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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은 할리우드 영화 소재

1997년 가리 카스파로프(Garri Kasparow)는 컴퓨터와의 대결에서 패했다. 체스의 대가 카스파로프는 알고리즘보다는 과학기술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무서운 존재라고 한다.


지난 12월, 인공지능을 가진 프로그램이 상당한 능력을 선보였다. 제로(AlphaZero)라는 딥마인드(DeepMind)의 알고리즘은 수 시간 내에 체스를 자가 학습한 뒤, 인류가 체스에서 쌓은 모든 지식이 누적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체스 프로그램 스톡피시(Stockfish)와 대결했다. 100 번의 대결에서 알파제로는 28승 72무 0패의 성적으로 스톡피시에게 치명적인 패배를 가져다주었다. 전문가들은 알파제로가 초인적 능력을 얼마나 빨리 획득했는지 감탄했다. 전 체스 세계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는 인공지능의 발달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로잔 공대에서 주최하는 «Applied Machine Learning Days»의 일환으로 카스파로프를 만났다.


카스파로프씨는 1997년 IBM의 체스 컴퓨터 블루에 패했습니다. 체스가 오늘날 인공지능 개발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많은 과학자들은 체스를 사용하여 그들의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체스는 비교적 단순한 체계로 이루어져 있어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 연구를 위해 초파리를 유기체 모델로 사용하듯이 체스는 인공지능 분야의 시스템 모델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알파제로가 체스 프로그램 스톡피시를 휩쓸어 버리고 난 뒤 카스파로프씨는 과학 잡지 <사인언스>에서 알파제로가 본인처럼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스타일을 가졌다고 격찬했습니다. 알파제로에서 인간의 창의성을 엿볼 있습니까?

아닙니다. 기계에 «역동적» 또는 «위험한»과 같은 단어는 매우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합니다.


알파제로가 역동적이고 위험하며 공격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카스파로프씨가 직접 그렇게 쓰셨습니다.

물론 알파제로는 고전적인 체스 프로그램 스톡피시와는 다른 기계입니다. 그렇지만 알파제로도 여전히 승률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만약 알파제로가 체스말 하나를 희생하거나 이제껏 보지 못한 독창적인 방법으로 체스를 둔다면, 이것은 창의적인 플레이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분명 자신에게 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체스 컴퓨터와는 달리 알파제로는 체스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점이 제가 알파제로의 게임을 보면서 감동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체스 경기는 레벨이 높을수록 재미가 없고 기교적으로 변합니다.

알파제로가 그런 신화를 없애버렸습니다. 수준 높은 체스 경기도 흥미로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알파제로가 체스, 바둑 또는 다른 게임에서 이전의 프로그램보다 훨씬 뛰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전의 컴퓨터 프로그램은 원시적인 연산능력(rohe Rechengewalt)을 사용했고, 체스말 이동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데이터가 필요했습니다. 알파제로와 같은 시스템은 다르게 작동됩니다. 이 알고리즘은 게임 규칙만 알면 됩니다. 이 상태에서 혼자 게임을 하면서 자신의 데이터를 쌓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자가 학습을 합니다. 성능이 엄청나게 진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알파제로는 완벽한 체스 프로그램입니까?

아닙니다. 알파제로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알파제로의 데이터는 인간의 체스 지식과는 다릅니다. 우리는 알파제로가 생성하는 데이터가 인간의 지식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인간의 기존 체스 지식과 정보를 이용하지 않고, 인간이 만든 지침서 (Anleitung)를 바탕으로 스스로 데이터베이스와 지식을 구축하는 기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프로그램의 이점은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관점에서 사물을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체스 외의 다른 곳에서도 이득을 있을까요?

