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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가족의 록다운, 가중된 살림의 무게

급격히 감소한 사회생활을 일 년 남짓 지속하면서 스위스에서도 점점 팬데믹으로 인한 우울감과 가족과 잦은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지난 11월부터 연방 보건청에서 팬데믹 정신건강 캠페인을 벌이고 있죠. 오늘은 새로운 일상에서 가족 시간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주부의 스트레스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집과 분리되어 있었던 직장이 홈 오피스 의무화로 인해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집에서 근무가 가능했던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사무실 방이 따로 있지 않다면 시각적으로 가족 공간과 근무 공간이 분리되지 않아 근무 중 집중도를 높이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근무가 끝난 후 가족 공간으로 돌아오는 전환의 시간이 없어서, 지속해서 같은 공간에 머물게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칸톤 별로 다르긴 하지만, 상당 부분의 어린이/청소년 방과 후 프로그램이 축소되거나 잠정 중단되었습니다. 실내외 공간에서 5명까지 만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에 자녀가 많은 가정에서는 자녀의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갑자기 집 안에서 가족이 함께 지내야 하는 시간이 증가하여, 그동안 살림을 도맡아 해오던 가족 구성원, 대부분의 경우 엄마나 아내에게 덩달아 일거리가 늘었습니다. 단순히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요리와 청소의 양도 그렇지만, 이에 더해서 가깝게 지내게 되는 가족 구성원 간의 신호등 역할도 해야 하고, 스트레스도 받아줘야 하고, 때로는 친구나 선생님이 되어줘야 할 때도 있습니다. 베른의 어머니 센터 (Mütterzentrums)에 따르면, 여성의 교육 수준과 사회 참여도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육아와 살림은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남아있으며, 특히 외국인 가정의 경우 그 몫이 더 커진다고 합니다.

웰치스 (Welch`s)가 코로나 이전에 시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정주부에게 주어진 살림의 무게는 풀타임 직장 2.5배에 해당했습니다. 정치학자 미리암 타찌-프레브 (Miriam Tazi-Preve)는 오늘날의 산업구조가 부부 및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 제도와 상충한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살림과 자녀 양육에 대한 사회적 및 국가적 이해와 원조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 책임이 부부 중 한 명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고, 그 가중된 스트레스가 심리적 고통으로 변질되거나, 종종 가족 간의 갈등, 별거, 이혼으로 치닫게 된다고 경고합니다. 디지털화를 등에 업은 홈 오피스 또한 결국 집 안으로 업무를 가져오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가족과 근무 형태가 문화적, 기술적으로 크게 바뀌지 않는 한, 가족 내의 이런 스트레스 상황은 계속될 것이라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이죠.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가중된 일을 줄이는 데 집중하라고 권고합니다. 그중의 한 방법이 머리를 비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입니다. 함께 산책을 하러 가거나, 텃밭을 가꾸거나, 점심 식사 후에 모두가 조용히 지내는 30여 분의 시간을 정해놓는 등의 방법입니다.



두 번째는 온 가족이 살림을 나눠서 하는 것입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살림의 한 부분을 맡아 하는 것이지요. 아동심리학 및 교육학에서는 자녀의 살림 참여가 한 사람에게 집중된 살림의 무게를 덜어가는 동시에, 자녀가 향후 성인으로서 스스로 삶을 꾸려나가는 데에 기본이 되는 책임감을 배우게 되는 좋은 기회라고 강조합니다.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자녀의 살림 참여가 용돈 벌이의 수단도, 체벌의 도구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단순히 한 가정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누구나 당연히 참여해야 합니다.


아동/청소년 심리학자 사비네 브루너 (Sabine Brunner)에 따르면, 예외적으로 규모가 꽤 크고 자주 필요하지 않은 집안일을 자녀가 용돈 벌이로 해 보겠다고 스스로 자원하는 경우, 예를 들어 손 세차를 하거나 지하실 정리를 하는 등의 경우는 소정액의 용돈을 자녀에게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권고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자율성과 용돈을 경영하는 경험의 기회가 되므로, 자녀가 스스로 제안하는 아이디어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단, 이 정도 규모의 집안일을 혼자서 해 낼 수 있고, 돈을 관리할 수 있는 나이, 즉 10세 이상의 자녀에게 해당하는 예외 사항입니다.


