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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한 삶과 존엄한 죽음은 기본 인권


조력 자살 단체 디그니타스 직원 인터뷰

인터뷰 진행 - 유영미


조력 자살 단체 „디그니타스 Dignitas“는 나에게 인터뷰를 허가해 주며 인터뷰한 사람의 실명을 공개하지 말아 줄 것을 요구했다. 그저 디그니타스 대표, 혹은 디그니타스 직원이라 불러 달라는 것이었다. 이름이 공개되는 순간, 그 사람이 한 말은 그 사람 개인의 것이 되고, 디그니타스라는 단체보다는 개인이 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디그니타스의 창립인 루드빅 미넬리 Ludwig Minelli씨는 1998년 창립 이후 „존엄한 삶과 존엄한 죽음에 대한 결정권은 인간의 기본 권리“라는 것을 알리고 인정받기 위해 싸웠는데,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디그니타스가 아니라 루드빅 미넬리씨만 보고 있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단체는 창립인 미넬리씨야 이제 어쩔 수 없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외부를 상대로 실명 공개 없이 디그니타스라는 이름을 걸고 의견을 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들의 뜻에 따라 오늘 이곳 스위스눈에 공개하는 인터뷰 역시 <디그니타스 직원과의 인터뷰>라는 타이틀로 싣는다.


디그니타스 직원과의 인터뷰


스위스에서 법적으로 허용되는 „조력자살“의 의미는 무엇인가?

조력자살은 자신의 고통과 삶을 끝내길 원하는 사람이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거나 열차로 뛰어드는 것과 같은 외롭고 위험한 자살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조건 하에 스스로 결정하여 가족이 동행하는 가운데 합법적이고 전문적으로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음에 이르는 것을 의미한다. 약 35년 전 스위스에서는 기존에 있던 법을 근거로 환자와 의사, 디그니타스 Dignitas나 엑시트 Exit같은 조력 자살 실행 비영리 단체가 협력하는 삼각 시스템이 구축됐다.


디그니타스 Dignitas 직원

조력 자살과 적극적인 안락사는 어떻게 구별되나?

조력 자살은 자살 동행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자신의 고통과 삶을 끝내길 원하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적극적인 안락사는 „요구에 따른 살인“으로, 의사같은 제삼자가 환자의 요구에 따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이다. 스위스에서 적극적인 안락사는 형법 114조에 따라 금지하고 있다.


자살 동행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디그니타스 - 존엄한 삶과 존엄한 죽음>에서 자살 동행을 원하는 사람은 먼저 협회의 회원이어야 하고, 두 번째로 의사의 진단서와 함께 자살 동행 신청서를 내야 한다. 이 신청서는 디그니타스뿐 아니라 디그니타스에 예속되어있지 않은 스위스 의사들에 의해 검토된다. 특히 진단서 등의 자료를 근거로 전체 상황을 고려해 의사가 약물인 나트륨 펜토바르비탈(NaP)을 처방할 준비가 된 경우에만 디그니타스는 조력자살을 실행할 수 있다. 그래서 죽음에 가까운 말기 질환이나 받아들일 수 없는 장애, 혹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있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어야 한다.



조력 자살이 행해질 때 환자는 마지막 행위, 즉 약물을 먹는 행위를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가 최소한의 신체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이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마감하겠다고 직접 결정하고 그 길에 디그니타스가 동행하길 원하는 사람은 몇 달에 걸쳐 진행되는 그 모든 준비 과정을 통틀어 삶이 마감될 때까지 당연히 판단 능력도 있어야 한다.


„디그니타스“, 즉 „존엄한 삶과 존엄한 죽음“은 어떤 의미인가?