실질적으로 이 기계는 체스 규칙이나 바둑 규칙과 같이  *폐쇄적 체계(geschlossene Systeme)라고 규정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빛을 발할 것입니다. (*체스는 정해진 수의 말로 플레이한다. 말을 움직일 수 있지만 더할 수 없다. 바둑에서는 판에 말을 더할 수 있지만 움직일 수 없다. 이러한 게임을 폐쇄적 체계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학자의 새로운 도전은 이러한 폐쇄적 체계를 인식해서 기계에 적합한 규칙을 만들어가는 것이겠군요?

정확합니다. 인간과 기계와의 관계에서 우리의 역할은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기계가 어떤 관점에 집중하게 될지, 그런 기계의 관점을 똑바로 찾아내는 것이 우리에게 요구되는 역량입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뛰어난 기계 학습으로 언젠가 자율적인 존재가 되어서 인간을 위협할 것이라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이러한 두려움은 할리우드 영화의 소재이며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계들이 폐쇄된 체계에서 벗어날 가능성에 대한 징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비관론자들의 지구 종말론 시나리오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인공지능에 자신의 일자리를 뺏길 것이라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네, 실제로 위험에 처한 일자리가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감추지 않겠습니다. 실제로 이 문제와 관련된 사람들이 인공지능에 위협을 느낀다는 것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결국 우리 인류는 인공지능의 혜택을 볼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방사선처럼 의료진단에서 많이 논의되고 있는 사례를 살펴봅시다. 만약 인공지능 기계가 인간보다 의료진단 사진 해석을 더 잘할 경우, 기계는 인간 대신 몇 가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될 경우 수입이 좋은 일자리는 위태롭게 됩니다. 이것이 하나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의료사진 해석 비용은 더 저렴해질 것입니다. 스위스나 서방국가에서 일자리들이 사라지는 동안, 값이 비싸서 이러한 진료조차 받지 못하는 아프리카나 인도에 사는 수 백만 명의 사람 목숨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짜뉴스, 테이터를 이용한 모니터링,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이러한 알고리즘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무언가를 파괴하기 위해 항상 혁신적인 기술을 이용해 왔습니다. 문제는 기술이나 과학이 아닙니다. 기술과 과학은 중립적이고 불가지론적이며 도덕적이거나 비도덕적이지 않습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독재자나 갱스터, 테러리스트와 같은 나쁜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우리가 발명한 기술을 가지고 사람들을 해하기 위해 악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치적 사회적 문제이지 인공지능 자체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인공지능을 크게 배척하게 될까요?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기 전 새로운 파괴적인 기술이 전체 산업을 망쳐놓은 경우가 반복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발전이라고 합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화는 우리에게 도전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결국 그로부터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저는 20년 전 딥블루를 만났습니다. 세상이 끝이 아니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저에게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리 카스파로프에 대하여...

올해 55세인 가리 카스파로프는 전 체스 챔피언으로 아제르바이잔에서 성장했다. 2014년에는 크로아티아 국적을 획득했고, 현재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 1988년 그의 나이 22세에 최연소 체스 세계 챔피언이 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가 1996년과 1997년 아이비엠 컴퓨터 딥블루와 벌인 전설적인 대결은 인공 지능과 체스를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세계 랭킹 상위권을 고수하던 카스파로프는 2005년 프로 체스 플레이어로는 은퇴하고 러시아의 민주주의 운동에 참여했다. 2012년에는 뉴욕에 있는 인권협회 임원직을 맡았다. 카스파로프는 «우리는 왜 푸틴을 막아야만 하나. 러시아 민주주의 파괴와 그에 따른 서방세계의 결과», «딥 씽킹: 인공지능이 멈추고 인간의 창의성이 시작되는 곳 » 외에 여러 권의 책을 발간했다. 


윗글은 Tagesanzeiger의 허가 하에 번역한 것이며 원본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www.tagesanzeiger.ch/wissen/technik/die-angst-vor-kuenstlicher-intelligenz-ist-stoff-fuer-hollywood/story/20157390

Joachim Laukenmann, Tages-Anzeiger, 31.01.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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