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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록다운과 가정폭력

신종 바이러스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전세계가 문을 닫아걸었을 때, 스위스 사회에는 어떤 변화들이 있었는지 많은 기사를 통해 보고 듣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기회였고, 누군가에게는 잃어버린 한 해였습니다.

올해 초에 스위스의 가정폭력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2020년 통계 집계가 아직 되지 않았고 방역 문제로 그만큼 전문 인력이 필요한 곳에 투입되지 못했기 때문에 가정폭력 통계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봉쇄와 함께 개인의 스트레스도 많아지고 가정폭력의 위험도 높아질 것이라는 추측도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연방정부에서는 가정폭력에 대한 작년 통계 자료에 첫 봉쇄 기간의 통계를 별도로 작성하였습니다.

작년 한 해 가정에서 일어난 폭력의 종류나 가해자의 성별에 대한 차이는 이전 해와 큰 차이가 없으나, 두드러지는 차이는 전체적인 가정폭력 신고 건수 증가 (+2.3%)입니다. 피해자의 성별 비율에 대한 차이 또한 이전 해와 차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70,4% 여성, 29,6% 남성). 하지만 피해자 수가 증가 (+4.1%)한 것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더해 작년 전체 가정폭력 신고 건수보다 작년 상반기 가정폭력 신고 건수는 현저히 높습니다 (+6%). 여기서 괄목할 만한 것은 봉쇄 해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던 5월 중순부터 6월 초 사이의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는 것입니다.

아래 표를 보시면, 5월 중순부터 6월 초 사이인 20주부터 23주 사이에 2020년의 가정폭력 신고 건수 (검은색 가로줄)가 평년의 신고 건수 (파란색 가로줄) 를 눈에 띄게 윗도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봉쇄 해제 (노란색 세로줄) 이후에도 가정폭력 신고 건수 (검은색 가로줄)가 평년의 최고치 (푸른색 띠 상단)에 머무르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2020년 상반기 주별 가정폭력 신고 건수, 출처: 연방통계청



작년 KESB (Kindes- und Erwachsenenschutzbehörden)에 신고된 가정폭력 의심 상담 건수는 경찰 신고 건수를 훨씬 웃도는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그 중 모든 의심 상담 건수가 실제 개입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코로나 사태와 봉쇄로 인해 이웃과 공동체에 더 관심을 두게 된 데에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유럽 국가 대부분이 이미 비폭력 양육에 대한 권리를 법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제아동권리협약이 비준된 지 23년이 지난 지금 스위스 또한 비폭력 양육에 대한 권리를 법적으로 명시할 때가 되었다고 KESB에서는 주장합니다.

스위스에서도 이러한 시도가 있었지만 최근 연방위원회에서 거부되었습니다. 스위스 민법에 비폭력 양육에 대해 명시하자는 Bulliard-Marbach 동의안이 거부된 것입니다 (2020년 봄). 가정폭력에 대한 연방 대법원 판례법에서 "부모의 처벌권"의 잔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연방 법원 판결에 따르면 처벌은 명확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여전히 허용됩니다 (예: 눈에 보이는 상처가 없는 간헐적 구타, gelegentliche Schläge, die keine sichtbaren Folgen haben).

이러한 불확실성은 부모와 보호자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비폭력 양육에 대한 법적 명시를 통해 부모와 법적 보호자가 자신의 행동이 폭력 행위인지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며, 따라서 폭력으로부터 아동을 더 잘 보호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2021년 봄 스위스와 리히텐슈타인 전역에서 가정폭력 관련 기관들이 모여 전략적 회의를 가졌습니다. 이를 통해 가정폭력 예방, 아동 보호, 민감한 상황의 조기 감지 등 총 10개의 우선 순위 조치 분야가 마련되었습니다.

2020년 스위스 내 전체 살인 사건 48건 중 가정폭력 사망 사건은 29건이며, 그 중 부모의 폭력으로 9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단 한 명도 너무 아까운 생명을 잃지 않도록 위험 상황을 조기에 감지하고 비폭력 양육에 대한 법적 명시로 가정폭력 근절에 다각화된 노력이 더해지길 빕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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