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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가 스위스 연방제도를 시험에 들게 하다

스위스 국가 행정부의 최고 기관인 연방위원회가 맨 꼭대기에서 결정한 것이 밑으로 내려가고, 칸톤(주), 게마인데(코뮌), 국민이 따른다. 직접 민주주의와 연방제도로 특색 지워지며 가능한 한 아래로부터의 결정을 지향하는 스위스에서 이런 톱다운 방식의 정치 상황이 있었던 것은 제2차 세계 대전 때가 마지막이었다. 전쟁과 같은 위력으로 스위스 정치에 어마어마한 변화를 가져온 코로나 바이스러스. 연방위원회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26개 칸톤의 권력을 접수했다. 코로나 위기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며 매일같이 미디어에 등장하는 연방위원회를 지지하고, 연방 정부와 박자를 맞추지 못하는 칸톤에 대해 불만을 토하는 의견이 SNS를 통해 젊은이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 스위스는 중앙 집권화의 길로 발을 내딛는가?


연방제도 Föderalismus


크고 작은 다양한 도시국가와 지주 국가들이 더 큰 외세에 맞서기 위해 계약을 하며 느슨한 연맹 조직을 만들었던 것으로 시작한 나라인 연방국 스위스는 여전히 26개의 칸톤(주)이, 지금 잘라놓아도 제각각 하나의 나라처럼 굴러가는 연방제도의 나라다. 칸톤에는 각각 사법부와 행정부, 입법부가 있으며 교육, 보안, 치안, 병원 등은 칸톤 담당이다. 칸톤마다 나름의 세법이 있어 각기 다른 세율이 적용된 세금을 낸다. 연방정부는 연방헌법에 명시되어있는 것만 연방 차원에서 결정한다. 또한 연방이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전에 칸톤의 의견을 묻는다.


스위스와 26개 칸톤기 - 연방의회 둥근 지붕의 스테인드 글라스

2월 28일, 인접 국가 이탈리아가 이동금지령을 내렸을 때, 그때까지 코로나 상황을 동아시아의 먼 이야기로 생각하며 지켜봤던 연방위원회는 처음으로 «전염병법»에 의거한 2단계 «특별한 상황 besondere Lage»을 선포했다. 2013년에야 생겨난 전염병법은 연방위원회에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칸톤 위에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제정된 후 처음 적용된 이 법이 없었다면 연방위원회는 칸톤에 지시를 내릴 근거가 없어 손이 꽁꽁 묶여 있었을 것이다. 연방위원회는 «특별한 상황» 하에서 천 명 이상의 큰 행사를 금지하며 처음으로 칸톤과 게마인데의 주권에 간섭했다. 또한 3월 13일 전국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고, 100명 이상 행사 금지, 식당 50명 이상 금지, 수영장과 스키장 폐쇄 등을 결정했다.


연방위원회를 구성하는 7명의 장관 중 4명이 함께 생방송 대국민 기자회견을 하며 휴교령이라는 강력한 조치를 내려 국민들을 멘붕에 빠지게 했던 때가 3월 13일 금요일 오후였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슈퍼마켓 선반이 빌 정도의 갑작스러운 사재기 현상이 있었던 반면, 동시에 맑고 화창한 주말 날씨로 인해 토요일 아침 연방정부의 금지 명령을 어기고 문을 연 스키 지역이 있었다. 따뜻한 봄 날씨의 주말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호숫가와 공원에 몰려나왔다. 어떤 칸톤은 999명이 참석한 이벤트를 허용해줬고, 어떤 칸톤은 50명 이상의 행사는 안 된다고 했다. 이탈리아 인접 칸톤 테신은 학교뿐 아니라 생필품과 관련되지 않은 모든 상점의 문을 닫았다. 연방정부가 내린 명령이 익숙하지 않은 연방 제도에서 벌어진 카오스였다.


스위스는 우리가 접수한다


3월 16일 월요일 연방 대통령 시모네타 소마루가는 «연방위원회는 오늘 이 상황이 «비상사태»임을 선포하기로 했다. 이 조치는 오늘 밤 자정부터 시작해 일단 4월19일까지 유효하다» 라고 하며 연방위원회가 26개 칸톤의 권력을 접수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연방위원회는 그래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전염병법에 «비사상태»에 관해서는 딱 한 문장이 쓰여있다.

