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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빈 나의 스위스 Vals (GR)

나의 스위스 - Vals (GR)

발스라 하면 대부분은 Valserwasser나 유명 건축가가 지었다는 발스 온천을 떠올립니다. 뉴스를 애청하시는 분들은 조용한 산 속 마을에 400미터 높이의 최고급 럭셔리 호텔 건설 프로젝트를 떠올리시기도 하구요. 분데스플랏츠에 쓰였다는 발스에서 생산되는 규암 (Valser Quarzit)에 대해 아는 분들도 간혹 계십니다.

어릴 적, 바느질이 학교 숙제로 나올 때마다 울 엄마는 시집 멀리가게 된다며 바늘에 실 길게 끼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시곤 했었는데, 멀고도 먼 스위스에서도 동막골로 시집 와 버렸습니다. 취리히 중앙역에서도 고속열차를 타고 지방열차로 갈아타고 좁디 좁은 산 허리에 걸친 길을 서커스하듯 달리는 노란버스까지 갈아타야 갈 수 있는 종점, 발스를 소개합니다.

일곱살이 채 안 된 아들 하나를 둔 저희 가족은 취리히 근교에서 발스까지 가는 길에 거의 하루를 잡습니다. 저처럼 해발 50m가 채 안되는 곳을 고향으로 둔 사람에게는 해발 1250m의 마을에 빨리 도착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남편의 논리도 그렇지만, 아이가 지루하지 않게 중간중간 조금씩 쉬어가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우선 그라우뷴든의 수도인 Chur에서 한 번 쉽니다. Cafe Merz에 들려서 우리 부부가 지금껏 먹어본 중 제일 맛있다고 인정하는 Birchermüesli와 Bündner Nusstorte로 간단히 요기를 합니다. 정식으로 든든하게 끼니를 때우고 싶다면, 시내 끝에 있는 Hotel Sommerau 식당에 들립니다. 좀 더 시간이 되는 날은 Bündner Naturmuseum에 들려서 발스에서 채굴되었다는 대형 크리스탈도 구경하고, 뛰어노는 난장이쥐도 구경합니다. 날이 어둡기 전에 산길을 달려야하니 오후가 다 지나기 전에 다시 길을 떠납니다. San Bernadino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Ilanz로 향합니다.



가는 길에는 유명 스키리조트가 있는 Flims를 지납니다. Flims 입구 로터리 중앙에 놓인 정육면체 돌을 지날 때마다 피식 웃곤 합니다. 발스에 이름 없는 산봉우리에 이름을 지어주고자 하는 마을 사람들의 요구를 칸톤 사무소에서 허가하지 않자, 항의의 제스쳐로 칸톤 사무소 입구를 이 돌로 막아서 출근을 못 하는 높으신 분들께서 결국 백기를 들게 만들었다는 그 돌이라 합니다. 마지막 쇼핑을 할 수 있는 Ilanz를 지나면, 여기서 부터는 서로 조금씩 비켜주고 기다려줘야 양쪽 차들이 지나갈 수 있는 산 허리 길을 30km 달려야 합니다. 그 길이 끝날 때까지 달리면 됩니다. 저는 대형 노란버스를 운전하시는 운전사분들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그곳에 가면 노란버스의 나팔경적소리를 원없이 들을 수 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오면서 부터 Ustria (식당)이라든지 Schola (학교) 등 로만쉬어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구불구불 낭떠러지 산길이 끝나고 Valserwasser 공장이 보이면 드디어 마을에 도착한 것입니다. 이곳에서만 다시 독일어 간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발스 사람들은 예전에 발리스에서 온 이주자의 후손이라 하네요. 그래서 로망슈어권인 이 지역에서 발스만 로망슈어를 쓰지 않습니다.

마을에 들어오면 입구에 있는 유럽 각국에서 온 자동차들과 대형 호텔을 뒤로하고 마을 맨 끝자락 곤돌라역 옆에 있는 형님네 Hotel Steinbock으로 향합니다. 부부싸움 끝에 위로받으러 무작정 달려가는 그런 친정같이 혼자라도 아무때나 오라며 다독이는 우리 큰 형님이십니다. 반려견 반려묘도 같이 올 수 있고, 장난감 방도 있어서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게 됩니다. 버스 종점 산골 마을 계곡 위로 쏟아지는 별을 원없이 봅니다.

하루를 그렇게 보내고 발스 계곡 끝자락까지 햇살이 다시 닿는 아침이 되면 우선 몸풀기로 호텔 옆에 있는 곤돌라역으로 향합니다. 올해부터 누구나 곤돌라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부담없이 더 높이 올라가 오전 산책을 시작합니다. Gadastatt는 스키 슬로프가 시작되는 곳인데, 곤돌라역 바로 앞에 아이들이나 초보자용 낮은 경사로가 길게 만들어져 있어서, 고모부 따라 올라간 아들내미도 놀면서 스키를 배웠네요. 돌아오는 겨울에는 엄마가 여기서 스키를 배울 차례인가 봅니다. 마을 호텔 옆 곤돌라역 아래에서 장비를 빌리고, 무료 곤돌라를 타고 Gadastatt역으로 올라가면 여기서 하루종일 넘어지며 배우는 방목 형태의 스키코스입니다.

