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ungmiyou

어느 김나지움 학생 아빠의 고백 2부

여름 방학 후 아이들은 각각 부모를 대동해 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선생님이 로타를 진지하게 쳐다보며 물었다. „ 너는 네가 김나지움 학생이 되리라 믿니?“ 로타는 대답을 망설였는데, 나는 그저 겸손해서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러자 선생님이 아이에게 말했다. „어쩌면 너한테는 단기 김나지움이 더 맞을 것 같다.“ 분명히 악의로 한 말이 아니고 그저 선생님의 평가였는데, 어쩌면 심지어 현실적인 평가였을 것이다. 김나지움을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 중 어떤 아이들에게는 일반 중학교를 2년 다닌 후에 가는 단기 김나지움이 진짜 더 나은 해법이 되기도 한다. 많은 아이가 김나지움에서의 중압감을 견뎌낼 만큼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다.


사실 우린 딸에게, 먼저 일반 중학교에 간 뒤에, 네가 원하고 필요하다면 나중에 김나지움에 갈지 결정해도 된다고 설명해줬다. 아이는 우리 제안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이와 가장 친한 친구들이 모두 시험을 보겠다 하니까, 그렇게 되면 더이상 그 아이들과 같이 학교에 갈 수 없다는 생각에 아이는 겁을 냈다.


시험 준비는 곧 우리 가족생활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아이가 한 명 더 태어나서 가족의 구조가 확 바뀌는 것처럼, 우리 딸이 선생님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보겠다고 결정한 그 날부터 우리 가족의 삶도 변했다. 모든 것이 시험 위주로만 돌아갔다. 학교에서 긴 하루를 보낸 로타는 바이올린을 배우거나 댄스교실을 다녀온 후 저녁에 지쳐 집에 돌아온다. 먼저 약간의 반항을 하고 책상 앞에 앉는다.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숙이기 전, 먼저 사인펜으로 손에 낙서한다. 더 문제를 풀 수 없을 때 내가 아이 옆에 앉는다.


밖은 이미 오래전에 어두워진다. 나는 탁상등 빛에 비치는 작은 소녀의 얼굴을 보며, 그 아이가 내 설명을 따라오지 못할 때 점점 신경질적으로 변해가는 내 목소리를 듣는다. 물론 아이가 안 됐다. 그리고 그런 후에 난 늘 마음이 안 좋다. 어느 날 아침, 아이는 이미 학교에 있을 때였는데, 아이가 두 살 생일이었을 때 이모로부터 받았던 기린 인형이 침대 옆에 떨어져 있는 걸 봤다. 나는 이미 낡을 대로 낡아빠진 인형을 주워 괴물 같은 수학 문제집들 옆에 놓아두었다.


평행 사변형은 어떻게 만들지?



부모들은 초등학교의 웹사이트에서 학습 계획을 들여다볼 수 있다. 공식적으로는 학생들을 위한 것이지만 부모들에게도 분명 도움이 된다. 숙제와 학습 계획을 비교하다 보면 자꾸 빈틈이 보인다. 어떤 선생은 문법을 너무 등한시하고, 다른 선생은 기하학을 제대로 깊이 있게 가르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동시에 시험에 어떤 문제가 나올지 분명해졌다. 나는 인터넷 포럼을 찾아 읽고, 옛날 시험 문제들을 다운 받고, 아이들을 위한 학습 조언에도 몰두했다. 심지어 컴퍼스를 사서 연습도 했다. 평행 사변형은 어떻게 그리더라? 각의 이등분은? 매일 퇴근해 돌아보면 바로 시험에 나올 법한 문제를 내 것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나중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로타가 집으로 돌아오기 전에 내가 먼저 그것들을 통달하고 싶었다.


초반엔 분수 계산과 복잡한 나누기 문제 등을 풀며 어떤 짜릿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곧 시험공부로부터 잠시 도망갈 틈을 찾으며 퇴근길을 되도록 오래 끌려 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와인 한잔을 마셔야 저녁 시간을 좀 더 쉽게 참아낼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챘다. 장보러 가서 만나는 다른 부모들도 힘들다며 토로했다. „애들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시키고 있는 걸까요?“라는 문장도 종종 딸려 나왔다. 한번은 미그로 슈퍼마켓 계산대 앞에서 딸아이 같은 반 친구의 엄마와 내가 농담 삼아 서로에게 간단한 계산 문제를 내기도 했다. „열 사람이 244그램짜리 소시지를 각각 세 개씩 삽니다. 그럼 계산대 직원은 몇 살일까요?“ „시험때 봐요“라며 우리는 헤어졌다.