디그니타스라는 말은 라틴어로 „존엄“이라는 뜻이 있다. 어떤 삶이 자신에게 존엄한 지는 누구나 스스로 결정한다. 계속 살아가는 데 무리가 없게 하는 나름의 방법을 갖고 있으면서 죽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일차 목표는 계속 살아갈 만한 삶의 질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그것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자신의 고통과 삶을, 자신에게 맞는 존엄한 방식으로 끝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그것이 꼭 자살 동행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살 동행일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이 이런 선택의 자유를 가져야 한다. <디그니타스- 존엄한 삶, 존엄한 죽음>은 20년 전 창립된 이래 다양한 법적인 선례 등을 통해 „마지막 인권“을 위한 국제적인 법 향상을 위해 성공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에 자살 시도 예방, 고통 완화 치료, 연명의료 계획서와 같은 대비책과 스스로 결정한 죽음과 관련해 포괄적인 상담도 하는 세계 유일의 단체다. 디그니타스는 각 나라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선택의 자유와 자기 결정권, 스스로 책임지는 삶의 마지막을 위해 애쓰는 세계의 많은 단체, 전문가들과 협력한다.


환자의 마지막을 어떤 방식으로 동행하는가? 그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예를 들어 연명 의료 계획서를 통한 대비책 관련 질문이나 고통 완화 치료, 조력 자살로 이어지는 과정 등 환자의 필요에 따라 전문적인 상담을 하며 동행한다. 디그니타스는 „정보의 등대“같은 역할을 한다. 그 말은, 우리가 절체절명의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포괄적이고 결과가 열려있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특히 조력 자살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는 가족과 친구 등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디그니타스 창립자의 말을 인용하면, „ 큰 여행에 걸맞은 준비 없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별 인사도 없이 큰 여행을 떠나서는 안 된다.“ 이와 관련한 결정권과 책임은 항상 그 개인에게 있다.


조력 자살 단체 디그니타스가 무엇보다 자살을 막고자 한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가? „끝을 향한 소망“을 가진 사람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가?

자살시도예방은 디그니타스가 제일 우선시 하는 일이다. 몸과 마음이 다친 사람이 버려지거나,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배려되지 않는다고 느끼면 어떻게 될까? 치료에 실패하면서 나아질 희망은 없고 끝도 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느끼면 어떻게 될까? 그 사람이 깊은 구멍 속 바닥에 앉아 오직 조그만 하늘, 그가 가고 싶은 바로 그곳, 그 하늘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면?


많은 현대 산업 국가들에서 높은 자살률과 그보다 더 높은 자살 시도 실패율을 보이고 있다. 스위스 연방위원회는 2002년 1월 9일 자살과 자살 시도에 관한 의회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근거로 보면, 자살 시도 횟수가 실제 성공해서 공식적으로 인정된 자살보다 10배에서 50배까지 많다고 추정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실패의 위험이 49:1까지 되는 것이다.


실패한 자살의 비극적이고 부정적인 결과는 특히

- 자살 시도한 사람에게 남게 되는 심각한 신체 및 심리적 상처의 높은 위험성

- 예를 들어 기관사처럼 의도치 않게 사고를 겪게 되는 사람의 심리적인 문제 발생

- 자살 시도와 죽음 후에 있을 가족과 친지의 심리적인 상처

- 사고를 처리하는 응급 구조대원이나 경찰관이 겪는 위험 상황과 정신적인 충격.

- 특히 자살 실패 후 남은 장애를 치료하는 비용 같은 공공 보건 부분에서 발생하는 높은 비용, 구급대원이나 경찰 등 국가 부담 비용과 경제 비용 등이 있다.


자신의 삶을 끝내고자 하는 사람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에게 다른 대안을 보여주고 싶으면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지 말고, 온정주의로 대하지도 말고 죽음을 타부화하지 않으며 원인을 객관적으로 의논해야 한다. 대화의 문이 열리면, 그 사람은 왜 삶의 질이 살아가기에 충분하지 못하다고 느끼는지, 왜 더 살고 싶지 않은지 터놓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참기 어렵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느끼는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끝내고 싶어 한다. 도움을 청하는 사람과 함께 이성적이고 실현 가능한 모든 해결법을 찾고 그에게 그 해법을 제공하는 것은 사회 전체의 과제다. 어떤 경우 이성적인 유일한 해법이 자살 동행(조력자살) 뿐이라는 결론이 난다고 해도 말이다.


세계에 있는 디그니타스의 회원 수는 얼마나 되나? 그 한국인은?

수치는 우리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되어 있다. 회원 수는 거의 매일 변하는데, 전반적으로 천천히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89개국 출신의 약 9천명의 회원이 있고, 그중 32명이 남한에 산다.


