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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리히 초등학교는 태블릿으로 수업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엄마들은 한결같이 „스마트 폰은 중학교 입학할 때“라고 외치며 버텼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세계처럼 스마트 폰 획득 연령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4학년인 딸 아이가 스마트 폰을 사달라고 조를 때부터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신종 언어가 그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그 세계를 향한 문을 열려는 딸아이 앞을 가로막으며, 일단 그곳에 널려 있을 위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나섰다. 다른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각종 신문, 잡지의 조언 기사들을 읽고, „청소년과 뉴미디어“를 주제로 한 칸톤 주최 세미나도 갔는데,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있는 학부모나 학교 선생님들 역시 우왕좌왕하며 그 세계로 향한 문고리를 잡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몰라서 두렵다고 막을 수 있는 흐름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다행인 건 교육계 역시 그 흐름에 올라타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제시하려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 <미디어와 정보 통신>과 관련한 교사들의 재교육이 이루어지고, 학부모들을 위한 세미나장이 마련되는 걸 보면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대응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게 확실하다. 취리히시에서 시 전체의 모든 5학년 학생들에게 태블릿을 사줬다는 다음 기사는 미디어 통신 교육에 대한 교육계의 방향을 시사해준다.


취리히 초등학교는 이제 태블릿으로 가르친다! Tages Anzeiger 11.12.2018


취리히시는 3,000대가 넘는 기기를 5학년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지난 여름학기부터 아이들은 그 기기를 갖고 공부한다. 이건 새로워진 학교 생활에 대한 첫 보고서다.



3,292.

취리히시 학교들이 디지털 미래로 향한 첫걸음을 떼며 나온 숫자다. 취리히 교육청은 지난 여름방학 시내의 모든 5학년생에게 3,292개의 태블릿을 전달했다. 그 중 21개는 알트슈테텐 Altstetten에 있는 크리에지벡Chriesiweg 학교의 알레시아 마이어 Alessia Meier 선생의 반으로 갔다.


12월 어느 오전 시간, 학생들은 교실 자기 자리에 앉아 있다. 모든 아이의 앞에 각자의 이름이 쓰인 까만 기기가 놓여있다. „ 모두 오늘 날짜에 로그인해라. 그 과제를 푸는데 주어진 시간은 5분이다“라고 마이어Meier 선생이 말한다. 학생들은 태블릿을 열고 스탠드에 세운다. 기하학 모형을 그에 맞는 개념에 따라 분류하는 게 주어진 과제다. 학생들은 마치 다른 방식으로는 공부해 본 적이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기기를 다룬다. „태블릿을 닫아“라고 마이어 선생이 말한다. 5분이 지났다. 모두가 그 말을 따른다. 마이어 선생은 후에 아마도, 아이들이 태블릿으로 공부할 때는 의욕이 넘친다고 말할 것이다. 사실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느껴진다. 공부하는 아이들의 의욕이 넘친다.


지난 8월 새로운 교육정책 <교육과정 21>이 도입된 이후 칸톤 취리히의 모든 5학년 교과 과정에는 매주 한 시간 „미디어와 정보 과학Medien und Informatik“이 포함된다. 이 새로운 과목은 미디어 이론 뿐 아니라 실제 디지털 기기로 작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며 그 작업에는 일상생활에서의 미디어 이용부터 프로그래밍까지 포함된다. 게다가 디지털 기기는 다른 과목 수업에 투입돼야한다고 한다. 취리시 시는 모든 학생이 개인 기기를 하나씩 갖도록 결정했다. 케이스를 포함한 12인치 윈도우 태블릿을 사는 비용은 2백8십만 프랑으로 기기당 848프랑이 들었다.


이주에 따른 어려움

교육청에 따르면 기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 그사이 많은 가족들이 이사를 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라고 시청 정보통신기술과 ICT 팀장 안디 헤스 Andi Hess는 말한다. 지난 여름 방학 이후 기기 자체의 문제가 발견된 건 220건이었고, 훼손이나, 손실, 혹은 기기의 도난 사건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몇몇 학교는 기기를 전달할 때 거창한 행사를 열기도 했다. 반면에 마이어 선생은 방학이 끝난 후 „학부모의 밤“ 행사가 있을 때까지 태블릿 수업을 시작하지 않았다.

„학부모들이 회의적일 것 같아 걱정됐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오히려 호의적이었다.


마이어 선생은 학생들과 기기를 교과서처럼 사용하기로 약속했다. 예외는 하나 있다. 학생들이 기기를 집으로 가져가길 원하면 먼저 허락을 받아야 한다.


크리에지벡Chriesiweg 학교 교실 칠판에 이번 시간의 주제가 분필로 쓰여 있다. „검색 및 찾기”. 마이어 선생이 아이들을 둘러보며, 이게 무얼 의미하는지 묻는다. 팔들이 번쩍번쩍 올라간다. „구글에 뭔가 써 넣는 것“이라고 마우루스Maurus는 말한다. 학생들은 검색엔진을 통해 어떻게 하면 빠르게 원하는 정보에 다다를 수 있는지 토론한다. 보통은 키워드만으로 충분하다는 걸 많은 학생이 이미 알고 있다. 마이어 선생이 칠판에 포스터 하나를 붙인다. „내일 취리히 날씨가 어떨 것이라고 예상되나?“ 라고 쓰여 있다. 아이들이 다시 기기를 연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어떤 목소리가 뒤를 잇는다. 두 여학생이 킥킥댄다. 곧이어 교실 곳곳에서 같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일기 예보 방송을 통해 알아보는 것도 좋다“라며 마이어 선생이 웃는다. 그리고 다음 과제를 내준다.



