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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코로나 시대의 여행기-신해섭 1부

정확히 작년 12월 18일 해섭이가 한국으로 떠났다. 공항에 버스로 갈 수 있다고 했지만 왠지 이번에 가면 오래 떨어져 있어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내가 일하는 날이었지만 굳이 데려다 주겠다고 우겼다. 공항은 예상외로 붐볐다. 마침 시작한 크리스마스 휴가를 외국에서 보내려는 가족들로 바글바글했다.

코로나 시대에 여행이라니... 아들아이의 결정에 이래라 저래라 할 나도 아니고, 내가 말린다고순순히 따르는 나이는 훨씬 지나버린 성인의 아들아이지만 그래도 코로나 시대 여행은 비행기표를 장만하는 일에서부터, 대사관에 직접가서 비자를 신청하고 받아야하는 일, 코로나 검사를여행 직전에 해야하는 일, 한국에서 자가격리 할 장소를 미리 구하는 일 등 복잡한 준비과정을요구하기에 조금은 말리고도 싶었다.

왜 가는가?

해섭이는 애송이 영화감독이다. 코비드는 많은 예술가들의 실존을 흔들었고, 이제 막 첫걸음마를 시작한 예술가들에게는 더 큰 충격이 되었다.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 실존적 불안을 느꼈을 것이다. 나 역시 코로나 제 1차 웨이브 때 회사에서 근무시간단축을 제안했기 때문에 갑자기 줄어든 임금과 늘어난 자유시간이 충격이었고 앞뒤 생각없이 아르바이트 제안을 받아들인 터라 정신없이 내 문제에 빠져 있어서 해섭이가 실존적인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었다. 어느날 문득 여기도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한국 역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 K-방역의 덕이라도 보게 오랫동안 고민했던 자기 자신의 프로젝트를 하러 가는 게 낫겠다고 아들이 말했다. 한국에서는 그나마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고 스위스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작업 할 수 있다는 것이 결심하게 된 이유였다. 하지만 늘 그러하듯이 모든 일이 맘 먹은대로 되어 주지 않는다. 가기로 결정하고 행정적 절차를 밟고 비행기 표를 검색하는 중 한국에도 2차 웨이브가 왔고 연일 천명 이상의 확진자를 찍는 상황으로 급변했다.

재외동포 F4 비자 받기

스위스 여권을 소유한 해섭이는 재외동포 F4비자를 받았다. F4 비자는 과거 한국 국적을 소유했거나 부모 중 한 쪽이 한국 국적을 소유했었던 자에게 주어지는 비자이다. F4 비자를 지니면 한국에서 3개월 이상 체류하는 경우 거소증을 신청하여 받을 수 있다. 또한 거소증을 소지한 경우 2년 안에 다시 한국을 방문하고자 할 때 아직 코로나 팬더믹 하에 있으면 다시 비자를 신청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과정이 간단하지는 않았다. 해섭이가 스위스 시민권을 받고 나서 국적상실신고를 했어야 하는데 국적상실신고에 필요한 서류구비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복잡해 차일피일 미루어 신고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국적상실신고를 신청해 놓고 바로 비자를 신청했다. 비자는 대사관에 직접 가서 신청하고 받아야 한다. 대사관 영사민원업무는 사전예약을 필요로 했고사증신청 업무시간이 코로나로 인하여 화/목 오전으로 조정되어 날짜를 잘 맞추어 준비해야 했다(비자가필요하신분은 주 스위스대한민국대사관홈페이지를필히방문하셔서공지사항을숙지하시는것이도움이됩니다.). 스위스 연방에서 받아야하는 범죄기록증서도 최소한 2주가 걸리고 게마인데의 거주증서 역시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가까스로 모든 서류가 준비 되었고 14일 월요일에 PCR 검사증서까지 받았지만 기다리는 범죄기록증서가 도착하지 않고 있었다.

의뭉스러운 해섭이는 속으로는 14일 자가격리를 2020년 안에 끝내리라! 그리고 대망의 2021년 새출발을 계획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한국의 2차 웨이브는 잦아들 기미가 안 보이고 12월 16일 오전까지 비자가 나오지 않자 급 실망하고 자포자기에 들어갔다.

"한국은 곧 아마 확진자 수가 잦아 들거야. 동선 추적이 확실하고 핫스팟에 즉각 대응하기 때문에 무한정 늘진 않아. 2주 정도 지나면 확 줄 거야. 범죄기록증서도 부쳤다고 확인 했으니 오늘 내일 도착할 거다. 비행기 표 예약해 놓아. 18일 출발 가능할 거야!" 축 처져 있는 아이에게 근거도 없는 용기를 주면서 비행기 표를 예약하게 했다. 16일 오후 범죄기록증서를 받았고 17일 비자서류로 스캔해 보내 오후에 비자를 전자방식으로 받아 바로 짐을 싸서 18일 새벽에 떠났다. 해섭이는 자가격리동안 오롯이 혼자 2020년 크리스마스와 2021년 새해를 맞고 1월 2일 격리 해제 되는 일정으로 한국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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