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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크리스마스 이브의 스위스 밥상

평소에 잘 닦아 고이 모셔뒀던 은수저와 포크와 촛대가 등장하고, 깨끗하게 빨아 다려놓은 은색 식탁보가 깔렸다. 숟가락을 담가 망가뜨리기 아까웠던 화려한 색깔의 특별 수프를 시작으로 일 년에 몇 번 사용하지 않는 고급 식초가 뿌려진 샐러드, 코냑 소스가 얹어진 소고기 안심구이에 직접 만든 아이스크림까지 최소 4코스. 16년 전 처음 스위스에 왔을 때 시어머니가 차려주신 크리스마스 음식이었다. 스위스 사람한테 시집온 며느리답게, 명절 음식을 하러 미리 시집에 가는 일 없이, 식사 시간 30분 전쯤 도착해 샴페인을 마시며 스몰토크를 하고, 1코스가 시작되면 자리에 앉아 시어머니가 서빙해 주시는 음식을 날름 날름 받아먹었다. 코스 하나가 끝날 때마다 왔다 갔다 하는 시어머니가 안쓰러워 필요 없는 접시를 걷어오거나 다음 요리를 서빙하기는 했지만, 첫 코스부터 마지막 디저트까지 두어 시간에 걸쳐 먹고 노는 동안 시어머니는 땀을 흘리시며 뛰어다니셨고, 1년 중 한 번 있는 최고의 식단을 차려내기 위해 크리스마스 전 며칠은 그날보다 더 애쓰셨다. 몇 년 후 시어머니는 크리스마스 음식을 중국식 퐁뒤라는 퐁뒤 시누아로 바꾸셨다. 얇게 저민 질 좋은 고기를 육수에 살짝 데쳐서 다양한 소스에 찍어 먹는 퐁뒤 시누아로 메뉴를 바꾼 이후 시어머니는 저녁 내내 가족과 함께 앉아서 크리스마스를 즐기기 시작하셨다. 이후 퐁뒤 시누아는 우리 가족의 전통 크리스마스 음식이 되었다.


크리스마스는 스위스에서 가장 큰 명절이다. 하지만 국가적인 명절 음식이 없다. 여러 개의 작은 국가들이 모여 하나의 나라를 이뤘고, 여전히 지방 자치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연방 국가답게 지역마다 다른 전통 음식이 있다. 불어권 지방 사람들은 미국 추수 감사절 음식으로 잘 알려진 칠면조 구이를 먹고, 이탈리아어권 지방 사람들은 살찌운 수탉 요리를 먹으며, 베른 사람들은 다양하게 요리된 여러 부위의 고기들이 감자와 함께 커다란 플레이트 위에 올려진 베르너 플라테를 크리스마스에 낸다고 한다.


음식을 준비하느라 집 안의 한 두 사람이 명절 스트레스를 받으며 희생하는 것보다 간편하게 준비하는 대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나누는 데 더 의미를 두자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지역에 상관없이 퐁뒤, 라클레트, 퐁뒤 시누아가 크리스마스 음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12월 24일 지인들에게 지금 당신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사진을 찍어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2019년 크리스마스이브의 스위스 밥상이다.



파이에 들어간 소안심



퐁뒤 시누어, 라클렛, 피쉬 퐁뒤



이것 것 다양하게 준비한 간단한 음식들



칠면조

롤리네 집 칠면조



코스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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