젊은 교사 마이어는 여름방학 전만 해도 이 과목을 가르치는 데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이번 학기가 시작되었을 때 그는 칸톤 내의 다른 많은 5학년 교사들처럼 아직 이 과목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었다. 추가 교육 강의에 대한 수요는 컸다. 어떤 교사가 취리히 교육 대학 Pädagogische Hochschule Zürich (PHZH)의 추가 교육 강의를 다녀도 되는지는 교사가 다니는 학교의 교장이 결정한다. 칸톤에서 정한 추가 교육 강의 정원 숫자에 맞춰 교장이 조율한다. 마이어 선생은 가을부터 교육받기 시작했다.


취리히 교육 대학 PHZH의 편에서 „미디어와 정보과학“ 과목의 도입은 쉽지 않았다. 기본 이론 강좌를 많이 늘려야 했다. 지난 학년에 35개의 강좌가 있었다면, 현재는 55개의 강좌가 있다. 2021년까지 1900명이 아니라 약 3200명의 교사가 재교육을 받고 해당 과목 수업을 할 자격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2019년 가을 학기부터 이 과목은 예비 초등 교사의 필수 이수 과목이 된다. 이 강좌는 반나절 교육이 7번에 걸쳐 진행되고, 여기에 약 60시간의 자율 학습이 더해진다.


알레시아 마이어Alessia Meier에게는 강습 첫날부터 이미 도움이 됐다. „ 강좌에서 배운 내용은 수업 시간에 쉽게 응용된다.“ 그는 자기의 새로운 교재가 현재 학생들의 수업 수준과 잘 맞는다고 칭찬한다. „태블릿은 모든 학습 수준에 맞는 소재를 충분하게 공급해 줄 수 있는, 소중한 보충 교재다.“라고 말한다. 마이어 선생은 프랑스어 수업에도 태블릿을 이용할 뿐 아니라 학생들과 공작 아이디어를 함께 검색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게 하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자판 연습도 한다. 하지만 태블릿이 항상 책상 위에 있는 건 아니다. „ 다른 모든 교과서처럼 치우기도 한다“


기기 하나에 오류가 나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면 기술적인 소모가 크다며 가끔 교사들은 불만을 표시한다. 학생들을 디지털 기기로 무장해 주면서 빔 프로젝터 같은 교실의 기자재를 보강해주진 않는다며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배터리 문제

정보통신기술 시설의 구매는 게마인데(코뮨)의 재량이다. 칸톤(주)정부는 그저 추천을 한다. 아이마다 태블릿 한 개씩을 갖는다는 것이 칸톤 내 모든 게마인데에서 표준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빈터투어 Winterthur 에서는 4명의 학생이 노트북 하나를 함께 사용한다. 우스터 Uster 에서는 최근 노트북 1000개(개당 920프랑)의 구매 비용을 위한 대출을 승인했다. 게마인데 배레츠빌(Bäretswil)에서는 벌써 2년째 개인용 태블릿을 이용하고 있다. 이미 스위스의 많은 지자체에서 취리히 교육청에 문의했다. 시청 정보통신기술과 팀장 안디 헤스 Andi Hess는 „그들은 태블릿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정확한 계획수립부터 배달까지 자세하게 알고 싶어 한다.“ 라고 말한다.


다시 마이어 선생의 교실. 책상에 앉아 작업을 하는 카인트Kajinth가 말한다. „ 태블릿에 내가 이전에 알지 못했던 아주 많은 기능이 있다.“ 특히 3차원 설계 프로그램이 좋다고 한다. 다른 학생 에로나 Erona 역시 태블릿으로 수업을 받는 게 „쿨“하다고 말한다. 그 아이는 이미 파워포인트도 시도해봤고, 워드로 편지를 써보기도 했다고, 그게 손으로 쓰는 것보다 쉽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태블릿에 갖는 불만은 오직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는다는 점이다. 에로나는 그래서 언젠가 배터리가 영원히 가는 태블릿을 개발하고 싶다고 한다. 한 소녀가 기기를 겨드랑이 끼고 급하게 충전기 쪽으로 달려가 선을 꼽은 뒤 바닥에 앉아 작업을 계속한다. 다른 한 소년도 그 아이를 따라한다. 기기의 충전은 각자의 책임이다. 어떤 학교에서는 모두가 동시에 기기를 충전하려 했을 때 퓨즈가 나가기도 했다. 그런 경우를 대비해 이 학교는 전선을 강화했다.


마지막으로 퀴즈 하나

취리히 교육청은 아직 태블릿 도입에 대한 결산을 기다리는 중이다. 현재 한 외부업체가 수업 중 태블릿 이용에 관한 조사를 하고 있다. 올 여름엔 다시 새롭게 5학년이 되는 학생들에게 3,000개의 새 기기가 지급될 예정이다. 3백만 프랑 가까운 비용이 다시 들 것이다. 2022년까지 약 7,700개의 기기가 사용되고 있을 것이라 한다.


곧 있을 시험 주제인 혈액순환에 관한 퀴즈로 알레시아 마이어 선생은 수업을 끝내려 한다. 그는 빔 프로젝터를 켠다. 로그인되어있는 아이들 이름이 스크린에 나타난다. „내 아이디는 검은 표범이야"라고 한 소년이 크게 외친다. 빨리 풀어야 하는 문제다. 혈액순환을 주제로 한 다섯 개의 질문 뒤에 한 사람 이름이 위로 올라간다. 검은 표범. 소년은 자랑스럽게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린다.


Tages Anzeiger Ev Manz 11.12.2018

윗글은 Tages Anzeiger의 편집부의 허가 하에 번역한 것이며 원본 링크는 다음과 같습니다.

https://www.tagesanzeiger.ch/zuerich/stadt/zuerich-macht-mit-tablets-schule/story/18406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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