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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얼마면 충분한가

연금이 곧 소진된다는 말은 벌써 몇 년째 듣고 있습니다. 어쩌면 너무 많이 들었고, 아직은 너무 먼 이야기 같고, 너무 복잡한 계산법 같아서 흘려듣게 됩니다. 오늘은 내 자신 또는 내 가족이 은퇴 연령에 진입한다는 가정하에 연금 수령액을 직접 계산해보고, 연금 개혁으로 인한 크고 작은 변화를 짚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은퇴 후 연금 수령액은 이전 수입의 60%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본인의 연금을 직접 계산하고 은퇴 후 예산에 맞는 생활 방식을 장기간에 걸쳐 계획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스위스 연금 제도의 세 기둥>



노령유족 연금 (AHV)

스위스 연금 제도의 세 기둥 중 첫 번째 노령유족 연금 (AHV)은 한국의 국민연금과 그 성격이 비슷합니다. 근로 연령의 기여금이 동시대의 은퇴자에게 기본 생활비를 지급하는 개념입니다. 은퇴 이전의 평균 수입에 따라 연금 수령액이 차등 지급되지만, 개인의 연금 기여액과 연금 수령액이 항상 정비례하진 않습니다. 노령유족 연금은 연금 기여금으로 본인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 부의 이동을 통한 현재 노령인구의 기본 생활 보장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금 수령액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정해놓고 있습니다.


<노령유족연금 AHV>

나 자신 또는 가족 구성원이 올해 은퇴했다고 가정하고 2021년 기준 노령유족 연금 수령액을 살펴보겠습니다. 여기 노령유족 연금 월 수령액 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표의 왼쪽이 개인의 세전 평균 수입이고, 오른쪽이 지급되는 월 수령액입니다. 상황에 따라 노령 연금 (Altersrente)일 수도 있고, 장애 연금 (Invalidenrente), 유족 배우자 연금 (Rente für Witwen/Witwer), 유족 자녀 연금 (Waisen-/Kinderrente)일 수도 있습니다.

좀 더 정확한 예상 연금수령액을 보고 싶다면, 연금 계산기를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결혼한 부부의 경우, 두 명의 은퇴 연령과 평균 임금의 차이를 고려해서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날짜와 금액이 두 가지로 명시됩니다. 현 노령유족 연금법에 따라 최대 2년까지 이른 은퇴 또는 최대 5년까지 늦은 은퇴를 조건으로 넣어서 연금 수령액의 감소와 증가 여부도 볼 수 있습니다.


은퇴기금 (Pensionskasse)


연금 제도의 두 번째 기둥인 은퇴기금 (Pensionskasse)은 개인과 고용주의 기여금으로 이루어지며, 각 은퇴기금마다 기여금의 규모와 수령액 비율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각자의 연금증명서 (Vorsorgeausweis)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Raiffeisen 은행의 조사에 의하면, 연금 증명서를 받은 사람 중 44%는 그것을 대충 훑어보고 정리해두며, 4%는 전혀 보지도 않고, 1.3%는 받은 기억조차 없다고 합니다. 많은 분에게는 은퇴기금이 가장 큰 자산입니다. 그런데도 그저 어렵고 복잡한 것이라 치부한 뒤 막연히 국가에 대한 신뢰로 은퇴 계획을 접어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은퇴기금에서 매년 발행하는 연금증명서는 굉장히 다양한 정보를 숫자로 명시하고 있어서 일반인이 자세히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가 은퇴했을 때 또는 내 가족의 주 수입원이 은퇴 연령을 맞이했을 때의 연금 수령액을 직접 계산해보고, 그것으로 노년에 어떻게 살 수 있을지 가늠해 보는 것은 은퇴 후 삶을 미리 계획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은퇴기금 Pensionskasse>