가족 구성원과 살림의 무게를 나누는 것은 우선 대화로 시작합니다. 각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상호 이해 하에 시작하는 것입니다. 가족 치료사이자 저자인 예스퍼 율 (Jesper Juul)에 의하면, 집안일을 하지 않다가 갑자기 특정 일을 도맡아 하게 되긴 쉽지 않기 때문에, 그 가족이 매일을 살아가는 습관과 서로의 이해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부부 사이에 먼저 살림 분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집안일 분업을 그 가족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이런 경우에 자녀 또한 어렸을 때부터 모방 학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집안일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어린 자녀의 경우, 자녀에게 기대되는 집안일을 반복적으로 함께 해 보면서 명확하고 간단하게 설명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좀 더 복잡한 사고 과정이 가능한 큰 자녀의 경우, 기대되는 집안일의 종류와 빈도를 명확하고 간단하게 설명하고, 자녀가 스스로 움직이고 그 일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부모가 기다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합니다.

다음은 Beobachter에 수록되었던 연령별 신체/심리 발달 수준에 따라 미성년자가 할 수 있는 집안일의 종류입니다.

3세 - 6세 자녀가 할 수 있는 집안일

  • 부모님이나 큰 형제자매와 함께 방 정리하기

  • 옷 정돈해서 입고 벗기

  • 식사 전후에 상차리기, 그릇 치우기 돕기

  • 부모님과 함께 간단한 아침식사나 저녁식사 준비하기

  • 화분에 물 주기

  • 작은 욕실 수건이나 부엌 수건 접기

  • 세탁기에서 빨래 꺼내고 정리하기

  • 양말 짝 찾고 접어서 정리하기

  • 장난감 정리하기

  • 침대 정리 도와주기

  • 신발 닦기

  • 딱딱하지 않은 채소나 과일 자르기 (오이, 바나나, 사과 등)

6세 이상 자녀가 할 수 있는 집안일

  • 자기방과 침대 스스로 정리하기

  • 빨래 개서 정리하기

  • 작은 물건 사오기

  • 간단한 손 설겆이, 식기세척기 비우기 & 채우기

  • 반려동물 돌보기

  • 청소기 돌리기

  • 간단한 음식 요리하기 (플람 쿠헨, 푸딩, 파스타 등)

  • 쓰레기봉지 묶어서 밖에 내놓기

10세 이상 자녀가 할 수 있는 집안일

  • 일주일 식단 및 구매 목록 짜기

  • 간단한 아침식사 및 저녁식사 준비하기 (상차리기, 채소/과일 준비, 뮤에즐리 준비, 빵 등)

  • 간단한 점심 요리하기, 쿠헨 굽기

  • 침대에 새 시트 및 이불 껍질 바꾸기

  • 빨래 종류별로 구분해서 세탁기 돌리고 널기

  • 그 외 작은 집안일: 사진 벽에 걸기, 전구 갈기

16세 이상 자녀가 할 수 있는 집안일

  • 집안일 한 가지를 책임지고 도맡아하기

  • 가족 나들이나 활동 계획하고 진행하기

  • 집안 내 작은 일 처리하기: 샤워 헤드 칼크 제거하기, 창문틀에 시멘트 바르기, 문 경첩에 오일 바르기, 벽에 페인트 칠하기 등.

<참조 자료>

Darum sind Ämtlich so wichtig, Juli 2017, Beobachter

Geschirrspüler ausräumen? Keine Lust, Mai 2019, Fritz Fränzi

Am Anschlag, Eltern-Burnout, April 2019, Fritz Fränzi

Wo gehts lang? Autorität, März 2019, Fritz Fränzi

Mit Ämtli verantwortung lernen, Juli 2019, Fritz Fränzi

Die Familie ist nur eine vermeintliche Idylle, 29.04.2017. Tagesanzei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