때때로 아내와 나는 로타에게 저녁 식사 중 불규칙 동사에 관해 묻기도 한다. Sinnen, sann, hat gesonnen... 이런 걸 아이들에게 요구하는 것 자체가 사실 바보 같은 짓 아닌가? 2018년에 사람들은 er habe nachgedacht (그가 곰곰이 생각했다)라고 쉽게 쓰지, 도대체 누가 er habe gesonnen(심사숙고했다) 라고 쓰겠는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우리 둘 중 하나가 다시 아이 방에 가서 앉는다. 딸과 거래를 한다. 수학 문제 세 개를 풀면 아이폰을 15분 쓸 수 있게 해준다. 로타는 분명히 피곤해 보이지만, 견뎌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슬슬 불신감이 우리 가족에 스며들었다. 냉장고엔 시험계획표가 붙어있고, 아내의 노트에서 난 아이의 점수를 발견했다. 내가 „로타, 화요일에 분수 시험이 있다“라고 말하면, „네네, 다 할 수 있는 거예요. 다시 한번 볼께요.“라고 로타는 대답하지만, 난 그 말을 정말 믿어도 되나 확신이 서지 않았다. 끊임없이 옛날에 들었던 바보 같은 속담을 떠올려야 했다. <믿는 건 좋지만, 확인하는 건 더 좋다.> 옛날 군대에서처럼 말이다.


미그로스 슈퍼마켓에서, 빵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어디에서든 다른 부모들을 만나게 된다. 소문이 한 바퀴 돌고 있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가 시험에 떨어졌을 때 일반 공립 중학교에 가게 되는 걸 피하기 위해 미리 예방 차원에서 사립학교에 신청했다. 일반 중학교에 가면 한 반에 다양한 아이들이 섞이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 실력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말들이 오갔다. 소위 중학 B반의 아이들은 일자리를 찾느라 바빠서 공부엔 관심을 덜 보인다고도 한다. 정말 맞는 말인지는 알 수가 없다. 여기저기 들어보면 각자 다른 의견이 있거나 다른 이야기를 얘기해준다. 그럴 수 있는 배짱만 있다면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10월에 로타는 문법 시험에서 3.75를 받았다. 나는 충격을 받았고, 실망했고, 좌절했다. „이럴 순 없어!“라고 아이에게 화를 냈다. „내 딸이?!“ 난 나 자신이 모욕을 받았다고 느꼈는데, 동시에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 선생님이 내가 독일어를 전공한 사실을 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선생님 보기 민망했다. 아주 비참한 기분이었다.


시험이 잘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예전에 난 이런 상황들에 여유만만하게 대응했었다. 한번은 로타가 프랑스어 시험공부를 하지 않으려 했다. 아이가 4점을 받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난 아이를 위로해 줬었다.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 주말이면 아이에게 작문을 하나씩 쓰게 했다. 내 관점에서 보면 학교 연습만으로는 너무 부족했다. 물론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내내 가능하면 많이 읽어야 한다고 요구됐지만, 작문은 또 다른 문제다. 시험에서는 작문 주제 3개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아이가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일이다. 나는 아이에게 몇 가지 전략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네가 직접 한 경험을 쓸 수 있는 테마를 골라라. 항상 과거형으로 이야기해라, 그게 제일 쉽다. 네 이야기의 하이라이트가 무엇인지 정확히 고민해라. 독자들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도록 애써라.

(다음 주 계속됩니다.)

기사에 나왔던 기출 문제 몇 개를 함께 싣는다.


비례 (난이도 최상)


모나코에서 열리는 포뮬러 원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

선수는 모나코 항구를 지나는 코스를 78번 돈다.

한 바퀴는 3.3km다. 56번째 바퀴를 돌 때 선두는 시속

250km로 달리고 있는 꼴찌를 두번째 추월했다. 꼴찌는

언제 처음으로 추월당했나? 선두는 얼마나 빨리 달리

고 있나? (시속, 소숫점 1로 반올림하라)




품사 (난이도 상)


문장에서 괄호 안에 쓰여있는 품사에 해당되는 단어를 모두 찾아라

a) Graf Dracula schläft den ganzen Tag lang und steigt erst nachts aus seinem Sarg. (명사)

b) Zwar ernähren sich Vampire bekanntlich von frischem Blut, doch unser Dracula verzichtet seit vielen Jahren darauf. (접사)

c) Er ekelt sich vor den Menschen, die er dazu beissen müsste, denn sie duschen sich für seinen Geschmack viel zu selten. (대명사)


윗 글은 타게스 안차이거의 허가 하에 번역한 글로 원본 링크는 다음과 같다.

https://www.dasmagazin.ch/2018/03/02/bekenntnisse-eines-gymi-vaters/?reduced=true

조회 46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