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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혼혈 스위스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

„어머, 한국인이세요?“라는 물음 속의 진짜 반가움을 깨닫는데 한 15년쯤 걸린 것 같다. 아이가 없었을 때 첫 외국 생활의 낯섦은 그저 신나는 모험이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매일 겪는 일상을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어 짜릿한 모험으로 받아들이기에 난 너무 많은 것들을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소심해졌고 지쳐있었다. 그제서야 „어머, 한국인이세요?“라는 질문 속에, 당신도 여기 사람들처럼 산후조리를 못했어요, 아기를 포대기에 꼭 싸서 업어 키웠어요, 한국어때문에 뽀로로를 보여줬어요, 스위스 독일어로 수다 떠는 이웃 사람들로부터 왕따가 되기도 했죠, 등등의 따로 겪었지만 비슷하게 했을 경험에 공감하고 있다는, 그래서 국적이 같다는 이유만으로도 친구가 될 조건이 되지 않냐는 질문이 포함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엘리자 수아 뒤사팽 Elisa Suah Dusapin은 한국인 엄마와 프랑스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나고 스위스에서 자란 스위스 신인 작가다. 그녀의 이 한 줄짜리 이력만으로 그녀는 내 머릿속에서 내 딸아이와 겹쳐졌다. 내 딸아이가 자라면서 겪고 고민하게 될 것을 몇 년 더 일찍 경험한 사람.


2019년 프리브루 Fribourg 영화제 중

13살 때부터 매년 한국을 갔다는 작가는, 자신은 한국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인데도, 늘 한국에서 이방인 취급 받는 것이 슬펐다고 했다. „Hello, what’s your name?“하고 한국 사람이 말을 걸어오면, „엄마, 뭐라는거야?“했던 내 딸 아이. 이름이 레오나라고 했더니 못 알아들어서 „해나”라는 한국 이름을 말해줬던 내 딸아이처럼 그녀도 „수아예요.“ 라고 했겠지.


속초 시장에서 엘리자 수아 뒤사팽

프랑스에 접한 유라 산맥 지역인 스위스 유라 Jura에서 자란 그녀는 한글 학교에 다닐 수도 없었으니 한국어에 관한 한 우리 아이들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한국어를 사용했지만,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한국어가 점점 멀어졌다. 그런데도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가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했고, 그것은 그녀의 소설 속에서 드러난다.



그녀의 첫 소설 <속초에서서의 겨울>은 속초에서 태어난 한 젊은 여자 이야기다. 그녀의 아빠는 프랑스 사람인데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서울의 한 대학에서 불어를 전공한 그녀는 속초에서 수산물 장사를 하는 엄마 곁에 살기 위해 속초의 한 펜션에서 일한다. 어느 겨울날, 프랑스인 만화가 한 명이 속초를 찾아온다. 그들은 서로를 알아가려 애쓰지만, 문화의 간극이 크고, 두 사람 모두 „영어“라는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어 소통이 쉽지 않다. 남자는 그림을 그린다. 여자는 요리를 한다. 그들은 말하지 않고 소통하려 한다.


뒤사팽은 불어로 글을 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국의 가족들에게 다 할 수가 없어서 늘 아쉬웠는데 책이 한국어로 번역이 돼서 좋다며 환하게 웃는다.




클레어는 스위스에서 태어난 젊은 여대생이다. 그녀의 조부모는 한국 전쟁때 일본으로 피난을 가 평생 일본에서 작은 파친코 영업장 하나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어느 여름 클레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아생전 단 한 번만이라도 고향을 방문할 수 있도록 그들과 한국 여행을 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먼저 클레어와 조부모 사이의 의사소통 문제가 있다. 클레어는 한국어를 잘 못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클레어의 언어인 프랑스어도 못하고 영어도 하지 못한다. 클레어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일본어를 공부했지만 (스위스에서 한국어를 배울 곳을 찾긴 어려웠을 테니까) 그들은 클레어와 일본어로 소통하길 거부한다. 일본어는 그들에게 아픈 역사의 언어다. 매일 일상에서 쓸지언정 손주 딸과 그 언어로 대화할 수는 없다.


엘리자 수아 뒤사팽의 두번째 소설 „파친코 구슬“ 이야기다. 수 십년간 다른 나라에서 산 이민자에게 고향은 무엇을 의미할까. 나와 내 아이가 사용하는 언어의 간극이 멀어지면 나와 아이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질까.


첫 소설<속초의 겨울>로 2016년 스위스 로베르트 발저 문학상Robert Walser-Preis, 프랑스 문필가협회 신인상Prix Alpha und Prix Régine Deforges 을 받은 엘리자 수아 뒤사팽은 2018년 두번째 소설 <파친코 구슬> 발표했고, 이 소설 역시 2019년 스위스 문학상Schweizer Literaturpreis 을 수상하며 스위스 문단의 주목받는 신예로 떠올랐다. 올해 3월 프리부르 Fribourg 영화제에서는 <뒤사팽의 디아스포라 Diaspora*>라는 섹션으로 그녀의 또 다른 고향인 한국을 보여주는 7편의 한국 영화가 소개됐고, 난 그녀를 그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4개의 공식 언어를 갖고 있는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며 최소한 두 개의 다른 언어를 배우는 스위스인, 여기에 그 언어들과 전혀 다른 한국어를 함께 사용하고 자란 뒤사팽의 이야기는 다문화와 다중 언어의 환경이 여전히 어색한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불어로 쓰인 엘리자 수아 뒤사팽의 소설들은 한국어와 독일어로도 번역되어 있다.


2019년 프리브루 Fribourg 영화제 중

*디아스포라 [그리스어]Diaspora

표준국어대사전

1.흩어진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팔레스타인을 떠나 온 세계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이르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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