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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근교 스키장 피졸(Pizol)

스키 방학, 봄 방학, 여름 방학, 가을 방학, 겨울방학. 칸톤마다 방학 기간은 다를 수 있지만, 스위스 학교는 일 년에 13주의 방학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이한 것은 스키 방학이다. 겨울 방학도 있는데 이렇게 따로 스키 방학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취리히 경우 스키 방학은 2월 중순에 시작하는데, 이때 쯤이면 어디든 눈이 있어 취리히 근교로도 스키를 타러 갈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은 부모와 함께 일주일 정도 스키 휴가를 간다.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등 학교 학생들은 학교나 단체가 주최하는 스키 라거(캠프)에 가기도 한다. 스위스 국내에서는 산악지역이라 스키장이 많은 칸톤 그라우뷘덴(Graubünden) 쪽으로 스키 휴가를 많이 가며, 국경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오스트리아 티롤(Tirol) 쪽으로도 많이 가는 편이다. 2주간의 스키 방학 동안 스키뿐만 아니라 다양한 겨울 스포츠 종목을 경험할 수 있다.

요즘처럼 날씨가 너무 좋아 스키를 타고 싶거나 겨울 산에 가고 싶지만, 휴가를 낼 수 없다면 어디로 가면 좋을까? 오늘은 취리히에서 하루 만에 스키, 스노보드, 겨울산 산행, 눈썰매, Airboaden(튜브로 된 눈썰매)을 즐길 수 있는 피졸(Pizol)을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가 피졸을 간 날은 2월인데 취리히 낮 기온이 15도까지 올라간 일요일이었다. 남편은 올해만 해도 아이들과 함께 2번이나 피졸에 스노보드를 타러 갔지만 나는 개인적인 일로 함께 가지 못했다. 중학교 1학년인 아들과 남편이 정상에 있는 레스토랑(Laufbodenstübli)을 매번 격찬해서 다음번에 꼭 같이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아직도 나는 먹는 즐거움이 중요하기에 스키 보다는 이 레스토랑에 현혹되었다.


취리히에서 쿠어(Chur) 방향으로 1시간 20분 정도 달리면 바드 라가즈(Bad Ragaz)라는 지역이 나온다. 고속도로 출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피졸 스키 주차장 있는데, 안내 표지판이 있기 때문에 쉽게 찾을 수 있다. 하루 주차비는 5프랑이다.

여기서 곤돌라를 타고 산으로 올라가는데 우리가 간 날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이어서 스키 타러 가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티켓을 사려고 많은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인터넷으로도 티켓 구매가 가능했다. 일반 리프트권 외에 스키와 여러 옵션이 포함된 콤비 티켓이 있는데, 이번에 우리가 산 티켓은 스키 온천 콤비 티켓이다. 원래 바드 라가즈는 온천으로 유명한 곳인데, 온종일 스키를 타고 피곤한 몸을 따뜻한 온천물에 담근다는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피졸 스키장에는 11개의 스키 리프트가 있고 29개의 슬로프가 있다. 그렇게 크진 않지만 중간 중간마다 다양한 레벨( blau, rot, schwarz)의 슬로프가 섞여 있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 때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산에 와서는 다 흩어져 붐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레스토랑들은 작았지만 여러 곳에 군데군데 흩어져 있었다. 이날 눈 상태는 좋았다. 한동안 많은 눈이 내려서 인지 눈이 적당히 쌓여 있었다. 슬로프도 넓어서 많은 사람이 몰려도 크게 상관없었다.

드디어 점심시간, 남편과 아들이 말한 정상의 레스토랑에 갔다. 야외에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고 주문받는 사람도 정신없었다. 자리에 앉은 후 한참 뒤에 주문을 받으러 왔다. 주문 후 식사는 빨리 나왔다. 이제껏 스키장에서 맛있게 식사를 한 적이 없다. 그래서 항상 무난한, 실패하지 않을 감자튀김이나 치킨 너겟을 주문하곤 했다. 이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스트로가노프(Stroganoff)를 먹었는데 고기가 부드럽고 간도 적당했으며 가격 대비(17프랑) 만족도가 높았다. 우리 옆 테이블에서 먹는 햄버거도 맛있게 보였다.


산은 해가 짧고 어느 덧 서서히 그늘이 생기며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스키 리프트들은 오후 4시까지 운행하고 곤돌라는 오후 4시 45분까지 운행한다. 피졸 스키장의 한 가지 단점을 말하자면 주차장까지 스키를 타고 내려갈 수 없고 올라올 때 타고 온 곤돌라를 다시 타고 내려와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오후 4시 15분에 곤돌라를 타고 내려왔다. 피졸 주차장에서 온천(Tamina Therme)까지는 차로 8분 정도 걸린다.


우리가 산 콤비 티켓으로 2시간 온천 이용이 가능하며, 시간이 추가될 경우는 4프랑만 더 지급하면 된다. 온천 안과 밖에 매점이 있어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 내가 추천하고 싶은 메뉴는 플람쿠헨(Flammkuchen)인데, 칼로리는 엄청나겠지만 온천 후 출출할 때 가족이 나눠 먹기 좋고 정말 맛있다. 우리는 하나로는 부족해 샐러드도 같이 먹었다. 온천 입구 오른 편에 Sushi Take away가 생겼는데 도시락통에 든 초밥이 38프랑 한다.


스키와 온천을 하루 만에 즐길 수 있는 피졸 지역. 내 마음에 저장.



피졸 스키장 홈페이지: www.pizol.ch

바드 라가즈 온천 홈페이지: www.taminatherme.ch


글, 사진: 신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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