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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사우나 세레모니 예찬 - Bad Ragaz Tamina Therme

더글라스 애덤스 Douglas Adams는 뭐든 35살 이후에 발명된 새로운 건 자연의 법칙에 어긋난다고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했단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게 어렵다는 거야 새로울 것도 없지만, 그의 그 말이 늘 절실히 떠오르는 순간이 있는데, 사우나 세레모니를 할 때다. 1년에 한번 크리스마스 방학 때, 1년간 씩씩하게 잘 살아왔다며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작은 사치인 사우나 세레모니. 난 그걸 30대 초반에, 큰 용기 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과감하게 시도해봐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더글라스 애덤스 말을 떠올리는 것이다.


사진 출처 Grand Resort Bad Ragaz AG

어둡고 은은한 조명이 있는 미니 소극장 같은 공간. 가로 세로 각각 1.5 미터쯤 되는 크기의 화로가 놓여있는 중앙은 뜨거운 열기가 시작되는 곳, 그리고 그 주위가 사우나 세레모니 마스터 (Sauna Meister)의 무대다. 벽을 따라 2층 3층 벤치가 사방에 있고, 그곳엔 관중이 자리한다. 꽉 차면 약 60여 명 정도가 앉을 수 있다. 커다란 신고산 배 정도 되는 크기의 눈덩이가 세 개씩 들어간 세 통의 양동이를 들고 나타난 오늘의 사우나 마스터는 잉그리드. 짧은 환영 인사와 곧 펼쳐질 사우나 세레모니 설명이 이어진다. 1차 자몽, 2차 유칼립투스, 3차 귤 아로마 증기가 기분 좋게 긴장을 풀어줄 뿐 아니라 호흡기 건강에도 좋고, 면역력에도 도움이 되니 입으로 숨을 깊이 들이 마셨다가 코로 내뱉으라 설명해준다. 세레모니는 약 10분에서 12분에 걸쳐 이루어지니 땀 많이 흘리고 즐거운 시간 보내라는 인사와 함께 은은한 팝 음악을 튼 잉그리드는 먼저 자몽 에센스가 들어간 눈덩이를 사우나 화로에 올려 깬다. 위로만 올라가려는 뜨거운 김을 잉그리드가 커다란 목욕 수건을 돌려 관중들에게 보내준다. 커다란 목욕 수건을 돌리는 모습은 스위스 국기를 이리저리 돌렸다 던졌다 하는 전통 놀이 국기 돌리기Fahnenschwingen를 닮았지만 수건이 돌아가는 속도는 국기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사진 출처 Grand Resort Bad Ragaz AG

언젠가 사하라 사막에 촬영 다녀온 선배에게 사하라 사막이 어땠는지 물었을 때, 그는 „뜨거운 헤어 드라이어 바람이 계속 부는 것“같은 날씨가 견디기 어려웠노라 했었다. 갑자기 훅하고 들어오는 열기, 잉그리드가 수건을 돌리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보내주는 뜨거운 열기는 사하라 사막의 열기와 비슷할까. 그곳의 열기 속엔 이런 향긋한 물기는 없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온몸의 땀구멍을 열고 지난 한 해 동안 차곡차곡 쌓아놨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다. 짜릿하다. 한 시간에 한 번씩 있는 사우나 세레모니 시간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리는 걸 보면 여기에 열광하는 게 나만은 아닌 듯싶다.


예전엔 집 근처에도 이런 세레모니를 해주는 사우나가 있어 반나절 정도만 시간이 나도 갈 수 있었는데 그곳이 회원제로 바뀐 이후 난 일 년에 한번 하루 코스로 차를 타고 한 시간쯤 가야 하는 바드 라가츠 Bad Ragaz 로 사우나를 가고 있다. 목욕을 뜻하는 단어 “Bad“가 보여주 듯 바드 라가츠Bad Ragaz는 온천욕과 그에 따른 요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온천탕은 3세 이상이면 이용할 수 있고 수영복을 입어야한다. 사우나는 12세 이상, 남녀 공용이며 누드존이다. 이미 40을 넘긴 내 친구가 이곳 사우나를 이용하는데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사진 출처 Grand Resort Bad Ragaz AG


https://www.taminatherm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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