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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살, 그럼 슬슬 직업을 찾아볼 때가 됐나? – 취리히 직업 박람회

화장실에 앉아 책을 읽으면 너무 집중한 나머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앉아 책을 읽다가 아이스크림 먹는 기회를 놓치거나 해 짜증을 내던 남편의 조카가 있다. 집중력이 대단한 그 친구는 초등학교 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를 하고 인문계 중고등학교인 김나지움에 충분히 갈 수 있을 만큼 좋은 성적을 받았는데, 치과 의사인 아빠의 뒤를 따라가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조카는 일반 중학교에 갔다가 3학년 때 목수 수습공 자리에 지원한 후 수습일과 직업 학교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집안의 누구도, 그 아이의 미래를 바꾸기 위한 작전을 피지 않았고, 어느 유명 동물원의 놀이터 탑을 짓는 데 수습생으로 큰 역할을 했다는 식의 일화들이 가족 모임에서 자랑스럽게 얘기됐다.


2018년 11월 20일 취리히 메세 (Zürich Messe)에서 열리는 취리히 직업 박람회를 찾았다. 그곳에서 산림 감독관이 되기 위한 직업 교육을 받는 18살 청년 지몬 파르머 (Simon Farmer)를 만났다.

„18살이고 이 교육을 받은 지 3년 되었는데, 처음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이 직업이 마음에 듭니다. 자연을 좋아하고, 몸으로 하는 일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딱 맞는 직업입니다.“라고 자신이 일 하며 배우는 직업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 청년은 멋졌고, 목수 일을 씩씩하게 배우고 있는 남편의 조카가 생각났다.


„스위스에서 수습직업을 갖는 건 아주 중요합니다. 20%의 학생들이 김나지움을 가고, 80%는 수습직 직업을 갖고 직업 학교에 다닙니다. 청소년 실업률이 현재 4%로 낮은데 그건 청소년이 직업 과정에 아주 빠르게 적응해갈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라고 취리히 직업 박람회를 주최한 상공업 협회 회장 토마스 헤스 씨는 말한다.


스위스에선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 중 최고의 성적을 가진 아이들만 인문 중고등학교인 김나지움에 간다. 취리히주의 경우 그 수가 15% 정도다. 나머지 85%의 아이들은 일반 중학교를 간다. 그 중 또 열심히 공부해 최고의 성적을 받은 아이들이 인문 고등학교 김나지움으로 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 토마스 헤스씨가 말한 80%의 아이들은 중학교 2학년때 직업을 찾기 시작한다. 후보 물망에 오른 직업들을 며칠씩 실습해보는 과정을 거친 후 중학교 3학년 땐 맘에 드는 직장을 찾아 지원한다. 그렇게 찾은 직장에서하는 수습 생활과 직업 고등학교를 병행하며 고등학교 과정을 거친다. 그 후 그 분야에서 더 깊은 교육을 받고 싶은 사람은 전문 대학 쪽을 알아보기도 하고, 아예 직업의 방향을 바꾸는 일도 종종 있다.


취리히 직업 박람회엔 240여 개의 수습 직업과 300여 개의 직업 학교, 재교육 기관 등이 소개되었다. 찾는 이가 적어 다소 썰렁했던 경찰 부스나 직업 군인을 찾는 군대, 은행, 보험사, 미용업, 산림업 등등 오랫동안 있었던, 흔히 잘 알려진 직업뿐 아니라 최근 몇년에 새로 생겨난 인터액티브 디자이너나 의료 기구 전문가까지, 박람회는 직업을 선택해야하는 기로에 서 있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경험을 해볼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올해 직업 박람회의 큰 테마는 디지털화다. 컴퓨터 관련한 새로운 직종뿐 아니라 기존 직업군에서도 많은 것들이 디지털화되면서 직업 교육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게다가 지금 직업을 찾고 있는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자라난, 소위 디지털 원어민 Digital Native. 그들은 기성세대들이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능력을 직업의 세계로 가져와 발전시킬 것이라 기대되고 있다.



올해로 18살이 된 남편의 조카는 내년이면 기본 수습 교육을 마치고 성인으로서 제대로 된 급여를 받으며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좀 더 전문적인 기능을 가진 기술자가 되기 위해 전문 대학 교육을 더 받을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지금 막 여자친구가 생긴 터라, 아마 그 결정은 더 미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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