«비상사태가 요구되면 연방위원회는 국가 전체, 혹은 개별 지역에 필요한 조치를 지시할 수 있다.» «Wenn es eine ausserordentliche Lage erfordert, kann der Bundesrat für das ganze Land, oder für einzelne Landteile, die notwendigen Massnahmen anordnen.»


전염병과 싸우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결정할 수 있다. 연방정부에 반하는 모든 것은 위법이다. 연방정부가 응급병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당신의 집을 비워달라고 하면 비워줘야 하는 것이다.


5천 명의 군병력을 움직여 병원을 지원하고, 대 은행장들을 불러 모아 록다운으로 피해를 본 개인과 기업을 위해 긴급 대출 자금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해외에 발이 묶인 스위스인을 위해 역사상 유례없었던 귀향 작전을 펼치는 등 연방위원회의 활약상은 매주 두 번씩 열리는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생방송으로 전달됐다. «연방위원회는 국민 여러분을 어려운 상황에 방치해두지 않겠습니다.Wir lassen sie nicht im Stich.» 라는 연방대통령의 말은 느닷없는 중앙 정치 시스템에 당혹해하지 말고 믿고 따라와 달라는 호소였다.


빠른 속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판데미 상황. 토론과 타협을 요구하는 민주주의와 칸톤의 제동 없이 단독으로 신속한 결단을 내리는 연방정부를 지지하는 글이 온라인 댓글에 올라오고,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연방위원회가 더 강력해야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연방정부가 간섭할 수 없었던 칸톤의 병원 상황이 드러나며, 의약품 창고나 침상, 마스크 등이 연방 권고만큼 준비되지 않은 칸톤들도 속속 드러났다. 스위스 국가 시스템의 자랑스러운 한 축이었던 연방제도 Föderalismus는 편협하고 이기적인 칸톤 귀신 Kantönligeistli 이라는 비아냥을 받았다.


스위스는 중앙 집권 정치를 지향하게 될까?


코로나 위기가 지난 이후의 포스트 코로나 사회는 코로나 위기 전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연방위원회는 손에 쥐었던 막강한 권력을 칸톤에 다시 돌려줄까? 국민은 연방제도에 의구심을 던지지 않을까?


1291년 세 개의 칸톤이 맹세하며 연맹을 맺은 것을 기원으로 하는 나라인 스위스는 1848년 연방 헌법을 만들며 지금과 같은 연방국의 형태를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이 땅에서 중앙 집권 정부가 있었던 것은 나폴레옹 점령시대뿐이다. 1798년 나폴레옹의 압력에 못 이겨 중앙 정치를 하는 통일국가 «헬베티아 공화국»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4년 뒤 프랑스군이 철수하며 통일국가 옹호자와 연방주의자 사이에 내전이 발발했고, 연방주의자가 승리하며 헬베티아 공화국은 멸망했다.


세명의 동맹자 Die drei Eidgenossen - 베른 연방의회

2차 세계 대전 때는 연방위원회가 지금처럼 임시로 모든 칸톤의 권력을 넘겨받았었다. 당시 전쟁이 끝난 후에도 손에 쥔 권력을 놓고 싶지 않았던 연방위원회는 7년이 지난 후에야 결국 국민들에 의해 (국민투표 Volksinitiative를 통해) 강제로 권력을 다시 칸톤에 돌려줬다.

지금은 전쟁과 달리 바이러스라는 딱 하나의 특수한 이유로 일어난 상황이라, 아무리 연방위원회가 히어로처럼 종횡무진으로 활약한다해도, 그 시스템에 익숙해질 만큼 비상 사태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중앙정부 시스템의 맛을 본 이상 아마 지금보다 작은 어려움에도 연방위원회를 부르는 외침은 커질 것이다. 그러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칸톤의 경계선 밖엔 세상이 존재하지 않을 것처럼 행동하는 칸톤 귀신의 힘은 약해질 것이고 또한 약해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것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스위스 연방제도에 남긴 흉터다.


참고 기사 및 자료

https://www.srf.ch/play/radio/echo-der-zeit/audio/einfach-politik-so-viel-macht-hat-der-bundesrat-wegen-corona?id=b55157e9-b2f5-4d15-a12b-f9eedc9f2366

https://de.wikipedia.org/wiki/Geschichte_der_Schweiz

https://www.eda.admin.ch/aboutswitzerland/de/home/politik/uebersich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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