연금 예상 수령액 계산

그럼 나와 가족이 은퇴했을 때의 연금 수령액을 계산해 볼까요? 우선 위에서 언급한 노령유족 연금 (AHV) 수령액 표 또는 연금계산기에서 예상 수령액을 찾아둡니다. 거기에 은퇴기금 (Pensionskasse) 예상 수령액을 더합니다. 은퇴기금의 연금 증명서를 보면, 일반 은퇴 연령 즉 65세까지 축적된 개인별 연금 규모 (Alterskapital im Alter 65)에 해당 연금기금에서 지정하는 변환율 (Umwandlungssatz)를 곱한 것이 연간 수령액입니다. 이를 12달로 나누면 매월 은퇴기금에서 받는 수령액이 되겠죠.


<은퇴기금의 월 연금 수령액 계산>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956년생 남성이 평균 연 수입 CHF 90,000을 유지하다가 올해 65세로 퇴직합니다. 은퇴기금에는 CHF 500,000이 있습니다.



참고로, 은퇴기금의 법정 최저 변환율 6.8%는 평균 연 수입 CHF 85,320까지 적용되며, 그 이상의 수입에는 은퇴기금마다 다른 변환율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금리를 고려하면 변환율 5%가 현실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은퇴기금 변환율 예시)

위 예시의 남성은 은퇴와 동시에 월 CHF 4,470으로 식비, 렌트비, 세금, 건강보험비 등 모든 지출을 충당해야 합니다. 이 경우에 무주택자 대상 1인 최저생활비 CHF 3,000를 넘었기 때문에 보조금 (Ergänzungsleistungen) 신청은 불가능합니다. 더군다나, 이 보조금은 보유 재산의 크기와 국적을 따지는 동시에, 사망 시 일정 수준의 재산을 자녀에게 남기는 경우 자녀가 부모의 보조금 환급 의무를 져야 하는 복잡함이 따릅니다.

가정의 주 수입원인 사람이 은퇴 전에 영구적으로 일할 수 없게 될 경우 받게 되는 장애 연금 (Invalidenrente), 그리고 사망하는 경우 사망 연금 (Todesfallleistungen)의 수령액도 이러한 방식으로 두 가지 연금 시스템에서 수령액을 산출하여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외, 은퇴기금에서 발행하는 연금증명서에 명시된 다양한 정보를 읽는 방법을 연습해두어 이직, 내집 마련, 추가연금 기여 등의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금증명서 읽기 예시)

혹자는 은퇴 후에 필요한 생활비도 줄어들고 생활 반경도 작아지기 때문에,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어떤 분은 스위스가 부자 나라이기 때문에 연금 제도가 어떻게 해서든 굴러갈 것이라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몇 년 전 세대 간의 격돌이란 표현까지 붙으면서 국민투표에서 기각되었던 연금개혁안이 있었죠. 그 연금개혁안이 재조정을 거쳐 2022년 1월 발효를 목표로 올해 다시 논의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2017년 연금 개혁안 투표 포스터>


AHV 21: 노령유족연금 안정화 개혁안

노령유족 연금 (AHV) 개혁안의 주요 내용으로는 첫째, 여성의 은퇴 연령을 1년 높여서 남녀 동일하게 65세로 조정하는 것입니다. 물론 조기 은퇴는 62세부터 가능하지만, 여성이 65세에 은퇴할 경우, 월 연금 수령액 또한 높아집니다. 노령유족 연금 개혁안의 자세한 내용은 여기 보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부가가치세 (Mwst)를 높여서 연금에 충당하는 것입니다.

