당시에는 관심 없거나 그냥 지나치던 일들이 아이가 생기고 점점 챙겨주어야 하는 나이가 되니 엄마·아빠에게도 이벤트가 된다. 저번 순무 등불 행진이 그랬고 스위스 산타클로스인 사미클라우스(Samichlaus) 오시는 날이 그랬다.


사미클라우스는 성 니콜라스(Saint Nicholas)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성 니콜라스는 3세기~4세기 동로마 제국에서 활동한 기독교의 성직자이다. 스위스 글라루스 지역에서 11월 말에 시작되는 성 니콜라스와 관련된 풍습은 성 니콜라스의 날 전야(12월 6일)에 집중되어 있고 1월 초 아펜첼러 힌터란트에서 막을 내리는데 11월 말에서 12월 초가 되면 마을마다, 시마다 사미클라우스 관련 다양한 행사들이 많이 있다.(*)


빨간 겉옷, 빨간 모자, 얼굴을 덮는 하얀 수염까지... 우리가 기억하는 그 산타클로스 모습의 이 사미클라우스 할아버지는 보통 슈무츨리(Schmutzli)라는 험악한 모습을 한 사람과 함께 오시는데 착한 아이에게는 맛있는 과자를 나쁜 아이에게는 양배추를 주는 풍습도 있다고 한다. 슈무츨리는 우리네 어릴 적 나쁜 행동을 하면 물어 간다는 호랑이 같은 존재로, 말안들으면 슈무츨리가 12월 6일에 혼내줄 거라는 얘기를 듣고 자란 어른들도 있고 스위스 아이들 중엔 슈무츨리때문에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이번 12월 2일 우리 동네 사미클라우스 할아버지가 오신 날은 춥고 비가 꽤 많이 내렸다. 아이의 같은 반 친구네는 궂은 날씨 때문에 할아버지 만나러 가기를 포기했다. 아이가 기침을 해서 살짝 갈까 말까를 고민하다 따뜻하게 챙겨 입고 마을 숲으로 향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날에도 많이들 오나?’ 궁금했는데, 동네에서 숲으로 이어지는 몇 갈래 길들에 삼삼오오 걸어가는 가족들 모습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모두 비옷을 차려입고는… 대부분 아이가 3살 반에서 5살 정도쯤으로 보였는데 스위스 아이들답게 이런 날씨에도 사미클라우스 할아버지를 보겠다고 씩씩하게 그 숲길을 걸어갔다.


작은 호수 옆 오두막에는 이미 가족들로 붐비고 있었다. 자원봉사로 보이는 학부모들이 어른들에게는 글뤼바인을 아이들에게는 따뜻한 시럽 차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얼마 후 저 멀리 누가 봐도 확실한 사미클라우스 할아버지가 커다란 자루를 들고 당나귀와 함께 걸어오셨다. 아쉽게도 슈무츨리는 없었지만 할아버지는 아이들 눈을 하나하나 맞추며 악수를 하고는 오두막 옆 의자에 앉아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넌 이름이 뭐니? 넌 뭘 잘하지? 할아버지에게 노래 불러줄래? 이야기해 줄 게 있니? 아이들은 떨리는 눈동자로 할아버지와 얘길 나누기도 하고 직접 써온 카드를 건네기도 했다. 그 설레 하는 모습이라니. 우리 아이는 할아버지께 들려줄 얘기도 노래도 없었지만 아빠 모자에 땅콩과 귤, 초콜릿을 한 움큼 받아왔다.


책에서 본, 또 TV로 본 수많은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이야기들 중에 아이는 어떤 이야기를 마음속에 간직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눈을 맞춰주신 사미클라우스 할아버지 이야기가 따듯하게 남을 것만 같은 것은 엄마만의 기대일까? 선물만 주시고 홀연히 사라지시는 것보다는 좀 더 살가운 경험이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는 내년까지는 한 번 더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 표시 부분은 wikipedia와 MySwitzerland에서 참조하였습니다.

https://ko.wikipedia.org/wiki/%EC%84%B1_%EB%8B%88%EC%BD%9C%EB%9D%BC%EC%9A%B0%EC%8A%A4

https://www.myswitzerland.com/ko/winter-and-spring-customs-the-high-seasons-for-festival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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