곤돌라에서 내려서 Gadastatt부터 저수호인 Zervreilasee까지 걸을 수 있습니다. 지대는 높지만 경사가 완만해서 어린 아이들도 함께하기 좋습니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망원경을 가져간다면 간혹 저 멀리 알프스 영양 Gämse 가족이나 야생 염소 Steinbock을 볼 수도 있습니다.


작고 하얀 예배당이 보이면 Zervreilasee도 저 앞에 보입니다. 예전 우리나라에서 멀리 소식을 전하기 위해 산봉우리에 봉화대가 있었던 것처럼, 이 곳에도 응급상황이 생기면 예배당 세인트 안나 Kapelle St. Anna에 있는 종을 쉬지않고 쳐서 마을에 위급상황을 전했다 합니다.


호수 저 건너편으로 Valserwasser 물병에서 봤던 Zervreilahorn이 깎아지르듯 서 있습니다. 길을 재촉하여 댐 건너편으로 내려오면 작은 식당 옆 주차장에 마을로 내려가는 노란버스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버스 시간을 놓쳤다면 여름에는 식당에서 롤러를 빌려서, 겨울에는 썰매를 빌려서 마을까지 내려갈 수 있습니다. 구불구불 산 허리 도로라서 정말 스릴 만점입니다. 신발을 새로 사야 할 변명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코스입니다.



오후가 되면 썰매를 타고 내려왔던 길을 차 타고 다시 거슬러 올라가서 중간 지점 갈림길로 꺾습니다. Peil에 가서 바베큐도 해 먹고, 작은 산행도 합니다. 마을과 인근 지역 동물들을 모아 산 위로 올려보내는 한여름이면 (6월 중하순-9월 중순), 이 곳에서 매일 오후 네 시 경에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샬란 우르슬리 이야기에서 봤던 작은 종소리가 딸랑딸랑 멀리서 들리기 시작합니다. 한 두마리 정도가 아니라 이백 마리가 넘는 염소들이 저 높은 산 위에서 내려옵니다. 그 많은 염소들을 사람 한 명, 개 한 마리가 인도해서 데리고 오려니 딸랑딸랑 소리가 커질 때까지는 시간이 좀 걸립니다. 드디어 염소 이 백마리가 길을 가득 메웁니다. 어떤 녀석들은 가까이 다가와서 뿔을 제 옆구리에 비비기도 하고, 어떤 녀석들은 햇살이 따가운 날이면 우뚝히 서 있는 사람의 그늘을 서로 차지하려고 뿔로 싸우기도 합니다. 어떤 녀석은 Peil의 유일한 Kiosk에 와서 화분의 꽃을 따 먹다가 주인장한테 혼쭐이 나기도 합니다. 딸랑딸랑 종소리가 나기 시작할 때부터 이쪽 계곡 끝에 있는 Alp까지 도착하는 데는 한 시간이 훌쩍 넘게 걸립니다. 덕분에 구경 온 우리에게는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습니다.


간혹 마을에 사는 시누이가 아들내미를 데리고 가는 날이면 어른 산행도 하기 좋은 곳입니다. Zervreilasee에서부터 Peil까지 가로지르는 길은 경사가 심하지 않고, Guraletschsee, Amperveilsee, Selvasee 호수 세 곳을 하루에 다 구경할 수 있어서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코스입니다.


여기저기 경사면에 구멍이 수도 없이 나 있는 마모트 Murmeltiere 집 앞을 구경하는 것도 참 재밌습니다. 대부분은 벌써 집 안으로 숨어서 안 보이고, 망을 보는 한 마리가 나와서 휘파람을 부는 듯한 경계하는 소리를 냅니다. 조용히 가만히 서 있으면 이 녀석도 가만히 쳐다봅니다. 잠시 서로 경계의 눈빛을 주고 받다가 산행을 계속합니다.

마지막에 Peil로 내려오는 길에 제 시누이의 시누이가 주인장으로 있는 Alp Selva에 앉아서 직접 만들었다는 치즈와 홀룬더시럽으로 오후 간식을 때웁니다. 등산로 사이로 풀이 무성한 곳으로 잠시 탈선하여 야생 블루베리도 입이 까메지도록 따 먹고, 초록 사과맛이 나는 클로버도 몇 개 따 먹어봅니다.

Googlemaps

Alp Selva https://goo.gl/maps/accRXjxGk4pPsLNg6

Amperveilsee https://goo.gl/maps/3xmEZ6mSwPUQmSMu9

Gadastatt https://goo.gl/maps/hU77XZa1mEFVpnAA9

Guraletschsee https://goo.gl/maps/9yU81HcwhaFQmMEK6

Hotel & Restaurant Steinbock https://g.page/hotelsteinbockvals?share

Kapelle St. Anna https://goo.gl/maps/bnFxDpqheMSxqqAPA

Kiosk Peil https://goo.gl/maps/48JwdRgFsJ1noVsi6

Selvasee https://goo.gl/maps/k8r5oSAZuonnqKr9A

Vals, Zervreila (Bushaltstelle) https://goo.gl/maps/mBBu9rCF8eimvsMe9

Websites

Cosmic Art Photography 사진 구매문의 https://www.cosmicartphotography.com

Hotel & Restaurant Steinbock Vals https://en.hotel-steinbock.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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