연방정부가 연금 개혁안을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서두르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노령유족 연금 기금의 가계부를 들여다보면, 근로계층의 기여금 대비 연금 지급액이 적자가 되는 시점은 2023년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2년 남았죠. 이와 동시에, 연금수령자 대비 근로계층 비율은 계속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지급 예비금에만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BVG 21: 직장연금법 개혁안

은퇴기금을 규정하는 직장연금법 (BVG: Berufliche Vorsorge Gesetz) 개혁안은 좀 더 복잡합니다. 개혁안의 내용은 여기서 보시거나, 더 자세한 내용은 e 파일 또는 무료로 책자 우편 주문이 가능합니다. 직장연금법 개혁안을 간단히 살펴보면, 법정 최저 연금변환율 (Umwandlungssatz)을 6.8%에서 6.0%로 줄여서 연금 수령액 규모를 줄이고, 젊은 세대 (1973년 이후 출생자)의 기여금 비율을 높여서, 과도기 세대 (1958년 - 1972년 출생자)의 연금을 안정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기대 수명은 늘고, 근로 연령 가입자 대비 연령 수급자 비율이 늘고 있어서, 각 연금 기금마다 지속가능한 연금 운용에 대한 압박이 커졌습니다. 은퇴기금의 경우, 법정 최저 변환율이 보장되는 평균 연 수입 CHF85,320 이상의 가입자에 대해 각 기금에서 정하는 지급변환율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즉, 월 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것이지요. 위에 언급된 남성의 예시에서는 65세에 은퇴하여 87세가 되면 본인의 기여금을 모두 소진하게 됩니다. 그 이후의 수령액은 고스란히 해당 은퇴기금에 기여금을 넣고 있는 근로 연령 세대의 몫입니다.

직장연금법 개혁안에 따르면, 내년 은퇴 예정자까지는 (1957년 및 이전 출생자) 향후 금리 변동에 상관없이 은퇴기금 연금 수령액을 지금과 동일한 규정하에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도기 세대 (1958년 - 1972년 출생자)는 직장연금법 개혁이 없다면 지금과 같은 최저금리가 중장기간 지속될 경우 가장 큰 손실을 지게 되는 연령대입니다. 본 직장연금법 개혁안은 현 저금리가 지속하는 상황을 조건으로 구성되었으며, 만일 10년 안에 금리가 오르게 되면 과도기 세대가 져야 하는 세대 간 재분배 부담이 부분적으로 다시 증가하게 됩니다. 의회에서 과연 재검토를 통해 올해 어떤 대안을 내어놓을지 궁금해집니다.

직장연금법 개혁안에서 또 하나 괄목할만한 내용은, 파트타임 근로자 (Teilzeit), 특히 여성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연금 수령액이 너무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연금에 적용되는 조정공제액 (Koordinationsabzug)을 줄여서 근로 연령대가 실제 수령하는 임금의 규모를 높이도록 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추가 수입에 대한 계획

지금처럼 일반인들이 금융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 전례를 찾기 힘들다 합니다. 그만큼 쉴새 없이 바뀌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반증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더더욱 오랜 기간을 두고 은퇴 후의 삶과 재정에 대해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인의 재정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고 은퇴기금(Pensionskasse)의 규모가 크다면, 이를 매월 수령하지 않고 일시금으로 받아 운용하거나, 일시금 수령과 매월 수령을 섞는 방법도 있습니다. 부차적인 연금을 준비해 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것으로는 스위스 사회보험의 세 번째 기둥인 개인연금 (3.Säule) 입니다. 개인연금 중에서 3a.는 근로를 통한 소득세를 낼 때 가입이 가능하며, 연 CHF 6,883, 자영업자는 연 CHF 34,416 또는 세후 수입의 최대 20%까지 비과세 적용을 받게 됩니다. 3b.는 근로나 소득세와 관련없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연금 목적으로 가입할 경우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율과 은퇴 시 수령 방식은 가입한 금융사마다 다릅니다.

<개인연금 3.a & 3.b>


은퇴 후 근로를 지속하거나 불로 소득원을 미리 만들어 놓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사회보장법에 따르면, 월 CHF 1,400까지의 추가 수입에 대해서 세금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나이 들어서 가족이나 친구들과 한국에도 다닐 수 있을 정도의 건강과 인복, 재정이 뒷받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됩니다. 건강도 사람도 돈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지금부터 조금씩 배워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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