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H

스위스 국적 취득하기

최종 수정일: 2020년 2월 21일

나는 아주 오랫동안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었다. 국적을 바꿀 수 있는 조건은 충족되었지만, 국적을 바꾼다고 나를 보고 스위스인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없을 것 같았고, 한국 여권으로도 비자 없이 대부분의 나라를 여행할 수 있었기에 그 필요성을 실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족의 국적을 한국이든 스위스든 하나로 통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로 여행 갈 때마다 나만 다른 여권 심사대에 서 있는 것도 불편했고, 무엇보다도 전쟁이나 비상사태 시 국적이 달라서 이산가족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있었다. 그래서 뒤늦게 스위스 국적을 취득하였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비상사태 코로나19가 우한에서 발생했고, 각 나라는 우한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고국으로 이송했다. 한국 정부 또한 우한 거주 한국인을 국내로 신속하게 이송하였다. 반면 스위스 정부는 자국민과 여행객이 우한에 있는데도 그들을 위해 어떤 특별한 대처를 하지 않았다. 순간 내가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게 잘한 일인지 후회가 되었다. 지인들과 모임에서도 이 이야기는 중요한 테마가 되었고, 스위스 국적을 취득한 한국인들은 스위스 정부에 적잖게 실망을 했다. 그래서 오늘 국적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스위스 국적 취득 과정은 일반 전형과 특별 전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 전형은 거주권 C (Niederlassungbewilligung C)를 가지고 있으면서, 10년 이상 스위스에 거주한 외국인이 대상이며, 특별 전형은 배우자가 스위스인이며 5년 이상 스위스에 거주한 외국인이 그 대상이다. 2018년에 변경된 법에서는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가족이 세대를 걸쳐 스위스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 그 3세대 자녀도 특별 전형으로 국적 신청을 할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두 전형 모두 지역 사회에 얼마나 잘 동화해서 살고 있는지, 스위스 형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적이 있는지 살펴보며, 언어 소통에 문제가 없는지, 스위스 역사, 정치, 사회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추고 있는지 시험을 보기도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다 충족되면 최종적으로 게마인데의 정기총회에서 국적 취득 여부를 결정한다. 칸톤 슈비츠에 있는 한 게마인데에서는 10년 넘게 취리히 공과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지원자를 지역 주민과 전혀 소통이 없었다는 이유로 국적 취득을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2월 9일 칸톤 아르가우(Aargau)에서는 국적 취득 관련 법안 강화 발의안에 총투표자 37.98퍼센트가 참여하여 찬성 101,716표, 반대 55,238표로 가결되었다. 이 발의가 통과됨에 따라 칸톤 아르가우에서 스위스 국적을 신청하는 외국인이 지난 10년 동안 생활 보조금을 지원받았다면 스위스 국적을 받을 수 없게 되고, 지원받은 생활 보조금을 환불했을 경우에만 다시 국적 신청이 가능해진다. 또한 국적 신청을 한 뒤에는 생활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연방에서 정해진 국적 취득 관련 기본 법안이 있지만, 칸톤과 게마인데마다 해석을 달리해 적용하고 있다. 특히 아르가우는 그 전부터 스위스 국적 취득이 다른 칸톤에 비해 까다로운 곳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 법안 통과로 스위스 국적 취득을 원하는 외국인은 칸톤 아르가우 지역을 회피할 것 같다.


나는 특별 전형에 해당하는 경우였다. 국적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한참 지난 뒤 경찰 2명이 집으로 찾아왔다. 일요일에 경찰이 가정집을 방문한다는 것은 분명 흔한 일은 아니다. 게다가 경찰이 왜 나를 찾는지 나 또한 궁금했다. 순간 내가 무슨 위법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경찰은 내가 스위스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지 - 위장 결혼으로 스위스 국적을 취득한 후 이혼하는 사람이 많았음- 그리고 스위스 정치, 사회, 문화를 잘 알고 있는지 여러 질문을 했다. 너무나 황당하고 개인의 가정사를 살펴보는 듯한 불쾌감이 있었지만, 경찰 또한 자신의 업무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A4로 된 국적 취득 인정 서류 1장이 날라왔다.


1978년 스위스 국적 취득 과정을 풍자한 영화 "Die Schweizermacher"가 상영되었다. 당시에 많은 사랑을 받았고 2010년에는 뮤지컬로 상영되기도 했다. 요즘도 가끔 스위스 방송사에서 이 영화를 재방송하기도 한다.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 영화를 보면 여전히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DIE SCHWEIZERMACHER (Trailer)


기사와 관련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좀 더 상세히 읽을 수 있습니다.

https://www.sem.admin.ch/sem/de/home/themen/buergerrecht/einbuergerung/ordentliche_einbuergerung.html

https://www.tagesanzeiger.ch/schweiz/standard/kantone-bauen-huerden-fuer-einbuergerungswillige/story/31274720

https://www.tagesanzeiger.ch/schweiz/standard/einbuergerungsbehoerde-von-arth-kassiert-rueffel-vom-bundesgericht/story/24657952

https://www.aargauerzeitung.ch/ausland/aargauer-volk-bestaetigt-hoehere-huerden-fuer-einbuergerung-136346371

조회 154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