조력 자살을 통해 죽는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이 있다.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압력이 있고, 그 압력을 감아준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연구에 따르면 조력 자살을 신청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스스로 결정하며 교육을 잘 받은 사람들이다.


자신이 결정하지 못하고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은 자살 동행에 이르는 수개월 간의 복잡한 과정을 헤쳐나가지 못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자발적인 의지가 많이 필요하다.

보통 조력 자살을 이용하는 당사자보다 사랑했던 할머니, 아버지 등을 떠나보내는 가족들이 더 힘들어한다. 누가 사랑하는 사람을 기꺼이 떠나보내고 싶어하겠는가? 우리는 오히려 조력 자살을 선택한 당사자의 선택에 반대하는 가족들이 반대 압력을 넣는 경우를 많이 경험한다.

스위스에서는 약 35년 전부터 자살 동행이 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자살 동행의 수치는 전체 사망 원인의 약 1.5 %로 경미하다. 2016년에는 그 전 년에 비해 자살 동행의 수치가 줄기도 했다. 사회적인 압력은 없다. 사회는 오히려 삶에 있어서뿐 아니라 삶의 끝에 있어서도 더 많은 자기 결정과 선택의 자유를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자의식이 더 강해지고 더 개인적이 되어가며, 자신의 삶을 마지막까지 스스로 만들어 가고 싶어 한다. 죽음을 선택하게 만드는 압력이 있다면, 그건 만족스럽지 못한 돌봄 시설, 미비한 고통 완화 치료, 무시되는 환자의 소망 등에서 오는 압력이 있을 수 있다. 스위스처럼 조력자살이 가능한 나라들에서는 관련 시설이나 개개인에 대한 존중의 수준이 높고 디그니타스나 엑시트 EXIT같은 단체와 협업이 이루어진다.



스위스에서는 그 무엇도 무시되지 않는다. 다양한 지방 분권 민주주의 나라인 스위스에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언론과 깨어있는 사법기관이 있다. 모든 것에 대해 많은 토론을 하고 글을 쓴다. 그래서 좋다. 건강한 사회, 민주주의 국가는 어디든 그렇게 돌아간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늙어가면서, 고통받으면서, 죽어가면서 인간적인 관심과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사회의 일원인 우리는 함께 노력한다. 자기 책임과 자기 결정이 장려될 수 있도록, 개인과 사회의 안녕을 위해 노력한다. 디그니타스가 행하는 것이 각 나라의 보건 시스템에 통합된다면, 디그니타스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어떤 사람도 디그니타스를 찾지 않을 것이다.


조력 자살을 통해 „쉽게“ 죽을 있어, 죽음이 산업화된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조력 자살을 통해 스스로 결정해 자신의 고통과 삶을 끝내는 것은 오히려 스스로 개입하지 않는 다른 형태의 죽음보다 아마 더 어려울 것이다. 모든 생물처럼 인간은 „살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이런 자연적인 생명 보전 본능을 지능적이고 감성적이며 개인적인 결정 과정을 통해 소위 „급커브를 틀려면“ 더 많은 정신력이 필요하다.


그게 어떠한 경우라도 선택의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누구나 언제 어떻게 자기 고통과 삶을 끝낼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디그니타스가 2011년 유럽 인권 재판소 판결을 통해 성취해 낸 결과도 이와 같다. 어떤 결정도 하지 않는 것 역시 하나의 방법이다. 강요하지 않고, 관계된 모든 사람을 위해 안전하고 수준 높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짜 자유다.

현대 의학이 이루어낸 성과는 훌륭하고, 그 덕에 우리는 더 오래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의학은 어떤 경우에는 당사자가 자신의 삶이 살만한 가치가 있고 존엄하다고 느끼는 순간을 넘어서는 지점까지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유럽 인권 재판소는 이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의학 기술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시대에 많은 사람이 고령이거나, 자기 스스로와 개인 정체성에 대한 믿음에 모순될 만큼 신체적인 혹은 정신적인 붕괴가 많이 진행된 상황에서 계속 더 살아가라고 강요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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